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줌인] “중동 평화, 불가능하지 않다”...미국의 확고한 의지와 리더십 절실
[이스라엘 줌인] “중동 평화, 불가능하지 않다”...미국의 확고한 의지와 리더십 절실
  • 유진 기자
  • 승인 2023.10.28 06:47
  • 수정 2023.10.2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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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12월 아라파트(왼쪽부터) PLO의장, 이스라엘 외무장관, 라빈 이스라엘 총리가 노르웨이 오슬로 노벨평화상 시상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1994년 12월 아라파트(왼쪽부터) PLO의장, 이스라엘 외무장관, 라빈 이스라엘 총리가 노르웨이 오슬로 노벨평화상 시상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CNN방송은 27일(현지 시각) 중동 평화를 위한 해법을 제시하는 칼럼을 내보냈다. 칼럼의 필자 미리암 사피로(Miriam Sapiro)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비상근 수석 고문이다.

그녀는 또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일을 했고, 미국 무역대표부 부대표로 근무했다. 특히 그녀는 국무부에서 보스니아 평화협정을 이끈 이력을 지니고 있다. 다음은 이 칼럼의 전문이다.

이번 하마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야만적 공격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항구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한 데 따른 비극적인 결과이다.

이후 인도주의적 위기가 증폭되고 유혈사태가 난무하면서 어떤 수를 써서라도 사태 해결의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해법이 있을 수 있을까?

지난주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에서 보았듯이, 성공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더라도 미국의 리더십은 사태 해결의 핵심 요소이다.

중동 평화 해법에는 한 가지 전범(典範)이 있다. 미국은 1990년대 잔악 행위가 저질러진 보스니아 전쟁을 종식시킨 평화협정(Bosnia Peace Accords)을 이끄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미국 팀은 성공을 다짐하지는 못했지만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점만은 잘 인식하고 있었다.

1995년 발칸반도의 상황은 암울했다. 유고슬라비아가 해체된 이후 수년간 이어진 크로아티아인, 세르비아인, 보스니아인 사이의 인종 갈등으로 거의 10만 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이 이재민이 되었다.

평화 정착을 위한 유럽의 거듭된 노력은 실패를 거듭하고 있었다. 유엔 평화유지군이 배치됐지만, 그들은 보스니아계 세르비아인들이 보스니아 이슬람교도들을 대상으로 인종 청소와 대량 학살을 저질렀다는 증거가 드러난 후에도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는 것을 꺼리고 있었다.

결국 다른 옵션이 효과가 없자 미국이 개입해야 했다. 적극적인 외교와 세르비아계 보스니아에 대한 NATO의 추가 공습 위협을 결합해 워싱턴 당국은 미국 오하이오주 데이턴에서 열린 평화협상의 기본 원칙에 합의를 이끌어냈다.

미국은 회담의 당사자들(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무슬림)이 평화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상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각인시켰다.

마찬가지로 중동에서 평화협정이 성사되려면 당시와 같이 미국의 확고한 의지와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할 것이다.

모든 평화협상에는 그 나름대로 까다로운 상황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러나 보스니아에서 미국의 경험은 협상의 난항을 헤쳐나갈 지침이 될 수도 있다.

데이턴에서 보스니아계 세르비아의 고위층이 잔학 행위에 직접 관련이 있고, 그들의 이익이 베오그라드에 연결된다는 점을 고려해 미국팀은 그들과 직접 협상하는 것을 거부했다. 마찬가지로, 중동 평화회담이 재개된다면 하마스의 현 지도부는 확실히 배제되어야 한다.

보스니아에서 각 당사자가 수긍할만한 강력한 인센티브와 협상 실패에 따른 불이익을 찾아냈다.

향후 중동 협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팔레스타인의 경우 가자지구의 실제 재건,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모두에 인프라 구축, 가자지구로의 도로 연결은 물론 서안지구 내 접근성 확대 등의 당근을 생각해볼 수 있다.

