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투데이] 실물 인체 유해 전시를 중단한 미국 자연사박물관
[월드 투데이] 실물 인체 유해 전시를 중단한 미국 자연사박물관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11.04 06:36
  • 수정 2023.11.04 06: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욕시 미국 자연사박물관(AMNH : 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 [사진 = ATI]
뉴욕시 미국 자연사박물관(AMNH : 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 [사진 = ATI]

미국 자연사박물관(AMNH : 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이 그동안 인체의 실물 유해를 전시해오다가 유해 획득과 관련되어 윤리적 구설수에 올랐다.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흥미로운 사건들을 발굴해서 소개하는 웹사이트 ‘올댓인터레스팅닷컴(allthatsinteresting)’ 3일(현지 시각) 미국의 자연사박물관 측이 이 같은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1만2000점이나 되는 인체의 실물 유해를 철수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뉴욕시 미국자연사박물관은 최근 유물 소유권에 대한 합법성과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는 새로운 보고서가 나온 이후 기존의 정책을 개선하는 차원에서 전시품에서 인간의 유해를 제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연사박물관장인 숀 디케이터는 최근 이메일을 통해 전 직원에게 이같은 내용을 통보했다.

디케이터 관장은 이메일 성명서에서 박물관이 1만2000점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인간 실물 유해를 확보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그 습득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박물관 소장품 중 약 26%가 아메리카 원주민의 유해라고 밝혔다. 나머지 74%는 고고학 발굴지에서 출토된 것들이거나, 개인 수집가가 소장하던 것이거나, 의과대학에서 해부학 연구에 사용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연구를 위해 자신의 시신을 의과대학에 기증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자신의 유해가 박물관에 전시되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디케이터 관장은 이렇게 말했다. 

“유해 수집은 인간 불평등의 산물입니다.”

그는 나아가 “백인 우월주의에 뿌리를 둔 문제투성이의 과학 이론을 위해, 즉 우생학적 이론을 입증한다는 미명 하에 신체적 차이를 식별하기 위해 19세기와 20세기에 걸쳐 많은 인간 유해가 수집되었다.”고 지적했다.

이보다 앞서, 미국 유일의 예술 전문 법학자인 에린 톰슨은 지난해 익명의 제보를 받은 뒤 자연사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유해들의 신원을 추적하는 작업에 착수하면서 이 내용을 예술과 문화와 관련된 소식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웹사이트 ‘하이퍼얼러직닷컴(Hyperallergic)’에 폭로할 예정이었다. 디케이터 관장의 이번 성명은 바로 이 폭로가 이루어지기 3일 전에 나온 것이다.

톰슨의 연구에 따르면 거의 10만 명의 아메리카 원주민의 유해가 미국 전역의 박물관에 보관 중이며, 미국 밖에서 입수한 수천 건의 유해도 전국의 다양한 기관에 보관되어 있다. 보고서에 언급된 다른 기관으로는 스미소니언 연구소, 하버드대학교, 시카고 필드 박물관, 캘리포니아대학교,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버클리 허스트 박물관 등이다.

이 같은 문제는 1980년대에 불거져서 아메리카 원주민 단체들의 항의가 있은 뒤 1990년에 ‘아메리카 원주민 무덤 보호 및 귀속법(Native American Graves Protection and Repatriation Act)’이 제정된 바가 있다. 이 법은 연방 기금을 받는 모든 박물관은 신원이 식별된 아메리카 원주민 유해는 후손 공동체에 반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로부터 17년 후, UN은 전세계 모든 곳의 원주민이 선조의 유해를 되찾을 수 있는 권리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다양한 기관에 보관된 방대한 유해들을 고려할 때 모든 유해를 식별하고 반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 유일의 예술전문 법학자 에린 톰슨 [사진 = ATI]
미국 유일의 예술전문 법학자 에린 톰슨 [사진 = ATI]

예를 들어, ‘스미소니언 박물관’은 소장 중인 유해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공개하고 가능하면 유해들이 해당 지역 사회에 반환될 수 있도록 정책을 수정했다. 그러나 최근까지 이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에도 자연사박물관 측은 비교적 침묵을 지켜왔다.

예술 전문 법학자인 에린 톰슨은 현재 자연사박물관의 문서와 학술 논문을 철저히 조사하고 전직 직원들을 면담하면서 박물관 측이 얼마나 많은 유해를 보유하고 있는지, 그리고 가능하면 그 신원까지 파악하려 노력 중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직원은 익명을 전제로만 대화에 응했고, 박물관 스스로는 아직 공개적으로나 톰슨 개인에게라도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이번 달 박물관에 마지막으로 질의를 보내면서 나는 박물관의 연례 보고서, 연구 논문 및 기타 자료를 포함해 내 연구에 동원된 일부 출처를 함께 보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밝혔다.

“이 정보를 받은 지 며칠 후 자연사박물관의 고위층이 이메일을 통해 전직원들에게 박물관이 유해 정책을 개선할 것이라고 발표한 겁니다.”

그런데 톰슨이 지적하고 디케이터 관장도 인정한 것처럼 자연사박물관은 현재 소수의 인간 유해만 전시하고 있지만,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다.

실제로 디케이터 관장은 이메일 성명에서 자연사박물관이 1921년 ‘제2차 우생학 회의’ 장소로 쓰였으며, “우리 박물관이 인간 차별을 조장하는 데 활용된 사이비 과학, 외국인 혐오 등의 반인간적 이론을 시민적, 과학적 권위로 받아들인 부끄러운 역사가 있습니다. 이 같은 연구는 윤리적으로나 과학적으로 완전히 잘못된 것입니다.”라고 시인했다.

그는 이러면서 맨해튼 인우드(Inwood) 인근 묘지에서 파묘(破墓)한 것으로 추정되는 5명의 유해가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는 최근 뉴스 기사도 언급했다.

“이간을 노예로 부린 것은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인 행위였습니다. 이런 식으로 유해를 매장지에서 파낸 것은 기본적인 인간 존엄성을 짓밟는 행위가 죽음 이후에까지 계속 되었음을 입증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지역 사회와 협력해 부끄러운 역사를 회복하고 고인들을 존중하는 조치를 시행하는 것이 우리 약속의 일부가 되어야 합니다.”

디케이터 관장의 이메일은 자연사박물관 공식 성명과 함께 박물관 웹사이트에 공개되어있다. 이 성명에서 박물관 측은 정책을 수정하고 “인간 유해를 한 시대를 살았던, 존중받아야 할 인간으로 대접”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dtpchoi@wikileaks-kr.org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1001호 (공덕동, 풍림빌딩)
  • 대표전화 : 02-702-2677
  • 팩스 : 02-702-16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소정원
  • 법인명 : 위키리크스한국 주식회사
  • 제호 : 위키리크스한국
  •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1
  • 등록일 : 2013-07-18
  • 발행일 : 2013-07-18
  • 발행인 : 박정규
  • 편집인 : 박찬흥
  • 위키리크스한국은 자체 기사윤리 심의 전문위원제를 운영합니다.
  • 기사윤리 심의 : 박지훈 변호사
  • 위키리크스한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위키리크스한국. All rights reserved.
  • [위키리크스한국 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립니다.
    고충처리 : 02-702-2677 | 메일 : laputa813@wikileaks-kr.org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