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파행 사태, 사상 최대의 감찰·감사 펼쳐지나
잼버리 파행 사태, 사상 최대의 감찰·감사 펼쳐지나
  • 허찬영 기자
  • 승인 2023.08.09 18:11
  • 수정 2023.08.09 1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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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치권 등에서 '잼버리 사태'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감찰·감사의 필요성 언급
與 "꼼꼼히 따지고 전말 소상히 파악해야" 野 "현 정권의 총체적 무능함으로 벌어진 사태"
1171억원의 예산 중 869억원이 조직위 운영비...관계 공무원 외유성 출장도 문제
부안군 "관광 일정은 잼버리 관련 출장 아닌 직원 사기진작 차원의 배낭여행 연수 일정"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영식이 열리는 2일 전북 부안군 하서면 야영장에 참가자들이 머물 텐트가 설치돼 있다. [출처=연합]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영식이 열리는 2일 전북 부안군 하서면 야영장에 참가자들이 머물 텐트가 설치돼 있다. [출처=연합]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열린 2023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파행 사태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 대회 종료 후 대대적인 감찰·감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언급되는 기관만 해도 국무조정실, 감사원, 행정안전부 자체 감사, 경찰, 검찰 등 사정기관이 총 망라되어 있다, 또 국민의힘과 민주당 등 여야 위원들도 지난 8일까지 55건의 잼버리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져, 국정조사 애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감사의 대상으로 떠오르는 것이 잼버리 행사비용으로 사용된 약 1300억원의 사용처이다. 전북도청 부안군 공무원들은 잼버리를 앞두고 외유성 해외 출장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부안군 공무원들이 2019년 10월 다녀온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출장 일정. [출처=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
부안군 공무원들이 2019년 10월 다녀온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출장 일정. [출처=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

▲감사는 불가피...시점은 언제?

9일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서 새만금이 한국스카우트연맹으로부터 국내 유치 후보지로 선정된 2015년 9월 22일 이후 해외 출장을 전수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출장 보고서 제목에 잼버리를 적시한 기관은 5곳이다.

5곳은 전라북도와 부안군, 새만금개발청, 여성가족부, 농림축산식품부 등으로 잼버리 준비를 명목으로 99번의 해외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출장 내역을 살펴보면 전북도가 55회로 가장 많았으며 부안군 25호, 새만금개발청 12회, 여가부 5회, 농림부 2회 순이었다.

관계 공무원들이 99회나 출장을 다녀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번 잼버리에 투입된 총예산 1171억원 중 70%가 넘늠 869억원이 조직위원회 운영비로 책정됐기 때문이다. 1171억원이라는 예산은 지난 2015년 일본에서 개최된 잼버리 관련 예산인 380억원보다 3배 정도 많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869억원이 조직위 운영비에 책정되면서 참가자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한 상하수도, 하수처리시설, 주차장, 덩굴 터널 등 기반 시설 조성에는 235억원이 편성되는 데 그쳤다. 열악한 시설과 비위생적이라는 논란이 불거진 화장실이나 샤워실 등 야영장 시설 조성에는 129억원이 투입됐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영일인 2일 전북 부안군 하서면 야영장 델타구역에 마련된 수도시설에서 참가자가 물을 따르고 있다. [출처=연합]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영일인 2일 전북 부안군 하서면 야영장 델타구역에 마련된 수도시설에서 참가자가 물을 따르고 있다. [출처=연합]

교육장 조성에 36억4000만원, 대집회장 조성과 행사 무대 설치에 30억원을 썼다. 참가자 급식과 식당 운영에는 121억원을 들였으나 음식의 질이 낮고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잼버리 준비 미흡과 책임 소재 등에 대해 논란이 커지자 한덕수 국무총리는 "원인을 밝히는 문제는 잼버리가 끝나고 하는 것이 옳다"며 추후 감사 진행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치권에서도 잼버리 조직위와 전북도 등 관계 부처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원인 파악 후 재발 장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잼버리 파행 사태'를 두고 국정조사 사안이라고 주장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사과를 요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연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연합]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9일 확대관부회의 직후 "국정의 제대로 된 과정인 사전 점검과 일정 관리, 사후 조치 부분에 대한 국가 시스템이 제대로 돼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당연히 국정조사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윤석열 정권의 총체적 무능함이 잼버리 대회까지 이어졌다"며 "무능한 개최로 국격이 추락하는데 윤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회의에서 나왔다"고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7일 "관계 기관 공무원들의 해외 출장을 두고 "이건 대국민 사기극이고 공금횡령 수준"이라며 "그간 세금이 어떻게 쓰였는지 세부 집행내역을 꼼꼼히 따져보고 혹시 예산에 빨대를 꽂아 부당 이득을 챙긴 세력은 없었는지 전말을 소상히 파악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출처=연합]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출처=연합]

