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투데이] 이란계 독일 여성의 호소...“그들은 내 아버지를 언제든지 사형시킬 수 있어요.”
[월드 투데이] 이란계 독일 여성의 호소...“그들은 내 아버지를 언제든지 사형시킬 수 있어요.”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7.23 06:49
  • 수정 2023.07.23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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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드 샤르마흐드 부부와 딸 가젤르 샤르마흐드의 행복했던 한 때 [사진 = BBC 캡처]
잠시드 샤르마흐드 부부와 딸 가젤르 샤르마흐드의 행복했던 한 때 [사진 = BBC 캡처]

지난 4월 이란 최고법원에 의해 사형이 확정된 독일계 이란인 잠시드 샤르마흐드(68)가 아무 때라도 사형이 집행될 처지에 처해있다고, 샤르마흐드의 딸이 호소했다고 22일(현지 시각) BBC가 보도했다.

전화가 걸려온 것은 한밤중이었다.

잠시드 샤르마흐드의 아내는 이란에 수감 중인 남편에게서 전화가 오자 딸인 가젤르 샤르마흐드를 깨웠다. 이 전화는 가젤르가 이란계 독일 사업가였던 아버지와 2년 만에 갖는 통화였다.

“우리는 아버지가 이미 처형당했는지도 알 수 없었고, 이란 당국도 우리에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앞서 이란은 지난 2월 잠시드 샤르마흐드에게 이른바 ‘지상의 부패(corruption on Earth)’라는 죄목으로 처음 사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는 그의 재판이 사기극이라고 비난했다.

가젤르는 아버지와 다시 통화하게 되어 너무 기뻤지만, 이란 당국이 사형 집행 전에 작별 인사를 하라고 전화 통화를 허락한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괴로웠다.

올해 68세인 잠시드 샤르마흐드는 거의 3년 동안이나 세상과 단절된 채 이란 감옥의 독방에 수감되어 있다. 그와 통화하는 1시간 동안 그의 딸은 문득 아버지가 자신에게 내려진 사형 선고에 대해 듣지도 못했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달 초 가젤르 샤르마흐드는 이란 사법부 및 정보국 고위직 8명이 그녀의 아버지에게 반인도적 범죄를 저질렀다고 그들을 독일 검찰에 형사 고소하는 절차에 돌입했다.

가젤르의 아버지는 영양실조나 폭력으로 치아를 잃어 식사를 할 수 없는 처지이다. 그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데도 제대로 된 약을 투여받지 못하기 때문에 똑바로 걷거나 말을 할 수도 없다.

“그들은 아버지를 죽음의 독방에 감금해놓고 천천히 죽이고 있습니다. 설령 아버지가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그들은 크레인에 매달아 공개처형할 겁니다.”

그녀는 이렇게 주장했다. 

“그들은 아버지를 공개처형하려 합니다. 정권에 반대하는 자는 누구라도 이렇게 된다는 공포를 심어주기기 위해서입니다. 크레인에 매달려 있는 이 사람을 보세요.”

잠시드 샤르마흐드는 이란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자란, 이중국적 소지자이다. 그는 2000년대 초 미국에서 테크놀로지 관련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독일 지멘스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한 경력도 지니고 있다.

잠시드가 이란 정부를 상대로 공개적인 반정부 활동을 시작한 것은 그가 이란 당국의 해킹 목표가 되면서부터였다.

그러다가 잠시드는 3년 전 출장차 두바이에서 비행기를 갈아타던 중 납치돼 이란 감옥에 수감됐다. 그에게 씌워진 죄목은 미국, 영국, 독일을 위한 스파이 활동에서부터 여러 건의 테러 혐의에 이르기까지 셀 수가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독일과 EU 정치인들은 이런 혐의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란에서조차도 증거 없이 누군가를 테러리스트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

가젤르 샤르마흐드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란은 ‘지구상의 부패’라는 죄목을 만든 것이다.

이란서 사형 선고를 받은 이란·독일 이중국적자 샤르마흐드 [사진 = 이란 관영 미잔 통신 제공]
이란서 사형 선고를 받은 이란·독일 이중국적자 샤르마흐드 [사진 = 이란 관영 미잔 통신 제공]

독일에서 자랐고, 지금은 미국에서 중환자실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가젤르는 아버지의 석방을 위해 오랫동안 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독일 정부로부터 거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녀는 ‘보편적 관할권의 원칙(principle of universal jurisdiction)’을 적용해 이란 사법부와 정보부의 고위 관리를 형사 고소하기로 한 것이다. ‘보편 관할권 원칙’을 적용하면 반인도적 범죄나 전쟁 범죄는 범죄가 발생한 장소에 관계없이 전 세계 어디에서나 기소할 수 있다.

독일에서 가젤르 샤르마흐드의 변호를 담당하는 ‘유럽 헌법 및 인권센터’의 패트릭 크뤠커는 지난해 이 원칙을 적용해 시리아에서 자행된 고문과 살인 혐의로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전 관리를 기소한 경력이 있다. 이 관리는 독일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관련해서 크뤠커 변호사는 해당 인권 범죄 혐의자는 일단 기소가 되면 해외에서 체포되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억지력을 발휘하고 인권 침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인권 범죄를 저지른 고위직들은 보통 파리에서 공부하는 조카를 방문하거나 스웨덴에서 스키를 타는 등의 생활 방식에 익숙합니다. 그런데 국제 범죄로 기소가 되면 더 이상 이런 호사를 누릴 수가 없습니다. 적어도 그들을 불안에 떨게 할 수는 있는 겁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하지만 이란 당국이 어떻게 대응할지는 분명하지 않으며, 가젤르 샤르마흐드는 여전히 그녀의 아버지가 언제든지 처형될 수 있다고 두려워하고 있다.

독일에는 유럽에서 가장 큰 이란 디아스포라(diaspora)가 형성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란계 독일인들은 자신들이 독일 정부에 의해 무시당한다고 느끼고 있다.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열린 시위에 참가한 이란계 독일인 알리나는 아버지의 석방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가젤르 샤르마흐드의 헌신적 노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가젤르가 아빠를 위해 투쟁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고 소름이 돋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녀도 다른 많은 이란계 독일인들처럼 신분 노출을 두려워하며 자신의 이름이나 사진이 공개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러나 알리나는 잠시드 샤르마흐드의 석방을 위한 정치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자신 또한 비슷한 일을 당할까 봐 두렵다. 그녀는 자신이 독일 시민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나 가족 중 누군가에게 같은 일이 발생하면 독일 정부가 돕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나를 보호해줄 나라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혼자입니다.”

일부 이란계 독일인들은 잠시드 샤르마흐드가 독일에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독일 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데에는 인종차별 문제가 있다는 의심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가 하면 다른 사람들은 베를린 당국이 인권보다 이란과의 무역을 우선시한다고 비난한다.

BBC가 이 같은 의혹을 독일 외무부에 제기하자 외무장관 아날레나 베어보크는 이란 당국에 사형 선고를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복해서 전달했다고 답했다.

“독일 정부는 사형 선고를 독일 시민권에 대한 대규모 침해로 본다”

독일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와 함께 독일 외무부는 이란이 잠시드 샤르마흐드를 전적으로 이란 시민으로 간주하고 독일의 외교적 접근을 거부한다는 사실도 밝혔다.

“우리는 가능한 모든 채널과 기회를 통해 높은 수준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 잠시드 샤르마흐드를 옹호하고 있습니다. 사형을 집행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란계 독일 공동체는 여전히 좌절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란의 위협과 박해를 두려워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독일의 보호를 받는 것도 아니다. 그냥 잊혀지고 있는 것이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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