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핵전쟁의 아마겟돈에서 인류를 구했다고 착각에 빠진 일론 머스크
[월드 프리즘] 핵전쟁의 아마겟돈에서 인류를 구했다고 착각에 빠진 일론 머스크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9.24 07:27
  • 수정 2023.10.03 07: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기(傳記)에서 늘어놓은 허언에도 불구하고 푸틴의 공갈에 힘을 실어준 X 최고경영자의 진실
미국의 전기 작가 월터 아이작슨이 지난 12일(현지 시각) 출간한 일론 머스크 전기 [사진 = 연합뉴스]
미국의 전기 작가 월터 아이작슨이 지난 12일(현지 시각) 출간한 일론 머스크 전기 [사진 = 연합뉴스]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의 우크라이나전 개입 의혹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머스크가 저궤도 위성통신망 ‘스타링크(starlink)’를일시 차단해 우크라이나의 대러 군사작전을 막았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전기 전문 작가 월터 아이작슨은 머스크의 전기(傳記) 『일론 머스크』에서 그가 지난해 러시아 해군 함대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드론 잠수함 공격을 막기 위해 크림반도 해안 일대의 스타링크 위성통신망을 끄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전 세계를 위성 인터넷으로 연결한 스타링크가 우크라이나 전쟁 판도까지 바꿀 정도로 막강한 힘을 갖게 되자 美 정치권에선 “개별 기업이 미국과 글로벌 안보에 과도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영국의 일간 <가디언>은 일론 머스크가 자신이 마치 임박한 핵전쟁 위협에서 인류를 구하기라도 한 것 같은 착각에 빠져있다고 비판하는, 작가 티머시 스나이더(Timothy Snyder)의 칼럼을 실었다. 다음은 이 칼럼의 전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사람으로 손꼽히는 실리콘밸리의 신흥 재벌(올리가르히)이 러시아의 핵 버튼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또 다른 올리가르히의 손을 들어주는 일이 벌어졌었다.

그들은 개, 돼지 같은 대중의 어리석음을 비웃으며 서로 비밀을 공유하고, 우리 모두를 구하기 위해 조치를 취했다. 세상은 두 사람 덕분에 핵전쟁의 아마겟돈을 면하게 된 것이다.

이상은 인구에 회자되는 디스토피아 소설의 한 대목이 아니라, 새롭게 출간된 일론 머스크의 전기(傳記)와 언론 홍보 과정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처럼 소개된 시나리오이다.

머스크나 그의 전기 작가 모두 확실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X(이전 트위터)의 수십억만장자 CEO가 지난해 가을 우크라이나군의 스타링크 위성통신에 대한 접근을 거부한 것만은 사실이다.

머스크가 그렇게 한 이유는 러시아인(때때로 그는 그 러시아인을 푸틴이라 부르기도 한다.)이 그에게 우크라이나 영토(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의 일부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러시아의 핵 대응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거짓말이었다.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에서 수십 건의 작전을 수행했고, 그중 일부는 뛰어난 성과를 보였지만, 그 과정에서 어느 것도 핵전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결국 그 작전들은 러시아의 전쟁 능력을 약화시키는 순기능으로 작용했다.

모든 정황들이 이러하기 때문에 머스크가 우크라이나 영토에 정박 중인 러시아 선박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막아서 핵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주장을 언론에 퍼뜨려서는 안 되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가 지난 며칠 동안 여러 러시아 선박을 공격했지만, 러시아는 이를 수리하겠다는 정도로 소극적으로 대응했을 뿐이다. 러시아인들은 자신들이 현재 전쟁 중이고 상대방도 충분히 반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19개월이나 끌면서 대부분의 관측통들은 러시아의 끊임없는 핵 위협이 우크라이나와 동맹국들에게 겁을 주려는 심리전의 일환이라는 점을 잘 이해하게 됐다.

그렇기 때문에 머스크가 전쟁의 확대를 막았다는 주장은 러시아의 선전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만 하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사기를 저하시키려는 러시아 거짓말에 마당을 깔아준 셈이 되었다는 말이다.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운영 중인 저궤도 위성 스타링크 [사진 = ATI]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운영 중인 저궤도 위성 스타링크 [사진 = ATI]

그런데 어떻게 보면 오히려 머스크의 행동 때문에 핵전쟁 가능성이 높아지는 측면이 있다. 러시아가 대규모 분쟁을 촉발함으로써 핵전쟁 위험이 고조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핵 위협에 굴하지 않음으로써 핵전쟁 확률을 줄였다.

우크라이나가 굴복했다면 전 세계에 대한 교훈은 분명했을 것이다. 바로 상대방을 협박하거나 상대방에게 협박을 당하지 않으려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교훈을 말한다.

