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투데이] 시진핑의 뉴델리 G20 불참, 글로벌 거버넌스 재구축을 위한 노림수?
[월드 투데이] 시진핑의 뉴델리 G20 불참, 글로벌 거버넌스 재구축을 위한 노림수?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9.09 06:57
  • 수정 2023.09.09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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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델리 밤 거리에 빛나는 G20 로고 [사진 = 연합뉴스]
뉴델리 밤 거리에 빛나는 G20 로고 [사진 = 연합뉴스]

9~10일 양일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올해 G20 정상회의에는 중국 대표로 시진핑 국가주석이 빠지고 대신 리창 국무총리가 참석한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최근 잇따라 주요 국제회의에 빠지고 있다. 이와 관련, 9일(현지 시각) CNN방송은 시진핑이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불만을 품고 국제 거버넌스 재구축을 노리고 있는 중이라는 분석 기사를 내보냈다. 다음은 이 보도의 전문이다.

이번 주말 세계 주요 국가 지도자들이 세계가 직면한 여러 문제를 토의하기 위해 뉴델리에 집결하는데, 2012년 집권 이후 G20 정상회담에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던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의 모습은 볼 수 없을 것이다.

중국의 불투명한 의사결정 과정이 흔히 그렇듯이, 과거 중국이 최우선순위로 꼽았던 대규모 글로벌 회의를 건너뛰기로 한 시 주석의 결정에 대해서도 아무런 설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번 G20에는 시 주석을 대신해서 서열 2위 지도자인 리창 총리가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침묵은 시 주석의 건강 문제와 중국 국내 문제부터 국경 분쟁 중인 개최국 인도에 대한 몽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추측과 해석을 낳고 있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미·중 간의 경쟁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시진핑의 G20 불참은 기존 글로벌 거버넌스(global governance) 시스템과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에 대한 거부반응일 가능성이 크다고 점친다.

대신 시 주석은 브릭스(BRICS) 정상회담과 다가오는 일대일로 포럼(Belt and Road Forum) 등 세계 질서에 대한 중국의 비전에 부합하는 다자 포럼을 우선시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를 고의적으로 무시하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이는 시진핑이 G20과는 다른 다양한 거버넌스 구조를 중시한다는 징표일 수도 있습니다.”

경제학자이자 옥스퍼드대학교 중국센터 연구원인 조지 매그너스는 이렇게 분석했다. 

“시진핑은 인도의 G20을 시범 케이스로 삼아 ‘더 중요한 목표들이 있기 때문에 뉴델리는 내가 갈 곳이 아니다’라고 말했을 수도 있습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의 정상들 [사진 = 연합뉴스]
지난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의 정상들 [사진 = 연합뉴스]

G20에 대한 실망

일부 분석가들은, 시 주석의 불참으로 인해 전 세계 GDP의 80%를 차지하는 세계 주요 선진국과 신흥 경제국 정상들이 함께 모이는 글로벌 포럼인 G20에 대한 중국의 시각이 바뀔 수 있다고 평가한다.

워싱턴 DC에 있는 ‘퀸시 연구소(Quincy Institute)’의 제이크 워너 연구원은, 중국은 그동안 G20을 글로벌 거버넌스를 위한 상대적으로 중립적인 공간으로 보고 G20 외교에 높은 우선순위를 두었다고 분석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2008년 G20이 처음으로 정상급 회담으로 격상된 이후 중국 최고 지도자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의 화상회의를 포함해, 항상 이 회의에 참석해 왔다.

그리고 중국은 2016년 처음으로 G20 정상회담을 개최했을 때에는 이 행사를 성공시키고, 세계 무대에서 자신들의 영향력 확대를 과시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었다.

그러나 그 이후 미·중 세계 2대 경제권 국가 간의 관계는 긴장과 경쟁으로 얼룩졌다. 현재 중국은 G20이 점점 더 미국과 미국의 의제를 따르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시진핑은 이를 중국에 적대적이라고 간주한다.

사실 G20 회원국 중 절반 정도가 미국의 동맹국으로,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의 대결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이들을 규합하고 있다. 중국은 또한 미국과의 관계가 어려워지는 가운데 인도와의 국경 분쟁 등 다른 회원국과의 긴장도 높아가고 있는 사실을 점점 더 우려하고 있다고, 워너 연구원은 말했다.

