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인구 위기 속에서 외부 노동력 문제와 씨름하는 일본
[월드 프리즘] 인구 위기 속에서 외부 노동력 문제와 씨름하는 일본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9.10 06:46
  • 수정 2023.09.10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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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에서 아이를 돌보는 여성과 이를 지켜보는 노인들 [사진 = 연합뉴스]
일본 도쿄에서 아이를 돌보는 여성과 이를 지켜보는 노인들. [사진 = 연합뉴스]

일본이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심각한 인구 감소를 해결하기 위해 숙련된 해외 노동력에 국경을 개방하고 있지만, 그 효과가 생각만큼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고, 9일(현지 시각) 영국의 일간 가디언지가 보도했다.

무루무루는 정규 일자리로 부족한 수입을 보충하기 위해 일본 여름의 끈적끈적한 더위를 참아가며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무루무루’는 일본인 동료들이 붙여준 이름이다. 자격증을 소지한 IT 전문가인 그는 일본이 인구 위기 타개책으로 마련한 이민 장려 프로그램의 취업 기회를 활용해 1년 전 스리랑카에서 도쿄에 도착했다.

무루무루는 일본 생활이 녹녹치 않다고 생각한다. 그의 아내는 자격증을 소지한 물리치료사이다. 그러나 일본의 노동력 부족 현상에도 불구하고 그의 부부는 언어 장벽 때문에 바라는 일자리에서 원하는 만큼의 보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많은 IT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거의 모든 병원들이 N1 비자를 요구합니다.”

무루무루는 약 2,000자의 간지(일본어 한자)를 읽을 줄 알아야 하는 외국인 대상의 최고 난이도의 일본어 시험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무루무루 부부는 적어도 5년은 일본에 머물기로 했던 애초 계획을 변경해 영국 등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영국에는 그들의 친척이 있고, 그의 아내도 ‘영국 보건 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에서 일자리 찾기가 훨씬 쉬울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향후 수십 년 이내에 인구가 급격히 감소할 것을 걱정한 일본 정부는 소리소문없이 이민 제한을 완화하고, 주로 베트남, 중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의 이민자들을 기록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7월에 발표된 데이터에 따르면 일본 인구는 거의 80만 명이라는 기록적인 감소를 보였지만, 한편에서는 외국인 거류민 수가 사상 최고치인 약 300만 명으로 급증해 10년 전보다 거의 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는 생산 인구 증가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당국은 ‘외부인’을 바라보는 일본인들의 복잡한 속내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새로 유입되는 외국 인력들은 직업을 구하는 과정에서 언어 장벽에 부닥쳐 어려움을 겪는데, 이민자들에 책정된 일본의 임금 또한 다른 나라들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일본 사람들은 얼만 전까지만해도 해외 인력 수입을 마지못한 필요악으로 여기는 풍조가 강했기 때문에 지금처럼 외국 인력을 전격적으로 받아들이는 데는 상당한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1990년대 일본 공장에 일하러 온 일본계 브라질인들에 대한 처우가 대표적이다. 혈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일본 문화는 브라질로 이민을 떠났던 일본인 후손들에게 비자 발급에서 우선권을 주었다.

그러나 브라질에서 새로 도착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일본어를 할 줄 모르고 문화적으로 브라질 사람이나 마찬가지였다. 결국,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기업들이 직원들을 해고해야 했을 때, 일본 정부는 그들에게 각각 3,000달러씩 지급하며 브라질로 돌아가도록 유도했었다.

그리고 훨씬 더 긴 역사적 배경을 지닌 일본 내 한국인들의 경우에는 일본 정착이 얼마 어려운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되고 있다.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에 의한 한반도 강제 점령 기간 동안 수천 명의 한국인이 일본에서 강제 노동에 시달렸다.

