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투데이] 베이징 당국 “스파이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중국계 미국인은 미 당국이 수십년간 키워온 끄나풀이었다”
[월드 투데이] 베이징 당국 “스파이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중국계 미국인은 미 당국이 수십년간 키워온 끄나풀이었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9.13 05:30
  • 수정 2023.09.1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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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싱왕 렁(오른쪽)과 양제츠 전 외교부장(왼쪽) [사진 = 바이두]
존 싱왕 렁(오른쪽)과 양제츠 전 외교부장(왼쪽) [사진 = 바이두]

지난 5월 미국 시민권을 가지고 활발한 친중 활동을 벌여온 홍콩 출신 70대 남성이 방첩법 위반으로 중국 지방 법원으로부터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이목이 집중된 적이 있었다.

당시 중국 장쑤성 쑤저우시 중급인민법원은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공식 계정을 통해 공개한 성명에서 “간첩 혐의로 기소된 존 싱왕 렁(78)에게 무기징역과 함께 정치 권리 박탈, 재산 50만 위안(약 9600만 원) 몰수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바로 이 존 싱왕 렁이 '미국 정보기관으로부터 훈장까지 받은 미국의 스파이였다'는 중국의 주장을 12일(현지 시각) CNN방송이 보도했다.

중국은 지난 5월 중국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은 미국 시민이 30년 넘게 미국 정보 당국을 위해 암약하며 미국의 훈장까지 받은 스파이라고 주장하면서 외국 간첩 경계령을 강화하고 있다.

홍콩 영주권도 함께 가지고 있는 미국 시민 존 싱왕 렁(78)은 지난 5월 간첩 혐의로 중국 법원으로부터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중국 당국은 렁이 2021년 4월 국가 안보 부서에 구금되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그의 사건에 대한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다.

선고 몇 달이 흐른 지난 11일 ‘중국 국가안전부’는 소셜 미디어 게시물을 통해 렁이 1989년 미국 정보기관에 포섭된 뒤 수많은 공을 세워 이른바 ‘무공훈장’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국가안전부’는 렁이 미국을 방문하는 중국 외교관과 관리들을 도청 장치가 설치된 호텔로 유인하거나 소위 ‘미인계’를 이용해 협박하는 등 스파이 활동을 펼쳤다고 주장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 5월 렁에게 종신형이 선고되었다고 발표했을 때 그에 대한 최소한의 세부 정보만 제공했다. 당시 법원 성명에 따르면 렁은 2021년 4월 보안 당국에 체포됐다.

현재 렁 사건과 관련된 당국의 주장은 독립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상태이며, ‘국가안전부’는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추가 증거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중국에서는 폭넓으면서도 애매모호하게 적용되는 간첩 혐의에 대한 유죄 판결률은 99.9%가 넘으며, 비공개로 처리된다.

미 국무부는 렁 사건에 대한 이전 성명에서 “우리는 미국 시민이 중국에서 간첩 혐의로 실형이 선고된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시민이 해외에 구금되면 관련 영사 접근을 포함해 모든 적절한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국무부 대변인 이렇게 덧붙였다.

중국과 미국은 올해 초 미국이 중국의 첩보 풍선을 격추한 이후 서로에 대한 간첩 혐의 주장을 늘려가고 있다.

최근 몇 달 동안 중국은 인지된 외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했으며, 일반 시민들이 스파이 적발에 도움을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지난 8월, 중국 ‘국가안전부’는 10억 명 이상이 사용하는 중국의 인기 SNS 앱인 위챗에 공개 계정을 개설하는 전례 없는 조치를 취했다.

이후 몇 주 동안 ‘국가안전부’는 위챗을 통해 인민에게 경각심을 고취시키면서 수상한 활동을 발견할 경우 당국에 신고할 것을 반복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해외의 위협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국가안전부’는 해외 거주 중 CIA에 포섭되었가 중국 당국에 적발된 2명의 중국인에 대한 사례를 공개했다.

중국 당국의 이런 식의 눈에 띄는 선전 공세는, 미국의 윌리엄 번스 CIA 국장이 해외 첩보 활동에서 10년 전 큰 실패를 맞본 뒤 중국 내 스파이 네트워크를 재건하는 데 “진전을 이뤘다”고 밝힌 지 불과 몇 주 만에 나온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이 정찰용이라고 주장한 중국 풍선이 4일(현지시간) 미 동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해안에서 미사일에 격추된 이후 추락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미국이 정찰용이라고 주장한 중국 풍선이 지난 2월 4일 미 동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해안에서 미사일에 격추된 이후 추락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호텔 도청과 ‘미인계’

CNN은 과거 렁이 중국 고위 관리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휴스턴 내 여러 친중 단체를 이끌었다고 보도한 바가 있다. 뿐만 아니라 렁은 중국 국영 언론으로부터도 미·중 교류를 촉진한 ‘애국적인’ 해외 중국인의 표상이라고 칭송받았다.

그러나 중국 ‘국가안전부’는 위챗 게시물에서 렁의 애국 활동이라는 간판은 중국 정보에 접근하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국가안전부’는 포스팅을 통해, 미국은 렁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그가 해외 중국인 단체를 이끌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했으며, ‘애국적인 자선가’로서의 이미지를 드높이는 차원에서 자선 행사를 개최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위장 활동을 배경으로 렁은 미국 정보기관으로부터 중국에 대한 대규모 간첩 활동을 수행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국가안전부’는 이렇게 주장했다.

이 게시물은 또한 렁이 1989년부터 30년 이상 미국 스파이로 활동했다고 주장했다. 이 게시물은 렁이 식사 모임이나 축제 행사, 해외 중국인 단체들과의 교류를 통해 중국 외교관에 접근하는 수법을 비롯해 그 기간 동안 이뤄진 정보 수집 활동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국가안전부’는 또한 렁이 중국 관리들의 미국 방문을 면밀히 감시하고 이를 상부에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미 당국의 지시에 따라 렁은 미리 도청 장비를 설치해 놓은 식당이나 호텔로 중국 관리들을 데려가곤 했다.”

‘국가안전부’의 포스팅은 이렇게 주장했다.

“그는 우리 인사들을 협박하고 망명을 선동하기 위해 ‘미인계’까지 썼다.”

포스팅은 이렇게 덧붙였다.

한편, 중국 당국의 렁에 대한 최근의 주장은, 중국의 간첩 스캔들로 영국 정치의 심장부가 떠들썩할 때 터져 나와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앞서, 톰 투겐트하트 영국 안보부장관을 포함해 보수당 고위 정치인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영국 의회 연구원이 베이징을 위한 스파이 혐의로 체포됐다는 보도와 함께 영국의 ‘공무비밀법(Britain’s Official Secrets Act)’에 따라 두 남성이 체포된 바가 있다.

지난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영국의 수낵 총리는 중국 리창 총리를 따로 만나, 영국 의회의 한 연구원이 중국 측 스파이로 활동해 체포됐다 풀려난 사건을 두고 리창 총리에게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보도한 바가 있다.

그러나 런던 주재 중국 대사관은 스파이 혐의는 “완전히 날조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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