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그룹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인물은 임주현 사장(49)이다. 임 사장은 고 임성기 회장의 장녀로 지난 7월 핵심 보직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 실장으로 임명됐다. 임 실장이 임명된 지 4개월여 후 한미약품 연구개발(R&D) 기조가 완전히 바뀐다. R&D 중심을 질환 타깃으로 개편한 것이다. ‘바이오’와 ‘합성’으로 이분화됐던 팀을 ‘질환’ 중심으로 180도 틀었다. 한미약품은 이러한 배경으로 “전 세계 의학적 미충족 수요(unmet needs)가 큰 질환을 중심으로 변경됨에 따른 R&D 센터 조직 변경”이라고 설명했다. R&D 조직 변경을 주도한 인물이 임 실장이다. 임 실장이 내부 리더십 재편 이어 대대적인 R&D 조직개편에 착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이번 조직개편으로 첫 프로젝트인 한미 비만 파이프라인 H.O.P(Hanmi Obesity Pipeline)의 신약개발 연구인력을 확대했다.
비만 파이프라인은 임주현 사장이 전략기획실장으로 부임한 후 처음 발표한 신약개발 과제다. 한미 R&D센터와 신제품개발본부, 전략마케팅팀, 평택 바이오플랜트, 팔탄 제제 연구소, 한미정밀화학 연구진이 전사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단백질, 펩타이드, 제제 기술, 디지털 치료제를 이용한 비만 치료에서부터 양질의 체중 관리에 이르는 전주기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비만 치료제로 개발 중인 에페글레나타이드와 비만 치료용 삼중작용제(LA-GLP·GIP·GCG) 등 5종의 후보물질이 포함됐다.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의 당뇨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지난달 비만 치료제로 국내 임상 3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오는 2027년 상용화하는 게 목표다.
한미그룹은 임주현 사장을 전략기획실장으로 보내면서 임원진을 대거 물갈이했다. 지난 25년간 한미 R&D센터를 맡아 온 서귀현 부사장이 퇴임했고, 팔탄 제제연구센터장을 맡았던 김용일 상무도 용퇴했다. 한미헬스케어 사업 부문 대표를 맡았던 박준석 부사장도 지난해 한미사이언스와 합병이 마무리되면서 퇴사했다. 임주현 라인으로는 바이오신약 부문을 총괄하던 최인영 상무가 지난 9월부터 R&D센터장으로 부임, 이번 조직개편을 함께 주도했다. 최 센터장은 25년간 R&D 센터에서 한미약품 바이오신약 핵심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를 적용하는 등 바이오신약 개발을 이끌어온 인물이다. 임 실장이 전사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비만 프로젝트 전면에 나서면서 그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전략기획실장 임기를 시작한 지 이제 반년. R&D 조직개편 후 선택한 비만 치료제 상용화 성적에 따라 임 실장의 리더십 ‘빛과 그림자’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위키리크스한국=조 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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