[월드 프리즘] 내년 올림픽 앞둔, 쥐들의 천국 '파리'...뉴욕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쥐 대응전략'
[월드 프리즘] 내년 올림픽 앞둔, 쥐들의 천국 '파리'...뉴욕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쥐 대응전략'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6.19 05:24
  • 수정 2023.06.1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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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봄 파리의 쓰레기 대란과 쥐 [사진 = ATI]
금년 봄 파리의 쓰레기 대란과 쥐 [사진 = ATI]

2024년 올림픽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다.

CNN방송은 18일(현지 시각) 쥐들의 천국으로 악명 높은 파리시가 올림픽을 1년 남짓 앞두고 ‘쥐와의 동거’ 정책을 선택했다는 칼럼을 내보냈다. 다음은 이 칼럼의 전문이다.

프랑스 정치에서는 대통령의 집권 세력이 의회에서 다수당을 차지하지 못할 경우 일반적으로 울며 겨자 먹기로 이른바 ‘코아비타시옹(cohabitation)’이라는 정치적 선택을 한다.

반대 정파와의 정치적 동거(同居)를 의미하는 ‘코아비타시옹’은 대통령으로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회피하고 싶은 결정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파리 시장이 악명 높은 파리의 ‘쥐들’과 파리지앵들이 함께 사는 ‘코아비타시옹’ 방안을 연구하는 위원회를 꾸리려는 움직임은 일종의 아이러니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연구는 인간과 쥐가 '가장 효율적'으로 함께 살면서도 '파리지앵이 견딜 수 있는 선'은 어느 정도인지를 탐구하게 될 것이다.

빛과 사랑의 도시라는 파리에서 쥐와 ‘동거’한다고? 패션과 스타일, 요리로 세계 첨단을 자랑하는 도시 파리에서……?

물론 그렇다. 그리고 설치류 동거자들을 변함없이 강건한 상태로 지켜주는 대도시는 파리만이 아니다.

쥐와의 동거는 파리가 미국 최대 도시인 뉴욕과 공유하는 문제이다. 그리고 필자는 두 도시 모두에 거처가 있기 때문에 이 기막힌 동거의 현실을 직접 증언할 수 있다. 한마디로 쥐는 함께 살기에 유쾌한 존재가 절대로 될 수 없다.

금년 봄에 프랑스 수도의 거리에 쓰레기더미가 쓰나미처럼 쌓였을 때 특히 그랬다. 쓰레기 대란이 최고조일 때 한 지역에서는 1만 톤까지 쌓이기도 했다.

당시 파리시의 환경미화원들은 몇 주 동안 삽과 빗자루를 놓고, 수백만 명의 다른 필수 산업 노동자들과 함께 퇴직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높이려는 국가의 연금 개혁 정책에 항의하기 위해 파업과 시위를 벌였다.

그때 파리 인구 1인당 거의 3마리꼴인 약 600만 마리의 쥐는 노다지를 만났었다.

그리고 2024년 개최될 파리 올림픽을 1년 남짓 앞두고 전 세계에서 약 1,350만 명의 방문객이 파리를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 도시의 쥐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미증유의 상황을 연출할 듯하다.

하스빠이가(Boulevard Raspail)의 노천시장에서 가장 큰 치킨 가게를 운영하는 토니는 경쟁 대상인 바스티유광장 시장에는 고양이만큼 큰 쥐가 나온다고 비아냥거리면서 두 손으로 쥐의 크기를 만들어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하스빠이 노천시장만큼은 청결을 철저히 지키기 때문에 쥐가 한 마리도 없다고 자랑했다.

어쩌면 토니의 말은 사실일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파리에서 쥐들은 이제 거의 모든 곳에서 목격된다. 이 쥐들은 때로는 무리를 지어 돌아다니기도 한다.

특히, 필자의 아파트에서 겨우 한 블록 떨어진 오르세미술관과 퐁 루아얄 사이 세느강을 따라 떼로 움직이는 모습이 환경미화원들의 비디오에 찍히기도 했다.

뉴욕도 마찬가지이다. 실제로 뉴욕과 파리가 공유하는 속성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쥐이다. 필자는 뉴욕 지하철의 쥐들이 굉음을 내며 역으로 들어서는 기관차는 아랑곳하지 않고 선로에서 활발히 돌아다니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다.

파리에서도 그들은 그림 같은 풍광을 자랑하는 튈르리정원의 길을 빠르게 돌아다닌다.

