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백신 노벨상] '미래없다' 대학 외면 속에서 암수술 받으며 mRNA 연구한 '커리코'
[코로나19백신 노벨상] '미래없다' 대학 외면 속에서 암수술 받으며 mRNA 연구한 '커리코'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10.03 05:39
  • 수정 2023.10.03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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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받은 커리코 교수[AFP 연합뉴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받은 커리코 교수[AFP 연합뉴스]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선구자인 '백신의 어머니' 커털린 커리코(68) 헝가리 세게드대학 교수가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헝가리 출신으로, 미국 대학에서 사실상 쫓겨날 위기까지 감수하면서도 mRNA 개발에 매달린 끝에 코로나19의 싸움에서 인류에 큰 기여를 한 그의 집념에 찬 인생 역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커리코 박사에 대해 "mRNA 백신의 길을 닦은 과학 이단아(매버릭·maverick)"이라고 촌평하며 미 대학 측이 한때 그의 연구를 '막다른 길'로 치부하면서 교수직도 잃어야 했다.

커리코 박사는 1955년 헝가리 동부의 시골 마을에서 수도와 TV, 냉장고도 없는 가난한 푸줏간집의 딸로 태어났다.

그의 어머니는 회사 경리였다. 그는 과학자를 만난 적이 없었지만, 과학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는 과학을 잘했으며 8학년 때 생물학 분야에서 전국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가 평생의 화두인 mRNA에 처음 매혹된 것은 고국 헝가리에 있는 세게드대 학부생 시절인 1976년이었다.

대학원 때인 1978년 그는 RNA를 연구하기 시작했으며 임신 중에 박사 논문을 썼다.

이후 1984년 유전자증폭(PCR) 기법의 개발을 필두로 미국에서 mRNA에 대한 학계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커지자 커리코 교수는 mRNA 연구를 위해 미국에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커리코 교수가 일했던 연구실의 예산이 끊긴 것이 계기가 됐다.

1985년 미국 템플대에서 연구직 일자리를 얻은 그는 남편과 두 살 난 딸, 그리고 암시장에서 자신들의 차를 판 '종잣돈' 900파운드(약 148만원)를 배 속에 집어넣은 곰 인형 한 개를 들고 미 필라델피아로 이민하는 도전을 감행했다.

당시 공산국가였던 헝가리는 100달러까지만 국외 반출을 허용했기 때문에 직접 '집도'해 곰 인형에 돈을 숨겼다.

그는 현재도 이 인형을 딸이 어렸을 때 사용한 방에 보관하고 있다.

하지만 이후 mRNA가 동물실험 결과 체내에 들어가면 면역계의 염증 반응을 일으켜 동물이 즉사하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미국 내 mRNA 연구 열기도 얼어붙었고, mRNA 연구에 매달리던 그의 입지도 위태로워졌다.

미국 의대에서는 통상 연구를 위해 연방정부 등 외부에서 연구 보조금을 타와야 하지만, mRNA 분야가 가라앉으면서 그는 mRNA 연구비 조달을 위한 보조금 지원서를 내는 족족 떨어졌다.

이에 1995년 무렵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측은 mRNA가 비실용적이고 그가 시간 낭비하고 있다고 판단, '최후통첩'을 내렸다.

그는 교수로 선임되는 코스를 밟고 있었지만, mRNA를 계속 연구하려면 교수직을 포기하고 하위 연구직으로 강등되는 것을 감수하라는 것이었다.

그는 2020년 12월 AFP와 가진 인터뷰에서 "나는 승진 예정이었지만, 그들(학교)은 바로 나를 강등시켰고 내가 학교에서 나가게 되리라고 예상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영주권이 아직 없어서 비자를 갱신하려면 일자리가 필요한 상태였으며, 같은 펜실베이니아대를 다니던 딸의 비싼 학비도 교직원 할인 없이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게다가 같은 주에 암 진단을 받는 최악의 불운까지 그에게 닥쳤다.

