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백악관 X파일(147) “이명박 정부, 대북문제 일관성이 없다” 김대중, 스티븐슨 대사에게 비판
청와대-백악관 X파일(147) “이명박 정부, 대북문제 일관성이 없다” 김대중, 스티븐슨 대사에게 비판
  • 유 진 기자
  • 승인 2023.07.07 09:30
  • 수정 2023.07.0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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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8년 10월 서울 동교동 자택을 찾은 캐서린 스티븐스 주한미국대사와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8년 10월 서울 동교동 자택을 찾은 캐서린 스티븐스 주한미국대사와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은 강압적으로 밀어부치기 보다는, 줄 수 있는 것은 주면서 유화책으로 딜(Deal) 해야 합니다.” (김대중)

이명박 정부 때이던 2008년 9월 캐슬린 스티븐슨 주한미국대사가 부임했다. 

스티븐슨 대사는 부임 다음달인 10월 22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 자택을 예방했다.

대사의 예방에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 중요한 시점에 부임했다”며 치하한 김 전 대통령은 “북한을 포용하려는 미국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며 “북한에 관해서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 2000년 김정일과의 회담을 회고한 김 전 대통령은 북한의 의도에 대한 그 특유의 낙관적인 견해를 드러내면서 “미국과의 관계가 정상화 된다면 북한은 결국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는데 의심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 전 대통령은 두 한국(two Koreas)의 통일은 북한의 경제발전과 민주화가 선행될 때에만 성공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남북관계가 경색됐다고 평가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일관성 없음을 비판하였고, 미국이 반드시 평양에 남북관계 개선의 중요성을 단호하게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스티븐슨 대사가 국무부에 보고한 전문 내용이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일에게 북한의 안보와 경제적 안정을 보장할 수 있는 국가는 오직 미국 뿐이라 충고하면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또한 김정일 위원장에게 핵무기를 “함부로 가지고 놀지 말라”고 경고했고, 남북통일 이후에도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할 수 있다는 생각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정일은 이에 대해 “역사적으로 동북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이 한국에 위협이 되어왔기 때문에 미군의 지속적인 주둔을 납득할 수 있다”며 동의했다고 전했다.

지난 수년 간 미국 대통령들에게 조언하였던 것을 회상하면서 김 대통령은 그가 오랫동안 미국에 북한과의 직접 협상에 나설 것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평양과의 협상 과정에서 “당신들이 줄 수 있는 것은 주고, 받을 수 있는 것은 받아내야 한다” 고 지적했다. 

김 대통령은 “나의 친구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한국 대사(2004~2005)로 일하면서 대단한 인내심을 가지고 6자회담에서 훌륭한 역할을 해냈다”며 자랑스러워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스티븐스 대사에게 김정일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원한다는 것에 아무런 의심이 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중국이나 베트남 같이 될 수 있을 것이지만 그 전에 핵무기 포기를 약속해야 한다는게 그의 평가다. 만약 미국이 북한에 줄 수 있는 것을 준다면, 북한이 일을 진행 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핵 이슈 /연합뉴스
북핵 이슈 /연합뉴스

핵 이슈는 ‘윈윈’하는 결과를 가져올 때 궁극적으로 해결될 것이며, 만약 북미가 대립 상태에 머물러 있다면 누구도 이득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 전 대통령은 궁극적인 통일의 가능성에 대해 낙관했지만, 북한이 내부로부터 붕괴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거나 제 3국이 붕괴를 촉진해야 한다는 입장에 관해서는 비판적이었다. 

그는 남한으로 난민들이 유입될 것이고, 중국이 평양을 장악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만약 화해가 이루어진다면 북한 경제가 원자재 수출과 관광을 통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며, 지식인 계층이 서서히 생겨날 것이라는 시각이다. 

남한이 북한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만약 남북이 평화롭게 산다면 북한은 결국 민주화 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이는 통일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력에 의한 통일 혹은 흡수 통일은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이 그의 결론이었다.

김 대통령은 북한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자본주의가 노천시장(open markets)의 형태로 시작되고 있고, 공산 정권이 인민들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게 되자 통제력을 상실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이런 징조들을 목격하고 있으며, 한미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이런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대통령은 북한 인민들의 남한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남한이 구호품을 보내면 식량 포장에 남한 기업의 이름이 찍혀 있어 북한 인민들에게 남한이 나쁜 것만은 아님을 알려주고 있다는 것이다.

“줄 수 있는 것은 주라”

스티븐스 대사는 북한이 남한을 위시한 세계 여러 나라들과 좀더 건설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인도했던 김 대통령의 노력을 칭찬했다. 그러나 스티븐스 대사는 한편으로 북한 정부가 아직까지 자신들의 핵 능력을 유지하는 것이 결국 용인될 것이라는 그릇된 희망을 품고 있는 것 같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평양은 우선 6자회담의 합의를 이행해야 한다는게 미국의 입장이다. 

김 대통령은 만약 미국이 경제 제재를 풀고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 한다면 평양은 핵 야망을 포기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동북아시아 핵 군비 경쟁이 북한에 가져올 위험은 그들로 하여금 핵 능력을 유지할 수 없도록 만들 것이다.

스티븐스 대사는 또한 북한이 만약 남한과의 관계 개선 없이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실수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이것이 좋은 지적’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코멘트가 일관성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김 대통령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할 것을 기대했다. 김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개선을 위해서는 미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첨언] 김대중의 건강은 좋지 않았다. 그는 일주일에 세 번의 투석을 받고 있었고, 서울 밖으로의 여행은 물론 어떠한 장기 체류도 매우 어려웠다. 그러나 스티븐스 대사는 김 대통령이 아직 괜찮은 상태로, 그의 생각을 명료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그의 유산에 대한 청와대의 현 주인을 포함한 한국 보수계의 깊은 회의(misgivings)에도 불구하고, 한국 안팎에서 민주투사 세대의 영웅인 김 대통령의 유산은 공고하다. 

한-미 정치 40년 비사를 엮는 청와대-백악관 X파일. [위키리크스한국]
한-미 정치 40년 비사를 엮는 청와대-백악관 X파일. [위키리크스한국]

 

yoojin@wikileaks-k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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