중국은 뉴델리와 워싱턴의 관계가 점점 밀착되고 있는 점을 우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는데, 특히 베이징이 ‘인도-태평양의 나토(NATO)’라고 비난하는 미국 주도 안보 동맹인 쿼드(Quad)에 인도가 참여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뉴델리 자와할랄네루대학의 국제학 교수인 해피몬 제이콥은 “중국은 인도를 반중 세력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인도가 주최하는 주요 국제 정상회담의 가치를 높여주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갈등도 G20 정상회담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인도는 지난해 12월 의장국을 맡은 이후 지금까지 주요 G20 회의에서 공동성명을 중재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러시아의 침략을 비난하지 않고, 모스크바에 대한 외교적 지원을 계속하자 서방과의 마찰이 증폭되고 있다.

“중국은 G20이 경제 논의에만 국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과 유럽이 바라는 지정학적 구조를 중심으로 정치화되어서는 안 된다고 여기는 겁니다.”

워너 연구원은 이렇게 말했다.

중국 분석가들은, 중국 정부가 자신들의 입장에서 G20을 가치와 효율성이 감소하는 플랫폼으로 평가절하할 수도 있다는 데 동의한다.

런민대학교 국제관계학과 스인홍 교수는 중국에 우호적인 회원국 수가 줄어들면서 G20은 이제 중국이 보기에 몇 년 전보다 외교에 있어서 더욱 “까다롭고 도전적인” 무대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9일부터 10일까지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참석국의 국기가 세워져있다. [사진 = 연합뉴스]
9일부터 10일까지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참석국의 국기가 세워져있다. [사진 = 연합뉴스]

대체 거버넌스 구축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 마지막으로 참석해 중국이 코로나19 격리에서 벗어나 세계무대에 복귀할 것임을 선언했다. 이틀간의 정상회담에서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세계 정상 11명과 회담을 갖고 그들 중 다수를 중국으로 초청했다.

이후 독일, 프랑스, ​​브라질, 인도네시아, 유럽연합(EU) 등 G20 정상들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등 수많은 외국 고위 인사들이 시 주석을 만나기 위해 베이징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는 사이 시진핑은 올해 단 두 차례 해외 순방을 했는데, 두 차례 모두 글로벌 세계 질서를 재편하려는 그의 노림수가 묻어있었다.

지난 3월 시 주석은 미국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을 공유하는 “오랜 친구”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또, 지난달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신흥국 정상회담에 참석했는데, 이번 ‘브릭스’에서는 6개 나라의 신규 회원국 가입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시 주석이 “역사적”이라고 추켜세운 이번 ‘브릭스’ 회원국 확대는 오랫동안 느슨한 경제 그룹이던 ‘브릭스’를 서방에 대한 지정학적 균형추로 전환하려고 추진해 온 중국의 큰 승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관련해서 옥스퍼드 대학의 매그너스 연구원은 확장된 ‘브릭스’가 중국이 구축하고자 하는 대안적인 국제 거버넌스의 한 사례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중국이 주축이 되는 지구촌 남반구(개발도상국들)의 주요 국가들이 포함된다.

최근 몇 년 동안 시 주석은 세 가지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앞세우며 새로운 국제 질서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선보였다.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동맹 없는 새로운 안보 구축), 글로벌 개발 이니셔티브(경제 성장 자금을 지원하는 새로운 견인차), 글로벌 문명 이니셔티브(보편적 가치의 경계에 얽매이지 않는, 국가 정의의 새로운 가치 체계)가 그것이다.

이와 관련 매그너스 연구원은 이 이니셔티브(구상)들은 광범위하고 겉으로는 모호해 보이지만, “G20의 우산 하의 거버넌스 구조와는 다른, 중국의 수사(修辭)를 중심으로 국가들이 연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다음 달 베이징의 새로운 글로벌 거버넌스 구조의 핵심 요소인 글로벌 인프라 및 무역 이니셔티브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일대일로 포럼’을 주최할 것으로 예견된다.

매그너스 연구원은 이제 중국에서는 일대일로, 브릭스, 중국이 주축이 된 상하이협력기구(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와 같은 이니셔티브가 훨씬 중요도를 높게 평가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중국이 그동안 참여해서 미국과 각광을 다퉜던 국제 거버넌스 구조에 대한 대안으로 존재합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남반구 국가들 뿐만 아니라 자유 민주주의권에서 동요하는 국가들을 상대로 이것이 중국의 뜻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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