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증권업계 결산] '총체적 난국'…관리 실패가 불러온 후폭풍
[2023 증권업계 결산] '총체적 난국'…관리 실패가 불러온 후폭풍
  • 장은진 기자
  • 승인 2023.12.29 19:43
  • 수정 2023.12.29 1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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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증권가는 '부실한 관리가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를 제대로 보여준 해였다. 고금리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사태가 잇달아 발생했을 뿐만 아니라 불법공매도·라덕연 사태·하한가 사태·영풍제지 사태 등 불공정 거래행위 적발도 이어졌다. 특히 금융당국과 검찰의 수사를 통해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해당 사건들은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였다는 사실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던 한해였다. [편집자 주]

여의도 증권가. 연합뉴스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사업 부진에 실적 곤두박질

올해도 글로벌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증권사들의 부동산PF 대출이 곤혹을 겪게됐다. 국내 위주로 이뤄졌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부동산 PF 부실은 해외 오피스, 리츠 투자서 주로 발생했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도 해외부동산 투자를 손실을 장부에 반영하면서 실적에 영향을 받게 됐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3분기 프랑스 마중가 타워와 미국 댈러스 스테이트팜에 대해 1000억원 수준의 평가 손실을 인식해 영업외 비용이 급증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올해 3분기 전체 600억원 규모의 충당금과 평가 손실을 반영했으며, 이 중 400억원이 해외 대체투자 관련 금액이다. 하나증권의 경우 1000억원이 넘는 충당금을 새로 설정한 여파로 적자로 돌아섰다.

그나마 실적에만 영향을 받은 대형사들은 나은 수준이다. 대형 증권사들은 실적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그쳤지만,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우 신용등급까지 하향되는 사태를 겪었다. 실제 다올투자증권은  올해 11월 한국기업평가에서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받게 됐다. 하이투자증권 또한 한기평으로부터 신용등급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조정받았다. 

◆CFD계좌 악용에 얼룩진 증시…라덕연 주가조작 사태

지난 4월 24일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8개 종목이 외국계 증권사인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 창구를 통해 매도세가 쏟아지며 증시 개장 후 30여분 만에 하한가를 기록했다. 올해 처음으로 대규모 주가조작 사건으로 언급된 'SG증권발 주가조작 사태', 일명 '라덕연 게이트'로 불리는 사건이다.

라덕연 일당은 CFD 계좌를 악용해 장기간 통정거래를 통해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그간 시세 조종세력이 단기 차익을 위해 초단기 거래를 해 온 것과는 다른 형태다. 해당 사건으로 삼천리, 다우데이타, 하림지주, 대성홀딩스, 세방, 선광, 서울가스, 다올투자증권 등 종목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피해를 봤다.

CFD 서비스는 사건 발생 이후 일시 중단했다가 9월 초 재개됐다. 다만 금융당국은 CFD 서비스를 강도 높게 관리하기 시작하면서 증거금률 규제 등 각종 거래 문턱이 높아졌다. 이에 다수의 증권사에서 제공했던 CFD 서비스도 메리츠증권, 교보증권, 유진투자증권, 유안타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하나증권 등에서만 운영 중이다.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에  키움증권 대표까지 사임

'라덕연 게이트'가 발생한지 채 5개월이 지나지 않은 10월 18일 코스피 상장사 영풍제지(006740)와 그 최대주주인 대양금속(009190)이 급작스럽게 동반 하한가로 진입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퍼졌다.

영풍제지는 올해 들어 주가가 최대 730% 상승하는 등 우상향 그래프를 그렸는데, 검찰 조사 결과 이같은 오름세가 세력의 시세 조종의 영향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영풍제지 시세 조종에 가담한 일당을 체포했으며,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조사 과정 중 키움증권의 계좌가 집중적으로 활용된 것으로 파악돼 앞서 4월 무더기 하한가 사태로 홍역을 앓았던 키움증권이 다시 한번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당시 다른 증권사들이 영풍제지에 대한 증거금률을 100%로 상향 조정했던 것과 달리, 키움증권은 하한가 사태 당일까지 40%의 종목 증거금률을 유지했던 것이 발목을 잡았다. 해당 사건으로 키움증권은 4천억원 수준의 미수금을 추산했다. '라덕연 사태'에 이어 영풍제지 사태에 휘말린 키움증권이 리스크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로 인해 키움증권은 김익래 전 회장의 사퇴에 이어 황현순 대표 또한 직을 내려놨다.

◆라임·옵티머스 CEO 제재, 4년 만에 마무리

지난 4년간 금융투자업계를 짓누른 라임·옵티머스 펀드 환매 관련 CEO 제재가 올해 마무리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말 정례회의를 열고, 박정림 KB증권 사장에 3개월 직무정지 처분을 결정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문책 경고를 받았으며,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은 주의적 경고를 받았다.

박정림 KB증권 대표는 직무정지 제재가 확정되면서 향후 대표 연임이 어려워진 반면,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은 당초 제재 수준보다 한 단계 낮은 주의적 경고를 받았다. 직무정지의 경우 금융사 임원 취업 제한 4년에 해당하는 중징계다. 당사자에게 해당 조치가 통보되는 날부터 임원 취업제한 기간이 가산된다.

