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케네디 주니어는 살아있다?...이상한 음모론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미국인들(상)
[월드 프리즘] 케네디 주니어는 살아있다?...이상한 음모론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미국인들(상)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9.30 06:21
  • 수정 2023.09.30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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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극우 음모론 세력인 ‘큐어넌’의 지지자가 2018년 8월 2일 미국 펜실베니이나주 윌크스배러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설장에서 큐어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미국 극우 음모론 세력인 ‘큐어넌’의 지지자가 2018년 8월 2일 미국 펜실베니이나주 윌크스배러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설장에서 큐어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최근 미국 사회에 '음모론'이 넘치고 있다. 음모론이 표면화된 것은 상당히 오래 전이지만, 문제는 근래들어 그 종류와 범위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는 게 문제로 꼽힌다.

CNN은 28일(현지 시각) 현재의 미국 사회를 횡행하는 음모론과 그 희생자들에 대해 보도했다. 

“JFK와 트럼프의 가계도는 이렇게 연결됩니다.”

동영상 속의 남성은 확신에 차서 이렇게 주장했다.

“존 존(케네디 전 대통령의 아들인 JFK 주니어)과… 트럼프는 사촌간입니다. 그리고 트럼프의 삼촌은 JFK 시니어(케네디 전 대통령의 아버지)이고, 조 케네디(Joe Kennedy)는 죽지 않고 살아있습니다.… 그리고 트럼프의 아버지는 조지 패튼 장군이고, 그의 형은 무솔리니입니다.…”

콜린 프로츠먼은 이런 황당한 소리를 하는 동영상 속의 남성을 어이없어하며 바라보았다. 동영상 속의 남성은 다름 아닌 그녀의 아들 마이클 프로츠먼이었던 것이다.

“문제는 아들이 이 주장을 실제로 믿고 있었다는 데에 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털어놓았다.

그녀의 아들은, 1999년 매사추세츠 마서즈 빈야드에서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존 F. 케네디 주니어가 살아 있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비밀리에 사악한 세력으로부터 미국을 구출했다고 믿는 큐어넌(QAnon) 분파의 핵심 인물이었다.

마이클 프로츠먼의 주장은 인터넷의 어두운 구석에서나 가능한 일종의 음모론이다.

그러나 2021년 11월 2일,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1963년 암살된, 저 유명한 댈러스 딜리 플라자(Dealey Plaza)에 美 전역에서 모인 수백 명이 몰려들자 인터넷상의 음모론은 현실이 되었다.

그날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미국의 제35대 대통령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집결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케네디 가문의 부활을 간절히 바라던 사람들이었다.

“JFK 주니어가 나타나 자신의 부모를 소개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이날 모인 음모론 신봉자 중 한 사람은, 적지 않은 군중이 모였다는 소식을 듣고 딜리 플라자로 달려간 댈러스 지역 TV 방송사인 ‘WFAA’의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는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것 같으냐는 질문에 “그(JFK 주니어)는 트럼프의 런닝 메이트로 뛰어 부통령이 될 것”이라고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러나 이날 JFK와 그의 아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모인 군중의 대부분은 집으로 돌아가 일상에 복귀했지만, 그들 중 일부는 불가능한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에 실망을 감추지 못했고, 일부는 케네디 가족이 부활할 때까지 댈러스에 몇 달 동안 머물면서 기다렸다.

웬일인지 한때 미국 민주당 정신을 대표하던 케네디 가문이 트럼프를 숭배하는 운동의 영웅으로 떠오른 순간이었다.

JFK의 암살에 뿌리를 두고 있는 케케묵은 미국 전승과 이 같은 음모론의 기괴한 융합은 성경을 인용한 예언이나 큐어넌 류의 예언들과 함께 케네디와 트럼프가 예수 그리스도의 직계 후손이며 선악의 전투에서 영웅적인 주인공으로 등극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 음모론은 객관적으로는 황당하지만, 추종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데에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날 댈러스에 모인 수백 명은 적어도 한 명의 케네디가 다시 부활하기를 바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그 거짓 약속을 신봉하며 몇 달 동안이나 자신의 삶과 가족, 직장을 내팽개쳤다. 그런데 그들은 왜 그랬던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큐어넌(QAnon) 광신자들’의 집단 망상으로 치부하는 것은 비주류 음모 이론이 미국 가정과 민주주의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을 경시하는 것이다.

이런 황당한 신념들은 분노, 환멸, 소외감을 바탕으로 번성하고, 소셜 미디어를 무기로 활용해 정치적, 금전적 야욕을 채우려는 기회주의자들이 내세우는 이데올로기의 상징적 증상이다.

마이클 프로츠먼도 이런 대안(對案)에 휩싸인 희생자이거나 기회주의자, 둘 중 하나에 속했다.

누구에게 물어보느냐에 따라 그는 인터넷에서 섭취한 정보들로 인해 신념과 세계관이 너무 급작스럽게 바뀌어 가정과 사업을 망가뜨린 피해자이거나 추종자들을 큐어넌 류의 비뚤어진 성경적 예언을 믿도록 홀려 가정을 등지게 한, 거짓말에 능숙한 기회주의자였다. 그를 비난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그가 사이비 종교의 교주 같았다고 말한다.

온라인상의 잘못된 정보가 미국 가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더 잘 알아보기 위해 CNN은 지난 1년 동안 ‘The Whole Story with Anderson Cooper’ 다큐멘터리 시리즈의 일부로 프로츠먼과 그의 추종자들을 추적했다. 그 과정에서 CNN은 프로츠먼의 가족을 비롯해 음모론으로 인해 삶과 가정이 피폐해진 수십 명의 미국인과 대화를 나눴다.