이어 지난 8일 확대당직자회의에서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잼버리의 기반 시설은 문재인 정부가 역할을 해야 했다는 반성이 나오는데 야당은 연일 현 정부를 공격하는 데만 혈안돼 있다"고 지적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잼버리 성공을 위해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었음은 물론 간접 사업비만 해도 무려 10조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대회가 끝난 이후 국민의 혈세가 적재적소에 사용되었는지, 예산 운용과 대회 준비에 방만한 점은 없었는지 철저히 규명하고, 잘못이 드러나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야 정치권 외에 대통령실과 감사원 등에서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감사의 필요성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과 정부 등에서 잼버리 이후 감사를 진행하는 것이 맞다는 것에 의견이 모인 가운데 책임 소재의 명확한 규명이 필요한 만큼 잼버리 사태 관련 감사는 올 10월 국정감사에서 처음 열릴 가능성이 있다.

▲'잼버리 사태' 불러 온 외유성 출장 보고서

공무원들의 해외 출장을 모조리 외유성이라고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잼버리 관련 해외 출장 보고서를 보면 내용이 부실하고 잼버리와 연관성이 없거나 관광 목적으로 보이는 것이 다수 발견됐다.

전라북도 세계잼버리추진단 소속 공무원 5명이 지난 2018년 5월 29일부터 6월 5일까지 6박 8일간 '세계잼버리 성공개최 키맨 면담 및 사례조사'를 목적으로 스위스와 이탈리아를 방문했다.

일정을 살펴보면 첫째 날과 둘째 날인 5월 29일과 30일에는 각각 유럽스카우트 키맨 미팅, 세계스카우트 센터 방문 등 잼버리와 관련된 일정을 소화한 내용이 있다. 다만 셋째 날부터는 스위스와 이탈리아의 유명 관광지를 방문한 것이 전부다. 심지어 이 두 국가는 세계 잼버리를 개최한 적도 없어 외유성 논란이 더 불거졌다.

부안군 공무원들이 2018년 5월 다녀온 스위스와 이탈리아 출장 목적과 일정. [출처=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
부안군 공무원들이 2018년 5월 다녀온 스위스와 이탈리아 출장 목적과 일정. [출처=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

잼버리를 개최한 적이 없거나 개최 후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난 지역으로 출장을 간 사례는 또 있다. 부안군 공무원 4명은 2019년 10월 9박 10일간 영국과 프랑스를 방문했다. 방문 목적은 잼버리와 지역축제의 발전 모색이었다.

목적과 달리 이들의 일정은 버킹엄궁전, 몽마르뜨 언덕 등 대표적인 관광 코스로만 구성돼 있었다. 게다가 영국 런던은 1920년에 마지막으로 세계 잼버리를 개최했고 프랑스 파리에서는 개최된 적이 없다.

이 밖에도 △2016년 부안군 공무원 2명이 잼버리 개최국 일본과 동질감 형성을 목적으로 일본 출장을 갔으나 사케 박물관 및 양조장을 방문한 사례 △2017년 부안군 공무원 3명이 새만금 유치 홍보를 위해 체코와 프랑스, 영국을 방문했으나 실상은 뮤지컬 관람 △2018년 전북도 공무원 5명이 새만금과 베니스의 연계성을 모색하기 위해 스위스, 이탈리아를 방문했으나 밀라노와 베니스 관광 △2019년 부안군 공무원 13명이 잼버리 홍보를 위해 중국을 방문했으나 상해 크루즈 팸투어 체험을 하는 등의 외유성 사례가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전북 부안군은 해명자료를 내고 "축구 관람, 디즈니랜드·에펠탑 방문 등은 잼버리 관련 출장이 아니라 직원 사기진작 차원에서 추진한 배낭여행 연수 일정"이라며 "출장 비용은 모두 군비로 충당했고 잼버리 예산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위키리크스한국=허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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