우리는 나아가 보스니아에서는 발칸반도 안정에 이해관계가 있고 재건, 교육, 국민 통합을 실질적인 지원해야 할 유럽과 아랍 등의 국가들을 참여시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마찬가지로 중동 평화에 관한 모든 회담에서도 이스라엘의 이웃 국가들과 국제 사회의 핵심 역할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는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꾀하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의사 타진이 포함되어야 한다.

실제로 하마스 공격의 주요 동기 중 하나는 이스라엘-사우디 관계 정상화에 딴지를 걸려는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전쟁을 끝내기 위한 미국 주도의 행보에 맞춰 EU와 유럽의 주요 강대국을 중심으로 ‘보스니아 연락 그룹(Bosnia Contact Group)’을 결성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중동 지역의 연대가 이루어지도록 활력을 불어넣어야 할 것이다.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 있는 나세르 병원에서 한 남성이 아이를 안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 있는 나세르 병원에서 한 남성이 아이를 안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런 식의 중동 연락 그룹에는 미국과 이스라엘 외에도 이집트와 요르단,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여기에 현재 인질의 추가 석방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카타르도, 신뢰할 수 있는 행동을 한다면, 이 그룹에서 역할을 제안받을 수 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궤멸시키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달성한다면 얼마나 걸릴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가자지구 전쟁이 길어질수록 이스라엘의 재정적, 군사적, 정치적 입지는 좁아질 것이다.

물론, 이란과 무슬림 형제단(Muslim Brotherhood)과 같은 단체가 이집트와 걸프만 국가들의 이익에 가하는 위협을 고려하면 이들 국가들은 이스라엘 뿐만 하마스의 위세도 두려워할 것이다. 이는 그들이 하마스를 고립시키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향후 평화회담에서 적극적이고 유용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스라엘은, 국제적 지원을 유지하기 위함만이 아니라 윤리적 의무로서, 하마스가 병원, 학교, 모스크 근처에 군사 자산을 배치하고 가자지구 민간인들의 피난을 방해하더라도 국제 인도주의 법률에 입각해서 행동해야 한다.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제공하고 민간인 사상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여기에 이스라엘의 리더십 또한 협상 성공의 열쇠가 될 수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우파 연합은 ‘오슬로 협정(Oslo Accords)’에서 제안된 두 국가 해법을 결코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네타냐후 정부는 팔레스타인 온건파와 라말라(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임시 행정수도), 그리고 지역 내의 경제 협력을 무시하면서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수천 개의 새로운 정착촌 건설을 밀어붙여 왔다.

포괄적인 평화 정착 외에는 실행 가능한 대안이 없다고 믿는 이스라엘 내의 목소리는 평화 정책 수립에 있어 더 큰 역할을 한다.

그리고 팔레스타인의 대표성 문제도 똑같이 중요하다. 평화를 추구하는 팔레스타인인의 입지를 넓히고 팔레스타인의 새로운 리더십을 독려할 구체적인 방법을 곰곰이 생각해 볼 때다.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그 때문에 이스라엘인이나 미국인과 마찬가지로 평화롭게, 안전하고 존엄하게 살고자 하는 팔레스타인 국민의 정당한 열망이 무력화되어서는 안 된다.

이스라엘, 미국, 유럽연합, 그리고 무엇보다도 걸프 지역 국가들은 서안지구 자치정부 지도부의 부패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적 기회를 창출하며, 서안지구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팔레스타인의 대표 기구를 구축하기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란의 지원을 받는 하마스의 차기 권력에게 또 먹잇감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협상을 성공으로 이끌겠다는 미국의 강력한 의지와 하마스에 맞서 효과적인 팔레스타인 정부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 이해 당사자들의 실질적인 지원, 그리고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는 이스라엘 세력과 팔레스타인 세력의 등장은 현재의 끔찍한 국면에 서광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씨앗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주요 국가들이 전략적으로 생각하고 전술적으로 행동하는 가운데 보스니아에서 끝끝내 성취했던 것처럼 중동에서도 평화는 찾아올 수 있을 것이다.

[위키리크스한국 = 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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