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11세 소녀의 죽음으로 본 미국 청소년들의 총기 사고 실상
[월드 프리즘] 11세 소녀의 죽음으로 본 미국 청소년들의 총기 사고 실상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10.04 04:22
  • 수정 2023.10.04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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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머서스트 시스틴 실바의 생전 모습 [실바 가족 제공/CNN 캡처]
애머서스트 시스틴 실바의 생전 모습 [실바 가족 제공/CNN 캡처]

미국에서 어린이나 10대들의 사망 원인 중 총기 사고는 교통사고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CNN방송은 3일(현지 시각) 올해 신년 축하의 들뜬 분위기 속에서 집 앞에 나갔다가 축하객들의 유탄을 맞고 사망한 11세 소녀의 사건을 보도하면서 미국 10대 이하 젊은 층의 총기 사망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 다음은 이 보도의 전문이다.

미국 어린이들도 10대에 도달하면 더 이상 부모 손을 잡지 않는다. 그러나 애머서스트 시스틴 실바만은 그렇지 않았다.

텍사스 주 코퍼스 크리스티에 살던 에머서스트는 사람들을 껴안기를 좋아하는 다정다감한 11세 소녀였다. “애머”라는 애칭으로 더 많이 불린 그녀는 여전히 아기처럼 엄마 손을 꽉 잡곤 했다.

“애머는 쇼핑몰을 거닐 때도 마치 2, 3살 아기처럼 내 손을 꼭 잡았습니다.”

그녀의 어머니 멜린다 크루즈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딸을 떠올렸다.

“애머는 ‘엄마, 우리 손 잡아요.’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2023년 1월 1일 모든 것이 바뀌었다.

애머서스트의 가족은 안전을 위해 집 근처에서 새해를 맞이하기로 했다. 그녀의 아버지 로버트 실바는 “우리는 오래 기억될 추억을 남기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날 실바 일가는 추억 대신 악몽을 남기게 되었다.

“딸을 잃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토로했다.

7남 1녀의 막내인 애머서스트는 그날 밤 가족의 아파트 인근 거리에 나섰다가 총탄을 맞았다. 경찰은 이 총탄은 신년 축하 일행이 발사한 총알이었다고 밝혔다.

“축하의 의미로 쏜 총알들이 건물에 부딪혀 튀어나왔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애머는 그중 마지막 총알에 맞고 쓰러졌습니다.”

실바는 이렇게 설명했다.

애머서스트는 부모에 의해 병원에 이송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 판정을 받았다.

딸의 사망 원인 규명에 나선 부모

텍사스 주 코퍼스 크리스티 경찰국에 따르면 애머서스트의 사망과 관련해 총기를 발사한 혐의로 남성 2명이 체포됐다.

‘총기 사고 기록원(Gun Violence Archive)’에 따르면 애머서스트는 2023년 현재까지 미국에서 총기 사고와 관련해 사망한 1,300명 이상의 어린이와 10대 청소년 중 한 명이다. 총기 사고는 2020년 미국에서 오랫동안 청소년의 주요 사망 원인이었던 자동차 사고를 제치고 어린이와 청소년의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했다.

애머서스트가 사망한 후 그녀의 가족은 몇 달 동안 사망 원인 규명에 나섰다. 가족의 변호사인 모리시오 셀시스는 그날 밤 911 긴급 서비스에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만일 긴급출동이 원활히 이루어졌다면 애머서스트는 죽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날 밤 애머서스트가 총에 맞은 후 가족들은 몇 차례 911에 전화를 시도했지만,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다고, 셀시스 변호사는 주장했다.

“애머서스트가 가해자들의 총탄에 맞은 것이 분명하지만, 그래도 그날 밤 911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그녀는 살 수 있었다고, 우리는 확신합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관련해서 코퍼스 크리스티 경찰국은 당국이 그날 밤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난에 대해 1월 5일 성명을 발표했다.

경찰 성명서에 따르면 애머서스트의 어머니는 그날 자정 4초 전에 경찰의 911 시스템에 신고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신고 접수원은 전화에서 침묵이 흐른 뒤 “신고자가 연결을 끊었다”라고 주장한다고, 성명서는 밝혔다.

경찰은 신고 접수원이 자정에 신고자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음성 메시지 녹음장치로 연결되자 접수원은 그 신고를 “불완전한 911 신고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1분 뒤, 다른 사람이 911에 전화를 걸어와 한 소녀가 총에 맞았는데, 경찰관들이 현장에 출동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 신고자가 바로 전화를 끊어서 그의 신원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총격 사건이 발생한 지 채 2분도 안 되어 우리 경찰관들이 현장에 도착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경찰의 성명서는 이렇게 주장했다.

“안타깝게도 피해자의 부모는 경찰관이 접촉을 시도하기 전에 현장을 떠났습니다.”

