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프랑스보다 러시아가 좋아요.”... 쿠데타 이후 서방에 대한 적대감이 커지는 니제르
[월드 프리즘] “프랑스보다 러시아가 좋아요.”... 쿠데타 이후 서방에 대한 적대감이 커지는 니제르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8.04 05:50
  • 수정 2023.08.0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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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제르 수도 니아메에서 시위대가 러시아와 니제르 국기를 국회의사당 밖에 전시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니제르 수도 니아메에서 시위대가 러시아와 니제르 국기를 국회의사당 밖에 전시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니제르 쿠데타 이후 서방에 대한 적대감이 커지고 있음을 입증이라고 하듯이 네제르의 한 상인은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의 본거지에서 러시아 국기 색깔로 만든 옷을 자랑스럽게 과시했다." (BBC)

니제르에서 쿠데타가 발발한 이후 쿠데타를 주도한 군부와 서방 사이에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니제르의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은 호전적 이슬람 세력과의 싸움에서 서방의 확고한 동맹이었으며, 강력한 경제 파트너이기도 했다.

그리고 니제르는 세계에서 7번째로 큰 우라늄 생산국이며, 현재 프랑스 군대가 주둔하고 있다. 핵무기의 원료인 니제르의 우라늄은 생산량의 1/4이 유럽, 특히 과거 니제르를 식민지로 거느렸던 프랑스로 수출된다.

주목할 점은 지난달 26일 니제르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의 경호실장이던 압두라흐마네 치아니 장군이 쿠데타를 일으켜 대통령을 축출한 이후 갑자기 거리에 러시아 국기의 색깔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수천 명이 수도 니아메(Niamey)에서 친러시아 시위에 참여했으며, 일부는 러시아 국기를 흔들고 심지어 프랑스 대사관을 공격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는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니제르 중심 도시 진더(Zinder)에서 800k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만난 한 상인은 안전상의 이유로 익명과 함께 얼굴을 흐리게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나는 러시아에 찬성하고, 프랑스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어릴 때부터 나는 프랑스를 반대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프랑스 사람들은 우라늄, 휘발유, 금과 같은 우리나라의 모든 부를 착취했습니다. 세계 최빈국 니제르 국민은 프랑스 때문에 하루 세 끼도 먹을 수 없습니다.”

이 상인은 진더에서 벌어진, 군부의 쿠데타를 지지하는 시위에 수천 명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봉제업자에게 부탁해 흰색, 파란색, 빨간색의 러시아 국기 색상으로 옷을 만들어 입었는데, 비용을 친러시아 단체가 냈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인구 2,440만의 니제르는 5명 중 2명이 하루 2.15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극심한 빈곤 국가에 속한다.

바줌 대통령은 1960년 독립 이후 니제르 최초의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정권 이양을 통해 2021년 취임했다.

그러나 니제르는, 사하라 사막 일부와 니제르 남쪽의 반건조 사헬 사바나 지역을 근거로 활동하는 ‘이슬람국가(Islamic State)’ 및 알카에다와 연계된 이슬람 무장세력의 시달림을 받아왔다.

쿠데타를 주도한 니제르 대통령 경호실장 압두라흐마네 치아니 장군이 국영TV에 출연한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쿠데타를 주도한 니제르 대통령 경호실장 압두라흐마네 치아니 장군이 국영TV에 출연한 모습 [사진 = 연합뉴스]

니제르와 마찬가지로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던 관계로 아직까지 프랑스와 경제적으로 밀착되어있는, 이웃 국가 말리와 부르키나파소도 무장 이슬람 세력의 압력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이다. 이 두 국가의 군부는 바로 이 이슬람 지하디스트를 물리쳐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정권을 장악했다.

그런데 말리와 부르키나파소에도 니제르와 마찬가지로 과거 상당수의 프랑스군이 주둔하고 있었지만, 이슬람 세력의 공격이 계속되는 데다가 프랑스군이 이들을 적절히 격퇴하지 못하면서 반프랑스 정서가 세 나라 전반에 걸쳐 퍼져나갔다.

이 지역에는 프랑스가 이슬람 세력의 공세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해주지 못한다는 정서가 팽배해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배경으로 일단 권력 장악에 성공한 말리의 군사정권은 우선 프랑스군을 몰아낸 뒤 수천 명의 UN 평화유지군도 쫓아버린 다음 러시아의 용병 조직 바그너 그룹을 반갑게 맞이했다.

말리에서 이슬람 공격이 계속되는 와중에 부르키나파소의 쿠데타 정권도 프랑스군을 추방한 다음 러시아와 가까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제르에서는 바줌 행정부가 반프랑스 시위를 금지하면서 강경책을 유지해왔었다.

그러던 중 2022년 중반에 니제르 정부가 말리에서 쫓겨난 프랑스 바르칸(Barkhane) 군대의 니제르 재배치를 승인하자 니제르의 여러 시민단체는 반프랑스 시위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니제르의 반프랑스 운동의 핵심에는 2022년 8월에 인권운동, 시민운동, 노동운동 세력이 합심해 결성한 ‘M62 운동(M62 movement)’이 자리 잡고 있다. 그들은 물가상승, 정치력 실종, 프랑스군의 주둔에 반대하는 운동을 이끌었다.

‘M62 운동’의 여러 시위는 니제르 당국에 의해 금지되거나 폭력적으로 진압되었으며, 운동의 지도자 압룰라예 세이두는 2023년 4월 ‘공공질서 교란’ 혐의로 9개월 동안 수감되기도 했다.

한편, ‘M62’는 바줌 대통령이 축출된 뒤 다시 활동을 개시한 것으로 보인다.

특이한 점은, ‘M62’ 세력이 국영 TV에 나와 이번 쿠데타에 대한 서아프리카 지도자들의 제재를 비난할 뿐만 아니라 군사정권을 지지하는 대규모 시위를 이끌고 있다는 사실이다.

‘M62’가 ‘조국 수호를 위한 국가위원회(CNSP)’를 결성한 쿠데타 군부 또는 러시아와 연계되어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이 단체가 ‘민주투쟁 조정위원회(CCLD)’나 ‘부카타(Bukata)’와 ‘니제르 청년행동(Youth Action for Niger)’과 같은 소규모 조직들을 산하로 거느리고 일요일 시위를 조직한 것은 분명하다.

BBC 인터뷰에 응했던 친러시아 상인은 진더로 돌아와서 러시아가 자기 조국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피력했다.

“나는 러시아가 안보와 식량 문제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는 우리 농업을 개선하기 위한 기술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역시 진더에 살고 있는 농부 무타카는 이 말에 찬성하지 않고, 쿠데타는 모두에게 나쁜 소식이라고 말했다.

“나는 러시아인이 이 나라에 들어오는 것을 반대합니다. 러시아도 유럽인이고, 결국에는 아무도 우리를 진정으로 도와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조국을 사랑하고, 우리가 평화롭게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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