그는 암 수술을 받으면서 자신의 진로를 고심한 끝에 강등의 수모를 받아들여 박봉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하위 연구직으로 버티면서 mRNA 연구를 놓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는 당시 "난 그저 연구실의 연구 테이블이 여기 있고 더 나은 실험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고 AFP에 말했다.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그는 실험실을 떠돌았으며 대개는 연간 6만 달러(약 8천151만원) 이상을 받지 못했다.

한번은 커리코 교수의 남편이 그의 시간당 임금을 계산한 결과 1달러 정도였다고 NYT는 전했다.

아파트 단지의 관리자인 그의 남편은 커리코 교수가 주말이나 저녁에 연구실에 갈 때 "일하러 가는 게 아니라 즐기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홈페이지와 와이어드 등에 따르면 이렇게 어렵게 버티던 그에게 1997년 같은 대학으로 옮긴 드루 와이스먼 교수와의 만남은 전환점이 됐다.

당시 이미 저명한 연구자였던 와이스먼 교수는 외부 연구비를 조달할 수 있었다.

의학 저널을 복사하기 위해 같은 복사기를 놓고 다투면서 그와 친해진 와이스먼 교수는 그와 평생의 mRNA 연구 파트너가 돼 연구비 문제를 풀어줬다.

커리코 교수는 "나는 mRNA로 뭐든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와이스먼 교수가 자신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를 만들고 싶다고 말하자 커리코 교수는 "난 그것을 할 수 있다"고 답한 것이 인연의 시작이었다.

커리코 교수는 2020년 와이어드와 인터뷰에서 당시 "내 월급은 같이 일하던 기술자보다 낮았지만, 드루(와이스먼 교수)는 나를 지지해줬다"며 "그것이 내게 낙관주의를 심어줬고 내가 (그 연구를) 계속할 수 있게 했다"고 밝혔다.

이민 종잣돈 숨겨온 딸 곰 인형[워싱턴포스트 화면 캡처]
이민 종잣돈 숨겨온 딸 곰 인형[워싱턴포스트 화면 캡처]

커리코 교수의 호언장담에도 그의 연구는 정체됐다. 실험 장비를 통해서는 자신이 선택한 대로 단백질을 만들도록 하는 mRNA를 만들 수 있었지만, 쥐 등 생명체에서는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커리코 교수는 "나는 슬펐다"면서 "내가 어떻게 그걸 놓쳤을까"하고 당시 반문했다고 한다.

나중에 이는 면역 반응에 따른 염증으로 드러났고 커리코 교수는 '왜 내가 만든 mRNA를 생명체는 다르게 인식할까'라는 또 다른 수수께끼에 부딪혔다.

커리코 교수와 와이스먼 교수는 결국 '운반 RNA(tRNA)'와의 비교군 실험을 통해 그 이유가 '슈도우리딘'이라는 염기와 관련돼 있다는 것을 발견해 냈다.

자연 상태의 mRNA에 있는 슈도우리딘이 있을 경우 면역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이들은 2005년 연구를 발표했으며 특허 출원도 했다. 또 상용화를 위해 RNARx라는 회사도 설립했으며 mRNA의 빈혈 치료 연구로 국립보건원으로부터 소규모 보조금도 받았다.

이들의 연구 지원 요청은 대부분 거부됐고 주요 과학 저널 역시 연구물 출판을 거부했다. 연구 결과가 학술지 면역력(Immunity)에 공개된 뒤에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당시에도 이미 시대를 앞선 연구였기 때문이다.

와이스먼 교수는 "우리는 제약회사와 바이오테크 회사, 벤처캐피털리스트와 많은 얘기를 했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소리쳤지만 아무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결과적으로 독일의 바이오엔테크, 미국의 모더나 2곳이 연구에 관심을 보였다.

커리코 교수는 2013년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측에서 교수진 직위 회복을 재차 거부하자 mRNA 백신을 개발하던 바이오엔테크의 스카우트 제안을 받아들였다.

커리코 교수는 당시 "그들은 회의를 열고 내가 교수진 수준이 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내게 말했다"며 "내가 (바이오엔테크로) 떠난다고 말하자 그들은 '바이오엔테크는 웹사이트도 없는 곳'이라며 비웃었다"고 와이어드에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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