우크라이나인들은 핵전쟁이 자국 영토에서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엄청난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싸우겠다는 전의를 다졌다. 그러나 어떤 스트레스도 받지 않은 머스크는 핵 협박에 굴복해 위협을 부풀리는 선택을 했다.

그리고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머스크의 행동 때문에 재래식 전쟁이 확산되었다고 할 수 있다. 작년에 우크라이나는 세 번의 주요 전투에서 승리를 거둔 후 남부를 공략해 러시아를 내쫓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었다.

그러나 서방 동맹국들이 제 때에 필요한 무기를 공급하지 않았다. 그리고 스타링크와 같은 통신 수단 없이는 의미 있는 진전이 불가능했다.

이로 인해 러시아측은 올해 우크라이나의 반격을 훨씬 더 어렵게 만드는 요새를 건설하고 지뢰를 부설할 시간을 확보하게 되었다. 지난주에 필자는 키이우의 재활 센터를 방문하여 팔다리를 잃은 군인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거의 대부분이 지뢰에 의해 부상을 입은 군인들이었다. 그리고 그들 모두는 지뢰로 목숨을 잃은 동료들을 지니고 있었다.

머스크가 잘한다고 여겼던 대부분의 일들은 나쁜 결과로 끝났다. 그 이후에도 그는 러시아의 봉이 되어 그들의 선전을 퍼뜨렸고, 파시스트적 행보에 푸틴과 보조를 맞추면서 활동을 늘렸다.

여기에 두 사람은 마치 얼마나 더 나락으로 떨어지는지 경쟁이라도 하듯이 최근 반유대주의를 유대인들 탓으로 돌렸다. 전장에서 러시아의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머스크의 측근들은 확실히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고 자부하는 듯하다.

아마도 이번 사건에서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사람들이 실제로 용기를 보인 사람보다 겁쟁이를 찬양한 사실일 것이다. 우크라이나인들은 엄청난 피해를 감수하며 세계 최대 군사 강국의 전면전을 막아내고 전세를 역전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마크 저커버그와 격투기를 벌이지 않으려 핑계를 대고 있다. 머스크의 전기(傳記)는 그의 심리적 취약성을 마치 전쟁 영웅처럼 덧칠하면서 우리의 비겁함이 진실이고, 다른 이들의 진정한 용기는 세상을 혼란에 빠뜨리는 만용처럼 곡해하고 있다.

러시아인들은 소셜 미디어가 우리를 가지고 노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머스크를 가지고 놀았다. 개인적인 불안 요인을 찾아내 그것을 자극한 다음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로부터 이익을 취한 것이다.

올리가르히들은 뉴질랜드나 화성으로의 탈출, 불로장생 등의 환상을 꿈꾸는 겁쟁이들이다. 그들은 위기를 악화시켜 놓고 그 위기 속에서 우리가 어려운 선택을 내려야 할 때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존재들이다.

푸틴의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크라이나는 나라가 아니고, 우크라이나 국민이 러시아인이 되기를 원한다는 환상에 근거한 한 올리가르히의 비뚤어진 신념에서 출발했다.

이는 너무 어리석은 신념이어서 이에 동조하려면 수십억만장자는 되어야 한다. 그리고 설령 모든 것이 잘못된다 하더라도 머스크가 푸틴에게 했던 것처럼 또 다른 수십억만장자가 나타나 훨씬 더 어리석은 도움을 줄지 모른다.

머스크나 푸틴 같은 사람들이 우리 자신의 한계로부터 우리를 구원하는 영웅이라는 믿음보다 더 위험한 생각은 없다. 올리가르히 슈퍼맨들에 대한 서사는 허구인 것 같지만, 현실 세계에서 실제로 일어나면 엄청난 해를 끼치게 된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dtpchoi@wikileaks-kr.org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1001호 (공덕동, 풍림빌딩)
  • 대표전화 : 02-702-2677
  • 팩스 : 02-702-16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소정원
  • 법인명 : 위키리크스한국 주식회사
  • 제호 : 위키리크스한국
  •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1
  • 등록일 : 2013-07-18
  • 발행일 : 2013-07-18
  • 발행인 : 박정규
  • 편집인 : 박찬흥
  • 위키리크스한국은 자체 기사윤리 심의 전문위원제를 운영합니다.
  • 기사윤리 심의 : 박지훈 변호사
  • 위키리크스한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위키리크스한국. All rights reserved.
  • [위키리크스한국 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립니다.
    고충처리 : 02-702-2677 | 메일 : laputa813@wikileaks-kr.org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