그들의 후손 중 40만 명 이상이 잔류하며 특별 거주 자격을 받았지만, 아직까지 일본 국적도, 투표권도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 도쿄 태생인 박광씨는 자신의 정체성이 한국과 일본, 두 국적의 중간쯤 되는 ‘경계인’이라고 느낀다.

박씨는 자신이 학창시절 일본인들로부터 받았던 차별을 기억하지만, 7년 후 막내동생이 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저는 지금은 글로벌 기업에 다니고 있어서, 동료 중에는 외국인도 많아 출신 배경은 문제가 되지 않아요. 제가 일본 회사를 다닌다면 상황이 달라졌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인구통계학적 위기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난민 수용을 꺼려했으며, 연간 망명 허용 수는 두 자릿수를 간신히 넘는 정도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약 2,500명의 우크라이나인들이 일본의 따뜻한 환대 속에 입국한 것은 언뜻 보기에는 수십 년간의 정책에 예외가 베풀어진 것처럼 보인다.

우키요 마리코는 도쿄에서 ‘시부야 히마와리(시뷰야 해바라기)’ 센터를 운영하며 약 1,500명의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들을 지원하는 상담사이다. 

“사람들이 그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러시아에 침략당했다는 점을 가슴 아프게 생각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난민들에 대해 호감이 적지 않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설명했다.

일본 도쿄 시부야 거리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일본 도쿄 시부야 거리 모습 [사진 = 연합뉴스]

그러나 우키요는, 우쿠라이나 난민들에 대한 일본 사회의 환대 배경에는 그들을 임시 피난민(evacuees)으로 지정하고 전쟁이 끝난 뒤에는 다시 우크라이나로 돌아간다는 전제가 깔려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일본 정부가 비자 면제 등 이민 제한을 완화하고 숙련 노동자의 정의를 확대하는 것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밝혔듯이 “사회가 정상적으로 기능하기 위한” 일본 노력의 핵심 요소이다. 그러나 한 가지 풀어야 할 숙제가 남이 있다. 즉, 일본 사회가 충분한 인력을 끌어들일 준비가 되어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이와 관련 박광씨는 언어 장벽, 일본 문화의 복잡성, 이민자에 대한 저임금 등으로 인해 일본이 많은 수의 숙련된 인력을 유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믿고 있다.

쇼와여자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학부 학장 야시로 나오히로 교수도 일본이 “고급 인력 확보 전쟁에서 다른 나라들과 경쟁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며 “정부가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것이 일본에 유익하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설득해야 한다”고 동의했다.

그렇기 때문에 야시로 교수는 2070년까지 일본 전체 인구의 10% 이상인 940만 명이 해외에서 유입될 것이라는 ‘국립인구사회보장연구소’의 전망을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일본 인구는 현재 1억 2,500만 명에서 그때가 되면 8,700만 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야시로 교수는 또한 일본 정부가 이전에 주로 대졸자에게 적용했던 숙련 이민 근로자의 정의를 숙련된 생산직 근로자까지 확대했지만, 일본어에 대한 언어 장벽이 ‘일종의 참입장벽’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이민 증가의 주요 이점 중 하나는 노동 시장의 경쟁 촉진이라고 야시로 교수는 지적했다. 일본의 실업률은 약 2.5%에 불과하고, 일자리가 구직자보다 많은 상황에서 일본의 고용 시장은 그다지 치열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 도착하는 외국 인력에 대한 반감이 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난관 속에서도 긍정적인 변화의 조짐도 보이고 있다.

박광씨는 한국 국적 포기를 진지하게 고려한 적이 없지만, 일본의 현행법 하에서는 그의 딸은 20세가 되면 일본 국적을 선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여기에 살고 있고, 일본어를 말하므로 딸은 일본 국적을 선택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무루무루도 여러 어려움 속에도 현재 도쿄의 생활에는 장점도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저는 일본을 정말 좋아합니다. 나는 여기서 99% 인종 차별을 느끼지 않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무직이든 생산직이든 사람들이 서로를 존중해줍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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