마이클 프로츠먼은 지난 6월 미네소타에서 오토바이 경주에 참가했다가 사고를 당해 60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그러나 마이클 브라이언 프로츠먼의 비극은 오토바이 사고 이전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JFK 가문과 트럼프 가문이 혈족이며, JFK 가문이 부활한다는 믿음을 사이비 종교 교주처럼 퍼뜨린 음모론 주창자 마이클 프로츠먼의 생전 모습 [사진 = CNN캡처]
JFK 가문과 트럼프 가문이 혈족이며, JFK 가문이 부활한다는 믿음을 사이비 종교 교주처럼 퍼뜨린 음모론 주창자 마이클 프로츠먼의 생전 모습 [사진 = CNN캡처]

먹이감

마이클의 어머니 콜린 프로츠먼은 아들이 “컴퓨터에 익숙한 사람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몇 년 동안 그는 은 투자에 관심을 갖고 온라인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은과 같은 귀금속 판매를 촉진하는 많은 웹사이트들은 사람들의 돈을 노리고 세계 통화가 붕괴될 것이라는 음모론을 확산하는 경향이 있다.

당시 마이클은 아내와 두 자녀와 함께 시애틀 근처에 살고 있었다. 그는 철거 사업을 운영하면서도 미래에 걱정이 많았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은 철거업이 고된 노동을 수반하는 업종이라 안정적으로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음모론 사이트들은 바로 그런 약점을 공략했다. 그는 미래에 대한 걱정과 다른 개인적인 가족사 때문에 음모론에 빠르게 빠져들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의 공포는 구체적인 모습을 띠게 되었다. 미국 달러는 곧 붕괴될 것처럼 보였다. 그는 어머니의 퇴직금인 40만 달러를 은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그의 어머니는 들려주었다.

“아들은 나나 자기 형제들이나 자기 가족이 미국 달러가 붕괴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우리가 은에 투자해야 한다고 매우 강경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회상했다.

몇 년 후, 마이클의 세계관은 2001년 9월 11일 테러 공격과 샌디훅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한 음모론으로까지 확장되었다.

“아들은 사회와 더 고립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는 더 고립되면 될수록, 자신의 말을 믿어야 한다고 주위의 가족이나 친지들을 더 들볶았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의 뜻에 따르지 않았습니다.”

콜린 프로츠먼은 올해 2월 CNN과의 인터뷰에 응했다. 그녀는 자신의 아들이 사이비종교 지도자로 욕먹기 이전에는 정상적인 사람이었음을 알리고 싶어했다. 그녀의 눈에는 그냥 아들 마이클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사랑하는 아들이자 가족에 헌신적이었던, 보통 사람 마이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녀는 마이클이 워싱턴 주 집 근처의 주 경계를 가르는 5번 고속도로에서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 고장난 차량의 운전자 가족을 도와주던 모습을 떠올렸다. 당시 마이클은 운전 중이던 자신의 차를 세우고 어려움에 처한 가족에게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아들은 원래 그런 사람이었어요.” 

그의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아들 마이클이 시간이 흐르면서 큐어넌과 같은 음모론의 토끼굴에 더욱 빠져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큐어넌(QAnon)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악한 무리로부터 미국을 구할 영웅이라고 믿는, 망상에 사로잡힌 온라인 세력이다. 특이한 점은 이들이 트럼프가 사탄을 숭배하는 소아성애자들로부터 미국을 구할 것이라고 믿는다는 점이다.

그것은 과거의 마이클과는 너무 달라진 모습이었다. 그의 어머니에 따르면 마이클은 두 번 모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투표했고, 진보의 아이콘인 레이철 매도(Rachel Maddow)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그녀는 “아들은 레이철 매도를 너무 매력적으로 뛰어난 여자로 여겼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마이클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음모론이 전부가 되었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자신에게 전송하는 가짜 뉴스들에 대해 일깨워주려고 노력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마이클은 자신이 신봉하는 거짓 주장을 가족이 믿지 않는다는 사실에 좌절할 수밖에 없었고, 그의 가족 역시 그의 강압적 주장에 지쳐갔다.

그러다가 2021년 11월, 마이클과 그의 추종자들이 댈러스 딜리 플라자(Dealey Plaza)에서 케네디 가족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기괴한 모임을 갖으며 전국 뉴스를 장식할 즈음에서는 마이클은 가족과도 떨어져 지냈고, 아내는 이혼 소송을 준비했으며, 사업은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

케네디 일가에 대한 망상은 큐어넌 분파에서 비롯되었다. 거짓 예언과 황당한 포스팅을 올리면서 오랫동안 큐어넌 현상의 돌풍을 이끌던 ‘Q’라는 온라인 계정이 갑자기 2018년 한동안 침묵을 지키자 또 다른 익명의 계정이 이번에는 케네디 가문의 부활이라는 서사를 들고 나온 것이었다.

케네디 일가와 관련된 음모론은 아무런 근거도 없이 JFK 주니어가 1999년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것이 아니며 사실은 그가 미국을 구하기 위해 트럼프와 협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이 이론의 신봉자들은 JFK 주니어가 차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부통령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일부는 JFK 주니어가 예수 그리스도이기 때문에 우리 가운데 다시 걸어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일부 큐어넌 추종자들은 이 음모론은 정상이 아니라고 여기기도 하고, 원래의 ‘Q’는 2018년 활동을 재기하며 이 음모론은 허위라고 부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사람들은 케네디 음모론을 믿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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