셀리스 변호사는 애머서스트 가족의 변호인단이 전문가들과 협력해 그날 밤 911 신고 시스템의 대응 실패에 따른 원인과 책임자를 명확히 규명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애머서스트가 다니던 초등학교의 학생과 교직원 들이 학교에 마련한 추모 공간 [실바 가족 제공/CNN 캡처]
애머서스트가 다니던 초등학교의 학생과 교직원 들이 학교에 마련한 추모 공간 [실바 가족 제공/CNN 캡처]

어린 나이에 갑자기 생을 마감한 애머서스트

“조에스 크랩 쉑(Joe's Crab Shack)에서 해산물을 맛보세요. 오션 드라이브(Ocean Drive)를 달리며 차창 밖으로 발을 내밀고 있습니다. 부쉬 앤 시더(Bush and Seether) 콘서트에서 음악에 맞춰 즉흥 연주를 합니다.”

지난해 10월 애머서스트는 트위터의 ‘Stranger Things’에 생일 파티 주제를 이렇게 올렸다.

애머서스트의 가족은 짧은 생을 마감한 그녀에 대한 추억을 슬픔 속에서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그녀는 새해를 기념하면서 찍은 생의 마지막 사진에서 엄마 품에 안겨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애머서스트의 미소는 한 소녀의 “순수한 마음”이 이웃에게 어떤 영감을 주었는지를 엿볼 수 있게 해주었다. 그녀의 가족은 그녀가 낯선 사람도 가족처럼 따듯하게 대하는 어진 성품을 지녔었다고 들려주었다. 

“그 아이는 걸인을 발견하면 ‘아빠, 잠깐 멈추세요. 저 사람에게 1달러나 뭐 먹을 것을 좀 줘요.’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애머서스트의 아버지 실바는 이렇게 회상했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보면 달려가서 ‘괜찮을 거에요’라고 위로하며 안아주곤 했어요.” 

어머니 크루즈는 이렇게 말했다.

“딸은 그들에게 그림을 그려주거나, 그냥 가서 그들의 손을 잡아주곤 했습니다.”

애머서스트는 동물을 특히 사랑했다. 그녀는 사망하기 전까지 다람쥐에게 먹이를 주면서 친구가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또 햄스터 두 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를 키웠다. 그녀는 고양이를 무척 사랑했다. 한 번은 그녀가 자신이 환생한다면 무엇으로 다시 태어날 것 같으냐고 아버지에게 묻자 아버지는 “너는 고양이로 다시 태어날 거다. 그건 너도 알고 있잖니?”라고 답한 적도 있었다.

아버지는 실바는 딸이 기르던 고양이 노아가 딸이 총에 맞은 장소 근처의 추모비 옆에서 자주 놀고 있다고 말했다.

‘누구의 기분도 상하게 하지 않은 애머’

그림에 소질이 있던 애머서스트는 사람, 꽃, 나비를 즐겨 그렸다. 그래서 어머니는 요즘 나비, 특히 보라색 나비를 보면 막내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그녀는 특히 검정색과 보라색을 좋아했다고 어머니는 회상했다.

그녀는 ‘Stranger Things’와 ‘캐릭터 Eleven’을 좋아했다. 그녀의 관은 그녀의 마지막 생일 축하 행사처럼 인기 쇼를 테마로 삼았다.

애머서스트는 생전에 보통 팔찌와 목걸이 외에는 아무것도 치장하지 않았지만, 콘서트에 갈 때만은 큰 부츠와 검은 스커트, 매력적인 벨트를 뽐내곤 했다.

“여기 코퍼스 크리스티에서 애머가 가장 좋아하던 매장 중 하나는 ‘Hot Topic’이었습니다.”

크루즈는 이렇게 말했다.

그녀는 중세 고딕풍의 기괴한 화장을 즐겨 했는데, 죽지 않고 성장했다면 특수 효과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었을지도 모른다고 그녀의 부모는 말했다.

애머서스트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로큰롤을 좋아하면서 Metallica, Three Days Grace와 같은 밴드에 흠뻑 빠졌다고 한다. 그녀는 세상을 떠난 날 밤에도 ‘John 5’ 밴드 기타리스트의 사진이 담긴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녀의 부모는 딸이 배려심 깊고, “사랑해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며, 항상 밝고 생동감 넘치는 소녀였다고 들려주었다.

“딸은 항상 누군가를 웃게 만들거나 고양이 동영상을 보여주는 자신만의 색깔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실바는 이렇게 말했다.

“그녀는 누구의 기분도 상하게 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애머서스트는 가을이 되면 중학교에 진학한다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녀가 다닌 초등학교 학생과 교직원 들은 그녀를 기리기 위해 조경 시설로 된 추모 공간을 만들었다고 한다.

아버지 실바의 알람은 여전히 ​​매일 아침 딸을 깨우는 시간이 되면 울린다. 아빠는 딸의 남은 5학년을 챙겨줄 기회를 영영 얻지 못하게 되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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