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이번 G20이 러시아를 강도높게 비난하지 못한 속사정
[월드 프리즘] 이번 G20이 러시아를 강도높게 비난하지 못한 속사정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9.12 05:06
  • 수정 2023.09.12 10: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일(현지 시각)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간디 기념공원에 헌화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10일(현지 시각)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간디 기념공원에 헌화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11일(현지 시각) 인도 뉴델리에서 폐막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발표된 공동선언문은 러시아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모든 국가는 영토 획득을 위해 위협이나 무력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직접적으로 규탄하는 내용이 빠진 G20 공동성명이 발표되자 러시아가 ‘양심의 소리’라며 환영하는 등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작년보다 덜 강경한 공동성명의 의미를 애써 축소했지만, G20 내에서 러시아와 친밀한 회원국들과 서방의 균열이 더 선명히 드러난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관련해서 CNN방송은 이번 G20에서 러시아를 강력히 규탄하는 성명이 나오지 못한 속사정에 대해 보도했다.

세계의 경제 선진국들의 모임인 G20은, 수백 시간의 협상과 12개 이상의 초안을 검토한 뒤에도, 금요일 저녁 늦게 최종 선언 단계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수위가 낮은 표현을 받아들이거나 아예 성명을 채택하지 않는 괴로운 양자택일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시간이 촉박해지면서 지도자들은 내부 갈등이 노출되고 주최자인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궁지로 몰아 G20의 신뢰도에 타격을 주지 않기 위해 전자(前者)를 선택했다.

결국 G20은 러시아의 침공에 대한 명시적인 비난을 피하는 대신 ‘영토 주권을 존중하고 평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20개 회원국의 성명을 채택했다.

이와 관련 성명서 도출 과정에 참여한 4명의 외교관은, 성명에 대한 백악관의 공개 지지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지지자들에게 깊은 실망을 안겨준 성명서가 나오게 된 고통스러운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는 이 성명서가 ‘자랑할만한 내용이 없다(nothing to be proud of)’고 선언했다.

회담을 주도한 인도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성명서가 200시간이 넘는 회의와 15개의 다양한 초안을 검토한 뒤에 도출되었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러시아와 중국 대표들은 계속해서 모스크바의 침공에 대해 더 강력한 표현을 삭제하려고 노력했다고 외교관들은 말했다. 초점은 작년 발리에서 채택된 G20 선언문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략”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모아졌다고 한다.

모스크바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G20에 참가한 일부 개발도상국 대표들은 올해 성명에도 ‘침략’이라는 표현을 삽입하자는 주장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 그렇다면 우크라이나 분쟁을 어떻게 묘사할지를 놓고 토론 시간이 길어졌다.

이를 지켜본 외교 관측통들은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장 복잡한 논란 대상이었으며, 성명의 여러 초안에는 분쟁에 대한 어떠한 표현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환히 웃는 세르게이 나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 10일(현지 시각)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인도 뉴델리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사진 = 연합뉴스]
환히 웃는 세르게이 나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 10일(현지 시각)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인도 뉴델리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사진 = 연합뉴스]

이러면서 본격적인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도자들이 합의한 모든 성명에는 작년 성명에 미치지 못하는 표현이 나올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금요일 자정 직전, 성명을 전혀 내지 않는 것 외에는 수위가 낮은 표현이 유일한 선택이라는 것이 관련 외교관들 사이에서 더욱 분명해졌다.

회담에 참여한 한 유럽 관리는 “G20 성명은 G7이나 NATO의 성명과는 다르다”라고 말했다. 

“G20은 완전히 다른 운동장입니다. 요구하는 바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이렇게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번 성명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뉴델리 현장에서 “G20은 정치적 논의를 위한 포럼이 아니라는 점을 직시하자”고 말하면서 이번 정상회담은 경제와 기후변화에 집중되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악관 관리들은 이번 성명을 가리켜 “중대(consequential)”하고 “전례 없는(unprecedented)” 도출이라고 재빠르게 칭송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그들은 러시아의 침공에 대한 명시적인 비난은 빠졌지만, 이번 성명은 브라질과 남아공과 같은 중립적 국가들이 ‘영토 주권의 중요성과 기반 시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는 데 동의하도록 설득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요일 최종 성명서는 지구촌 남반구 국가들(중국, 인도 등)을 소외시키지 않으면서도 정상들 면전에서 러시아의 비타협적 태도를 강조했다고 말했다.

나아가 합의 도출 이면에는 참석자들이 올해 G20에서 주최국 인도의 모디 총리의 위상과 관련해 많은 고민을 했음이 숨겨져 있다. 이번 정상회담이 성명서 도출 없이 마무리됐다면 큰 실망을 안겨줬을 것이다. 지난 15년 동안 G20 정상회담은 성명서를 내지 않고 끝난 적이 없었다.

미국과 유럽은 모디 총리를 파트너로 육성하고, 세계 무대에서 그의 지위를 격상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 이 때문에 최종 공동성명서 채택 불발 가능성은 더욱 생각하기 어려웠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dtpchoi@wikileaks-kr.org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1001호 (공덕동, 풍림빌딩)
  • 대표전화 : 02-702-2677
  • 팩스 : 02-702-16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소정원
  • 법인명 : 위키리크스한국 주식회사
  • 제호 : 위키리크스한국
  •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1
  • 등록일 : 2013-07-18
  • 발행일 : 2013-07-18
  • 발행인 : 박정규
  • 편집인 : 박찬흥
  • 위키리크스한국은 자체 기사윤리 심의 전문위원제를 운영합니다.
  • 기사윤리 심의 : 박지훈 변호사
  • 위키리크스한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위키리크스한국. All rights reserved.
  • [위키리크스한국 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립니다.
    고충처리 : 02-702-2677 | 메일 : laputa813@wikileaks-kr.org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