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처녀 출항하는 크루즈선의 사진이 불러일으키고 있는 격렬한 논쟁
[월드 프리즘] 처녀 출항하는 크루즈선의 사진이 불러일으키고 있는 격렬한 논쟁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8.12 06:53
  • 수정 2023.08.13 0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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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 뜨거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렌더링 처리된 ‘바다의 아이콘’ 이미지 [사진 = 로열 캐리비언]
온라인에서 뜨거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렌더링 처리된 ‘바다의 아이콘’ 이미지 [사진 = 로열 캐리비언]

내년 초에 첫 출항하는 미국 크루즈선의 홍보 사진 때문에 격렬한 찬반 양론이 벌어지고 있다고, 11일(현지 시각) CNN방송이 보도했다.

사상 최대의 크루즈선으로 알려진 ‘바다의 아이콘(Icon of the Seas)’ 호는 아직 단 한 명의 승객을 태우지 않고서도 이미 온라인에서 격렬한 논란에 휩싸여 있다.

2024년 1월 처녀 항해를 준비하며 최근 첫 번째 시험 운항을 완료한 ‘바다의 아이콘’ 호는, 타이타닉 호의 길이 316피트보다 더 긴, 1,198피트(약 365미터)의 길이에, 159피트(약 48미터)의 폭을 자랑하며, 총 20개에 달하는 갑판을 보유하고, 승무원을 포함해 거의 1만 명의 승객을 수용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7월 이 배의 선미 부분 이미지가 공개되자 찬반이 극단적으로 갈리면서 각계에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크루즈의 홍보 사진을 제작한 작가는 유례없는 규모의 워터슬라이드(waterslide)를 갖춘 거대한 워터파크를 강조하고, 배의 엄청난 크기와 밀집도를 알리기 위해 생동감 넘치는 색상으로 배의 이미지를 채웠다.

그런데 온라인에서 이 사진을 본 모두가 ‘바다의 아이콘’ 호의 여행이 호화롭고 즐거운 크루즈 경험이 될 것이라고 해석하지는 않았다. 어떤 사람들은 ‘거대한 괴물’이나 ‘퇴폐 덩어리’로 묘사하는가 하면 한 온라인 사용자는 ‘바다의 아이콘’이 아니라 ‘질병의 아이콘’이 더 나을 뻔했다고 비꼬기도 했다. 또, ‘복잡하고 싸구려’라거나 ‘바다에 떠다니는 월마트에 갇힌 신세’ 또는 ‘아슬아슬하게 쌓여있는 음식 접시 더미처럼 너저분하고 위태롭고 혼란스럽다’고 비유하는 사람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바다의 아이콘’ 호의 이미지에서 지옥의 모습을 연상한다고 비난하는 가운데 한 비평가는 혼란스러운 지옥 풍경으로 유명한 르네상스 시대 네덜란드 화가인 히에로니무스 보스(Hieronymus Bosch)의 그림과 유사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사람 은, 현대물에 비유하면서, 종말에서 살아남아 수백 층 깊이의 지하 도시로 탈출하는 인류를 그린 TV 쇼 ‘사일로(Silo)’에 나오는 디스토피아 지하 세계의 캔디 크러시(Candy Crush)에 빗대기도 했다.

도대체 이번 크루즈 이미지가 어땠길래 이렇게 격렬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시각 차이?

“이미지의 렌더링 처리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앨라배마 대학의 심리학 교수인 톰 데이비스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뭔가 느껴지는 불안함은 예술적 관점과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사람들이 느끼는 공간 및 사회적 거리의 불쾌한 경험과의 차이에서 발생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이 이미지가 실제 사진이 아니라 렌더링 된 합성 사진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도치는 바다에 떠 있는, 위태로운 선박의 느낌을 주지만, 실제 선박은 렌더링된 이미지보다 3~4배는 더 길기 때문에 원근법에 의한 착시 현상 때문일 수 있습니다. 이 이미지는 옆모습에 더 가깝고, 전체 길이에 어울리는 높이가 가미되어야 더 합리적으로 보일 겁니다.”

데이비스 교수는 또 이미지에 대한 반응은 개인적인 불안과 공포감은 물론 리조트와 크루즈에 대한 각각의 경험 등의 여러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누군가는 이 정도 크기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 있다면 오히려 더 재미있는 여행이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에 크루즈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많은 사람을 한 번에 받아들일 수 있는지, 의아하게 생각할 겁니다.”

