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백악관 X파일(153) ‘악의 축’과 햇볕정책 사이에 줄타기 하는 한-미 정권과 여론 달리기
청와대-백악관 X파일(153) ‘악의 축’과 햇볕정책 사이에 줄타기 하는 한-미 정권과 여론 달리기
  • 최정미 기자
  • 승인 2023.11.02 11:00
  • 수정 2023.11.0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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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 두 지도자는 북한 해법을 둘러싸고 극명한 대립구도를 지속했다.  /연합뉴스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 두 지도자는 북한 해법을 둘러싸고 극명한 대립구도를 지속했다. /연합뉴스

박정희 정권은 물론, 전두환 쿠데타 정권 이후 김대중 정부까지 대한민국은 군사적 차원에서 한반도에 머물러 있었다. 

노무현 정부는 군사적 차원에서는 차원이 다른 시대로 접어들게 됐다. 미국이 주도하는이라크 연합군에 세번째로 많은 군사를 파병함으로써 세계 무대로 나아가는 중요한 단계를 밟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군은 이후 아프가니스탄과 동티모르, 아프리카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함으로써 국제 사회에서 역할과 위상이 높아져갔다. 

하지만 북한문제에 있어 청와대와 백악관 사이에는 묘한 긴장 관계가 지속됐다.

한국의 젊은층 사이에서도 미국이 한국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은 채 북한을 ‘악의 축’으로 명시하는 등 북한의 행동을 변화시키지 못할 것이면서도 과도하게 적대적인 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것과, 한국이 ‘햇볕정책’을 위해 애쓰는 노력을 경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었다.

햇볕정책의 효과에 의구심을 갖고 있던 미 국무부 고위관리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제대로 시작할 것인지,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적개심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거나 한반도에서 훨씬 더 중요한 관계에 혹시라도 해를 끼치지 않을지 심각하게 우려할 수 밖에 없었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정책은 가능한 한 한국이 북한과 직접 접촉하도록 밀어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초기에는 미국이 한국의 발목을 잡는 정책을 펴는 것처럼 되어있었다. 한반도가 계속 분단된 채로 있기를 원하는 미국이 한국의 정치적, 경제적 발전을 은근히 저해하고 있다고 좌파들은 비판했다.

우선 한국과 미국이 동맹이지만 핵확산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랐다.  

미국에 있어서 핵 확산 방지는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우선순위의 문제였다. 한국에게는 기본적으로 실존의 문제였다. 핵확산 가능성, 가까운 이웃에 핵무기를 둔다는 걱정을 넘어 한국 내에서조차 북한의 가능한 미래 모습에 대한 시각도 확연히 차이가 났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최소한 북한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대외적으로 노무현 정부와 ‘편대 비행’을 하고 있다는 인식을 줘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북한의 독재자에게 한미간 친밀한 협조를 보여줌으로써 한국과 미국이 갈라서지 않을 것임을 확실하게 각인시켜야 했던 것이다.

노무현 정부와 부시 정부는 한반도의 안정을 위해서는 능숙한 외교력이 군사력만큼 중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청와대와 백악관은 6자회담에서 중국, 러시아, 일본과 함께 북핵문제의 외교적 해결책을 강구하는게 중요하다는데 일치를 보았다. 협상의 성사와 결렬이 반복됐지만, 그래도 6자회담은 한반도에서 다자간 외교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노무현 정부 초기였던 2003년 한국인 이민 100주년 기념식이 있었다. 근사 동맹을 맺기 이미 50년 전부터 많은 수의 한국인들이 경제적 기회를 찾아 미국으로 건너온 사실을 되새기는 자리였다. 150만명의 한국인들과 한국계 미국인들이 거주하던 상황에서 한-미간 보이지 않는 균열을 우려하던 교민들의 적극적인 노력과 미국 정부의 후원으로 행사는 원만하게 마무리됐다.

2004년 미 대사관은 40만명 이상의 한국인에 대한 비자를 승인했다. 이는 총 신청 건수의 95%로 20명 중 19명이 승인을 받은 것으로, 당시 미국의 해외 비자 승인 분위기에서는 이례적인 것이었다.

미 대사관은 더 많은 비자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영사관 직원을 늘리고 공간도 확장했다. 대기시간을 줄여 모든 한국인들이 비자 신청 2주 인내에 발급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한국은 단기 여행자나 사업가들에게 비자를 면제해주는 비자 면제프로그램에 당장 가입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2001년 9.11사태가 문제였다. 이 사태 이후 이 프로그램에 새로 가입한 나라는 없었다. 한국의 경우 비자 거부율이 3% 이하로 법적 요구 조건에는 매우 근접해있었다.

한국 정부와 주한미대사관의 기나긴 노력이 이어졌고, 한국 정부가 여권의 보안성을 개선하는 등 공동 노력 끝에 2008년말 한국이 미국의 비자 면제 프로그램 국가에 포함될 수 있었던 것이다.    

한-미 정치 40년 비사를 엮는 청와대-백악관 X파일. [위키리크스한국]
한-미 정치 40년 비사를 엮는 청와대-백악관 X파일. [위키리크스한국]

[X파일 취재팀= 최정미, 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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