한편, 파리지앵 모두가 안 이달고(Anne Hidalgo) 파리 시장의 ‘설치류와 동거 정책’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파리 17구(파리의 20개 구는 자체적으로 선출된 ‘하이퍼로컬 시장hyperlocal mayor’ 제도 운영)의 성악 시장(vocal mayor)인 지오프리 불라드가 주장하듯이 “우리는 (설치류와) 동거가 아니라 탈설치류(de-raticization) 프로그램을 원한다”고 소리를 높이는 사람들도 많다.

뉴욕 타임스퀘어역 승강장에 나타난 쥐 [사진 = 연합뉴스]
뉴욕 타임스퀘어역 승강장에 나타난 쥐 [사진 = 연합뉴스]

불라드 성악 시장은 자신의 트윗 계정 대문에 고정시켜놓은 트윗을 통해, 파리의 우아한 정원에서 배 터지게 먹고 있는 수십 마리 쥐들을 배경 이미지로 배치하고, 쥐들과의 전면전을 원하는 그의 열망을 감추지 않았다.

그런데, 그리 놀랄 일도 아니지만, 쥐덫과 쥐약으로 도시에서 쥐를 퇴치하는 행위를 비인간적이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서커스의 동물 출연’ 폐지 운동을 벌이는 단체 ‘PAZ(Paris Animals Zoopolis)’도 ‘쥐에게 인간적인 대우를 하자’는 그런 단체들 중 하나이다.

금년 봄 파업 때문에 파리가 쓰레기 대란으로 몸살을 앓을 때 ‘PAZ’ 회원이자 시의원인 두취카 마르코비치는 “쥐는 하루에 몇 톤의 쓰레기를 먹어치운다. 파리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데 쥐는 책임자가 아닌 자산이다”라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반면에 쥐에 대한 복수심으로 불타는 불라드 성악 시장은 파리 시장보다 뉴욕 시장에 가깝다. 실제로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은 쥐와 ‘동거’하는 데 전혀 관심이 없다. 쥐들이 뉴욕 아파트를 얼마나 능수능란하게 들락거리는지를 떠올리면 이는 별로 놀라운 태도는 아니다.

뉴욕에는 쥐와 관련된 괴담이 차고 넘친다. 맨해튼의 한 지하 아파트에 사는 벨 리젠스판(37)은 <뉴욕타임스>에 변기에 앉아 양치질하는 동안 쥐가 변기에서 물을 튀기며 튀어나오는 것을 목격한 일을 털어놓았다.

“내가 비명과 함께 변기 물을 내리자 그놈은 다시 유유히 헤엄을 쳤습니다.”

그는 끔찍했던 기억을 이렇게 회상했다. 

“세정제를 잔뜩 붓고 다시 물을 내렸습니다.”

쥐는 사라졌지만 그의 트라우마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다시는 그 변기에 앉지 않고, 가능한 사무실 변기를 사용하려 애쓰고 있다.

현재 애덤스 뉴욕 시장은, 전국을 뒤진 끝에, 뉴욕의 ‘쥐 짜르(rat czar)’라 불리는 ‘설치류 관리 책임자’를 임명했다.

뉴욕의 ‘쥐 짜르’는 박멸 대신 ‘동거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한 이달고 파리 시장의 ‘공중 보건 부시장’과는 정 반대 일을 하는 직책인 것이다. 그런데 프랑스에서는 이런 식으로 문제가 귀결되는 경우가 흔하다.

파리에서 우선 고려 중인 대처 방안은 ‘쓰레기통의 밀봉’과 ‘쥐 피임약’ 정도를 들 수 있는데, 이는 ‘쥐와의 전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교통 문제부터 벽화(그래피티)에 이르는, 이달고 시장 앞에 놓은 대부분의 문제들과 마찬가지로 ‘쥐와의 동거’ 방안도 성과를 거의 내지 못하고 있다.

이는 어쩌면 작년 프랑스 대선에서 그녀가 거둔 1.75%의 득표율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프랑스 대선에서 10위의 성적을 거두었다.

물론 파리가 쥐와 함께한 역사는 뉴욕보다 훨씬 길다. 14세기에 화물선을 타고 파리에 도착한 쥐들은 파리 인구의 3분의 1을 죽인 전염병 선페스트를 가져오기도 했다.

페스트 정도의 전염병까지는 아니더라도 쥐에 의한 망령은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시는 여전히 그들을 없앨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현대의 페스트에는 항생제가 있기는 하지만, 이 전염병이 지구상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춘 것은 아니다.

프랑스인들은 “더 많이 변할수록 더 많이 지속된다”는 말을 좋아한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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