그는 이렇게 분석했다.

“선택은 각자의 경험과 신념에 따라 다를 겁니다. 사회적 상황, 사람들로 들끓는 수영장, 협소한 공간에 대한 두려움이 문제일까요? 그렇다면 이 사진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기억에서부터 ‘조스’, ‘포세이돈 어드벤처’, ‘타이타닉’과 같은 바다와 관련된 모든 공포를 소환해야 할 겁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크루즈를 경험했거나 괜찮은 여행을 많이 한 사람들이라면 스스로 이미지를 알맞게 해석할 능력이 있을 겁니다.”

반면에 심리학자이자 공포 전문가인 아담 콕스는 ‘바다의 아이콘’이 타이타닉 호보다 “다섯 배 더 크니 안전하다”는 설명은 잠재적으로 더 큰 재난에 대한 생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 ‘타이타닉 잠수정’ 침몰 사고를 접한 지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두려움은 더 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이는 유사한 비극을 방지하려는 본능적 보호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겁니다.”

그는 이와 함께 배의 규모도 일부에게는 폐쇄공포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 사람들은 크루즈선을 휴가를 즐기는 장소라기보다 수천 명이 갇힌 곳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사탕 색상처럼 칠해진 배가 장난감 같아 불안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좀 더 중간적인 색상이었다면 더 좋았을 뻔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세계 최대의 크루즈 선상 풀이 갖추게 될 ‘바다의 아이콘’의 렌더링 이미지[사진 = 로열 캐리비언]
세계 최대의 크루즈 선상 풀을 갖추게 될 ‘바다의 아이콘’의 렌더링 이미지[사진 = 로열 캐리비언]

 

캐시 카우(cash cow)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심리학자 조나단 아브라모위츠는 이번 크루즈 이미지에서 상당히 혼란스러운 인상을 받았다. 

“무슨 일이 금방이라도 발생할 것 같은데,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갈 곳이 없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뉴펀들랜드 메모리얼 대학의 사회학자이자 크루즈 전문가인 로스 클라인 교수는 이 배의 이미지는 선박을 소유한, 마이애미 소재 크루즈 회사 ‘로얄 캐리비언(Royal Caribbean)’의 자연스러운 발상이라고 말했다. 

“약간 코믹하면서도 신비로운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로얄 캐리비언’은 지난 25년 동안 이런 식의 디자인을 고수해왔습니다.”

그는 이번 반응은 대부분 크루즈에 대한 자신들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다고 생각한다. 

“로열 캐리비언 애호가들은 이것을 보고 ‘와우, 뭔가 새로운 것이 나왔네! 정말 궁금한데...... 빨리 가서 타보고 싶다!”라고 반응할 거라고, 그는 주장했다.

“그러나 크루즈 경험이 없거나, 소형 선박이나 반대로 초호화 선박 등의 다른 경험을 한 사람들은 이 배를 괴물로 보고 ‘저런 걸 왜 타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크루즈 전문가 스튜어트 치론도 클라인 교수의 말에 동의했다. 

“‘로열 캐리비언’의 선박 이미지는 종종 강력한 반응을 이끌어 냅니다.”

그는 CNN에 이렇게 말했다. 

“‘바다의 아이콘’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은 분명히 크루즈 무경험자들에게서 나온 걸 겁니다. 이번 이미지는 많은 옵션이 있는 다채로운 배를 묘사한 겁니다. 긍정적인 반응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많습니다.”

‘로열 캐리비언’ 사의 대변인은 CNN의 질의에 이번의 특정 이미지에 대한 반응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대신 2022년 10월 ‘바다의 아이콘’이 처음 공개된 이후 “놀라운 반응”이 이어지면서 회사 역사상 최고의 예약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로스 클라인 교수에 따르면 ‘바다의 아이콘’의 일부 항해 스캐줄은 이미 매진되었고, 비용은 7일 동안의 크루즈에 1인당 약 2,000달러로 회사에 큰돈을 벌어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로얄 캐리비언’은 언제나 크루즈 예약률 100%를 넘기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들은 사람들이 크루즈를 타고 싶어 하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승객들은 일단 배에 올라타면 많은 돈을 씁니다.”

그는 이렇게 평가했다.

“‘바다의 아이콘’은 일주일에 1000만 달러는 벌어들일 겁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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