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프리즘] 전자식 자동 혈압계의 정확도를 좌우하는 완대(cuff)...압박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
[헬스 프리즘] 전자식 자동 혈압계의 정확도를 좌우하는 완대(cuff)...압박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10.02 06:35
  • 수정 2023.10.02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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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의사인 조지 벤자민 박사는 백내장 수술을 받기 전에 병원에서 바이탈 체크 결과를 받아들고 충격을 받았다. 그의 혈압이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다른 혈압 측정기와 집에서 자신이 직접 혈압을 측정한 결과 혈압은 훨씬 더 정상으로 돌아왔다.

결국 병원에서 처음에 나온 혈압 수치는 그의 심장 건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병원에서 그가 첫 번째로 혈압을 잴 때 착용한 완대(cuff)는 벤자민 박사의 팔목에 비해 너무 작았는데, 병원 측은 박사의 요청이 있고 나서야 이를 교체해서 다시 측정했다.

미국공중보건협회(American Public Health Association)의 상임이사이자 자칭 ‘거물’인 벤자민 박사에게 당일 혈압계의 완대는 제구실을 할 정도의 크기가 못되었던 것이다.

CNN에 따르면 최근 새로운 임상 시험에서 부적절한 크기의 혈압계 완대가 전자식 자동 혈압계의 수치를 얼마나 왜곡시키는지가 밝혀졌다.

미국 ‘내과학회지(JAMA Internal Medicine)’를 통해 발표된 이 연구는 맞지 않는 혈압계 완대, 특히 팔목에 비해 작은 완대를 차고 혈압을 잴 경우 “놀라울 정도로 부정확한” 판독 결과가 나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전 세계적으로 애용되는 자동 혈압계는 일반적으로 심장 질환의 주요 원인인 고혈압을 진단하는 데 사용된다. 사람의 팔뚝 윗부분을 감싸는 완대(cuff, sleeve)는 일반적으로 사람의 팔 크기에 따라 소형에서 특대형까지 네 가지 크기로 제작된다.

그러나, 임상 지침에서는 팔 둘레에 맞는 완대 착용이 권장됨에도 불구하고, 의료 현장에서는 보통 중간 크기의 완대만이 사용된다. 그 원인은 의료인들이 수시로 완대 바꾸기를 불편하고 귀찮게 여기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병원이 바쁘거나 인력이 부족한 경우 병원 측은 각 환자에게 적합한 완대를 찾을 여유나 이를 교육할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고장난 완대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벤자민 박사는 주장했다. 벤자민 박사는 이번 연구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다.

“세세한 사항까지 신경을 쓰지 못하는, 관심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벤자민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제대로 기능하는 완대들이 찾기 쉽게 충분히 구비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정기적으로 해당 장비들을 점검하는 사람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역사회의 의료 시설과 자원이 부족한 클리닉들은 보통 크기의 완대만 구비하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고, 벤자민 박사는 주장했다. 또, 흔히 사용되는 가정용 혈압계도 한 종류의 완대만 끼어서 판매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어느 쪽이든 전문가들은 한 가지 완대로만 혈압을 재는 방식 때문에 혈압 수치가 왜곡돼 의사가 심장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치료하는 데 방해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고혈압 진단을 받은 많은 어린이들에게서 자신에게 맞지 않는 크기의 완대를 차고 혈압을 측정한 경우들이 종종 발견됩니다.”

이번 연구 저자이자 존스홉킨스(Johns Hopkins)의 소아과 부교수인 타미 브래디 박사는 이렇게 밝혔다. 

“전원(轉院)되어 온 환자의 혈압 기록과 비교해 내가 직접 혈압을 측정했을 때 훨씬 낮은 수치가 나오는 경우를 만나게 됩니다.”

볼티모어에서 실시된 무작위 시험에서, 혈압 측정에 대해 정확하게 교육을 받은 의료요원들은 195명의 피시험자들의 오른쪽 팔 혈압을 측정했다. 피시험자들을 측정 전에 2분 동안 걷도록 한 후 시험 요원들은 세 종류의 완대를 무작위로 착용하게 한 뒤 각각의 혈압을 측정했다. 즉,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보통 완대, 피시험자의 팔목에 적절하고 딱 맞는 완대, 너무 작거나 너무 큰 완대, 이렇게 세 종류 모두를 착용시킨 뒤 협압을 잰 것이다. 