KB증권 역시 대규모 인사 교체를 피하기 어려워졌다. 다만 박정림 KB증권 대표와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는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에 나섰다. 현재 법원은 박 대표가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해 향후 박 대표의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합동수사팀이 주가조작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 투자컨설팅업체 H사 라덕연 대표 및 측근 변모씨와 안모씨를 체포한 9일 양천구 서울남부지검의 모습.[출처=연합]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합동수사팀이 주가조작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 투자컨설팅업체 H사 라덕연 대표 및 측근 변모씨와 안모씨를 체포한 9일 양천구 서울남부지검의 모습.[출처=연합]

◆신뢰잃은 증권가에 들이닥친 강도 높은 수사 

증권가는 올해 이례적인 동시다발 수사 및 검사에 몸살을 앓았다. 특히 10대 대형 증권 중 검찰의 압수수색, 금융감독원의 검사,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피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는 2019년 발생한 라임펀드 환매 사태에 이어 국고채 담합 의혹, 채권형 랩·신탁상품 불건전 영업 관행, 무더기 주가폭락, CFD 운용 실태 등 사안 무더기로 드러나면서 관련 추가 조사 또한 심화됐다. 추가 조사는 여러가지 불건전 행위 적발로 이어졌다.

대표적으로 금감원이 이달 발표한 채권형 랩·신탁 조사 결과는 9개 증권사 운용역은 불법 자전거래를 활용해 고객 계좌간 손익을 이전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중 일부 증권사는 고유 자산을 활용해 고객의 투자 손실을 보전하기도 했는데, 이들 중 경영진의 관리 감독이 소홀했던 곳은 CEO 중징계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다음달부터 관련 제재심의위원회 절차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불법공매도 적발에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 금지

금융 당국이 올해 104건의 증권 불공정거래 행위를 행정 조치하면서 불법 공매도에 대해서는 360억 원의 과징금을 징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불법 공매도로 시장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자 금융당국에서는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 금지라는 최후의 카드를 내놨다. 이번 공매도 금지 기간은 내년 6월 30일까지다. 다만 주식 시장조성자의 시장조성 목적, 주식 유동성공급자의 유동성공급 목적 등에 한해 예외적으로 차입공매도를 허용했다.

◆테마주 열풍에 증시과열…묻지마 투자 위험

올해 거래대금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8개가 에코프로, 포스코홀딩스 등 배터리 관련주였을 정도다. 특히 기술성장 중심 코스닥시장에서 일반 전기전자 업종이 107.7% 상승하며 압도적인 강세를 보였다. 투자자 관심이 과열되면서 투자경고 종목 지정 건수도 지난해 143건에서 올해 224건으로 껑충 뛰었다. 3, 4월에는 2차전지 관련 기업, 8월에는 초전도체 테마주, 연말엔 정치 테마주가 대거 포함됐다. 테마주 열풍은 각종 묻지마 투자를 야기시켰다. 문제는 단기 수익을 노리는 이들이 투자경고 종목까지 몰리면서  고점에서 더 고점으로 급등하는 이상 현상까지 발생했다. 

삼성증권 외관 [출처=삼성증권]
삼성증권 외관 [출처=삼성증권]

◆국내 ETF 순자산 100조원 시대

국내 ETF가 시장 규모 100조원을 돌파했다. 한국거래소는 국내 ETF 시장이 2023년 6월 29일자로 운용자산(AUM) 총액 100조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첫 발을 뗀 지 21년 여만이다. ETF는 시장 개설 초기 투자자에게 익숙하지 않았지만, 2022년 말 기준 국민 17명 중 1명이 투자하는 친근한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분산투자, 낮은 비용, 거래 편의성 등 ETF 고유의 장점을 바탕으로 개인, 기관, 외국인 투자자의 다양한 투자수요를 충족하는 상품이 지속적으로 공급됐다.

◆연이은 사건사고에 장수 CEO도 '물갈이'

올해 증권사는 연말인사에서는 장수 CEO들도 살아남지 못했다. '세대교체' 키워드를 내세워 장기간 대표직을 수행해 온 인물마저 일선을 떠나는 모습이 이어졌다. 가장 먼저 인사에 나선 미래에셋증권이 '2세대 경영진'을 내세우며, 뒤이어 인사를 단행한 메리츠,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등도 대표 교체를 단행했다. 먼저 미래에셋그룹 창립 멤버였던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전 회장은 용퇴했으며, 김미섭·허선호 부회장이 선임됐다.

장수 CEO였던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과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도 일선에서 물러났다. 메리츠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각각 장원재, 김성환 사장을 선임했다. 비교적 호실적을 보여준 삼성증권 역시 6년간 자리를 지켰던 장석훈 사장이 떠났고,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의 박종문 사장이 새로 내정됐다. 키움증권도 황현순 사장에서 엄주성 사장으로 대표를 교체했다.

◆사라진 '1조클럽' 영광…보수적 삼성증권만 '웃음'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가 1조원을 넘는 국내 증권사는 전무한 상황이다. 각종 사건사고에 이어 대체투자 평가손실 인식, 증시 부진 등이 겹치면서 공격적인 사업활동을 감행했던 증권사일수록 힘든 한해를 보냈다. 실제 리테일에 강점을 보유한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에 대규모 미수금이 발생하며 7000억원 수준의 영업익을 거둘 것으로 예측됐다.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도 올해 5000~7000억원 안팎의 영업익을 내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삼성증권의 경우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와 리테일 수입으로 증권사 중 유일하게 나쁘지 않은 영업기조를 유지했다. 허나 삼성증권도 올해 1조클럽의 영광은 누리지 못할 전망이다. 증권사 중 실적 1위가 유력하나 영업이익이 9000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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