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자극성 멘트에 신뢰감 상실 우려도 존재
국내 증권사들이 각종 사회 밈부터 드라마, 영화에서 유행한 글귀를 리포트에 차용해 투자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I am' 이나 'Next time' 등의 영어구절이 사용된 리포트가 증권사에 유독 많이 발간됐다.
상상인증권이 "케이GAME, I am 신뢰예요"란 제목의 게임산업 전망보고서를 냈고, 한국투자증권은 현대모비스 실적분석 리포트에 "I am 신뢰예요"라고 제목을 붙였다. KB증권, 현대차증권, 유진투자증권, DB금융투자 등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영어가 제목에 사용됐다.
'I AM'과 'NEXT TIME'은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42)의 재혼 상대로 알려졌던 전청조 씨의 모바일 메신저 내용이 인터넷상에 퍼지면서 '밈화'된 것을 증권사가 차용한 셈이다. 실제 이웃에게 자신을 교포 재벌 3세로 소개한 전씨는 "Ok, 그럼 Next time에", "I am 신뢰예요" 등 영어와 한국어가 어색하게 섞인 대화로 메신저를 주고받았던 사실이 있다.
이보다 앞선 사례로는 드라마 패러디도 존재한다. 하이투자증권 '리스, 그기 돈이 되는기가'와 현대차증권 '연진아, 그거 아니? 창사 첫 배당이야'란 리포트를 발간하기도 했다.
이처럼 증권사들은 기존 딱딱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방법으로 '트렌드'를 선택했다. 최근 유튜브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지에서 더 흥미롭게 투자 정보를 전달하는 크리에이터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리서치센터도 자체 경쟁력 확보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기존 리서치 자료를 재가공해 가볍게 만드는 증권 콘텐츠도 늘어나면서 자칫 질의 하향과 신뢰감 상실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일부 패러디 제목들이 범죄 사건과 연루되어 있는 등 논란의 소지가 가능한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리포트가 보수적이고 딱딱하다는 항간의 이미지가 여전한데, 최근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본다"면서 "'가벼워보일 수 있다'는 지적도 인정하지만 내용이 알차다면 이 부분도 결국 기우에 불과할 내용"이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장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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