그 결과, 팔목이 작은 완대에 맞는 피시험자에게 보통 크기의 완대를 채울 경우 계속해서 낮은 혈압 수치가 나왔다. 반대로 크거나 특대형 완대가 필요한 피시험자에게 일반 완대를 사용했을 때에는 더 작은 완대를 필요로 했던 피시험자보다 평균적으로 더 큰 오차를 보이며 고혈압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즉, 권장 크기보다 작은 완대를 사용하면 인위적으로 혈압 수치가 높아지는 반면, 필요 이상으로 큰 완대를 사용하면 정상보다 낮은 혈압이 나온 것이다.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결과는 피시험자의 기존 혈압이나 비만 상태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이에 대해 브래디 박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 정도로 큰 차이가 있는지를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정도일 줄을 몰랐습니다.”

예컨대, 특대형 완대를 사용해야 하는 환자가 크기가 너무 작은 완대를 착용할 경우 수축기 혈압 수치는 13.5%가 더 높게 나왔다. 브래디 박사는 이 정도 수치는 심장 전문의가 고혈압이라고 오진할 정도의 의미있는 차이라고 말했다.

의료 종사자가 “일을 잘하려고 노력”하면서 적절한 완대를 사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숙지하고 있다 할지라도 환자의 팔목 크기를 잘못 측정하면 잘못된 완대 착용의 ​​심각성은 여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브래디 박사는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 특대형 완대가 필요한 사람의 평균 혈압은 125/80였다. 약간 높은 혈압으로 잠재적 고혈압 전단계로 분류될 수 있지만,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이런 환자들이 크기가 작은 ‘보통’ 완대를 사용했을 때 평균 혈압은 144/87로 2단계 고혈압과 관련이 있는 수치를 보였다. 

“그것은 정말 중요한 임상적 함의를 내포하는 결과입니다.”

하지만 의료 종사자와 환자가 혈압 수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몇 가지 중요한 절차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의료 시설이 모든 종류의 완대를 구비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브래디 박사의 경험에 따르면 시설에 다양한 완대가 비치되어 있다 하더라도 이를 쉽게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의료 종사자가 비밀번호로 잠겨진 완대 보관실에서 이를 꺼내 환자를 구별해 적용할 때까지 귀중한 시간을 잡아먹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혈압을 측정하는 의료 종사자가 올바른 완대를 찾기 위해 이동할 필요가 없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이 지체되면서 실제로 맞는 완대를 사용할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이렇게 주장했다.

환자와 의료 종사자 모두를 교육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브래디 박사는 말했다. 지역사회 보건 행사에서 의료 지식이 없는 종사자가 봉사를 할 경우를 포함해 혈압 검사를 시행하는 요원들에게는 적절한 완대 선택의 중요성이 주입되어야 한다.

나아가 브래디 박사는 가정용 자동 혈압계를 구입할 때에도 “올바른 크기의 완대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맞지 않는 완대를 착용하고 혈압을 잰 다음 이를 담당 의사에게 알려주면 결국 환자 자신의 손해이기 때문이다.

벤자민 박사는 전자식 자동 혈압계는 잘만 사용하면 의사에게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알려주고 후속 조치를 취하는 데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일반적으로 고혈압 환자는 무증상일 경우가 많은데, 집에서 혈압을 쟀을 때 반복적으로 높은 수치가 나오면 의사를 찾아가야 할 신호일 수 있다고, 그는 경고했다.

그러나 브래디 박사는 식료품점이나 주민센터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혈압 측정기 사용은 권하지 않는다. 정확도를 검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장소의 혈압 측정기들의 완대가 맞지 않을 경우 측정값이 정확하다는 보장이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혈압 측정 결과를 당연하게 여깁니다.”

브래디 박사는 이렇게 주장했다.

“그들은 기계가 매우 똑똑하고 올바른 값을 제공할 것이라고 가정하지만, 의료 종사자의 측정 기술에 따라 수치가 달라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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