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외국인과 결혼하려면 연소득 6400만원 입증해야”...영국 비자 발급 개정 논란
[월드 프리즘] “외국인과 결혼하려면 연소득 6400만원 입증해야”...영국 비자 발급 개정 논란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12.17 06:41
  • 수정 2023.12.17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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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ATI]
[사진 = ATI]

국제결혼을 하려는 영국인들은 내년 4월부터 연간 45,200유로(한화 약 6400만원)의 소득을 입증해야 한다고, 16일(현지 시각) 유로뉴스가 보도했다.

영국 정부가 외국인과의 결혼을 사실상 가로막는 조치를 내놓자 국제결혼을 고려 중인 영국인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 사회 운동가는 유로뉴스에 “정부는 외국인과 사랑에 ​​빠진 영국 시민의 권리를 짓밟고 있다”고 주장했다.

“말도 안되는 조치입니다. 정부가 사람들의 삶에서 가장 사적인 영역에 개입하는 겁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 당신이 사는 곳...정부는 이런 것들을 통제하려 하는 겁니다.”

캐서린 워드는 이렇게 분개했다.

이번 조치에 영향을 받는 수만 명의 영국인과 마찬가지로 캐서린도 정부가 발표한 새로운 가족비자 규정의 영향을 받게 되었다.

2024년 4월부터 영국 시민 또는 영국에 이미 정착한 사람들은 해외 파트너와 영국에서 함께 살기 위해서는 연 38,700파운드(45,233유로)의 소득을 입증해야 한다. 

영국 국세청(HM Revenue and Customs) 자료에 따르면 영국인의 27%만이 이 금액 이상을 벌고 있다. 

캐서린과 요르단 출신의 파트너는 런던에서 함께 살고 있다. 그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발발하자 캐서린의 노부모를 케어하기 위해 영국에 왔지만, 이제 캐서린은 두 사람의 공동 소득이 기준액을 충족하지 못할까 봐 노심초사하는 처지가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그녀의 직업이 불안정해 이 커플은 별거하거나 둘 다 요르단으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르는 암울한 전망에 직면해 있다. 

그나마 캐서린은 둘 사이에 자녀가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유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정책 변경 소식을 접하고 매일 일에 집중하지도 못하고 눈물로 보내는 등 자신이 얼마나 절박한 처지에 빠지게 되었는지를 자세하게 호소했다. 

“몇 달 동안 사태의 진전을 조마조마 지켜보는 심정에 대해 상상해보신 적이 있나요?” 

캐서린은 그녀의 요르단 출신 파트너가 영국행을 결심하기까지 많은 희생을 감내했기 때문에 이번 정부의 조치는 그에게 엄청난 타격을 미쳤고, 영국의 이미지에 먹칠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정치인들은 외국 국적의 이주자들이 영국에 해를 끼치는 존재들이라는 메시지를 계속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거짓말이 먹혀드는 것 같습니다.”

‘反난민 정책’ 발표하는 수낵 총리 :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지난 3월 7일(현지 시각)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실에서 ‘보트를 멈춰라(STOP THE BOATS)’라는 구호가 적힌 단상에 올라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는 강경 반난민 정책을 발표한 뒤 기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反난민 정책’ 발표하는 수낵 총리 :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지난 3월 7일(현지 시각)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실에서 ‘보트를 멈춰라(STOP THE BOATS)’라는 구호가 적힌 단상에 올라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는 강경 반난민 정책을 발표한 뒤 기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영국 보수당 정부는 최근 몇 년 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외국인의 순 유입(net migration)을 줄이기 위한 여러 조치의 일환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는 방침 변화를 발표했다. 관련 장관들은 이 조치가 자립 가능한 가구들을 장려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조치로 저소득층 가족들이 강제 추방되거나 헤어지게 된다면 이는 결혼과 가족과 같은 전통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우파 보수당의 주장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캐서린은 주장했다.

관련자들은 이 규정이 영국인들의 국제결혼을 사실상 금지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영국 인구의 73%가 이 소득 기준을 충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영국의 독립 뉴스 매체인 오픈디마크러시(openDemocracy)에 따르면 정부는 최소 소득 요건을 낮추어야 한다는 ‘이민 자문 위원회’의 권고를 무시함과 아울러 이민자들이 영국에 어떤 이익을 가져다주는지도 간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측통들은 새로 마련된 소득 기준이 18,600파운드에서 38,700파운드로 증가함에 따라 영국에서의 국제결혼은 이제 고소득자들의 전유물이 되게 되었다고 지적한다.

영국에 본부를 둔 이주민 권리 단체인 ‘프락시스(Praxis)’의 조세핀 휘태커-일마즈 정책 및 공공 업무 담당자는 “당신의 사랑이 당신의 수입에 달리게 된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무엇을 의미하는 건가요?”라고 한탄했다.

“이번 조치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입니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4월 영국 정규직 근로자의 연평균 소득은 34,963파운드(40,867유로)였다.

가족비자 정책의 변경으로 정부는 연간 순 이민이 1만 명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23년 6월까지 지난 12개월 동안 가족비자로 영국에 유입된 인구는 39,000명을 기록했다.

‘프락시스(Praxis)’의 조세핀 휘태커-일마즈 정책 및 공공 업무 담당자는 이번 정책 변경은 인간을 존중하지 못하는 정책의 전형적 사례라고 주장하며 이 정책이 특히 부모와 헤어질 수밖에 없게 된 어린이들의 정신 건강에 “매우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이번 조치로 비자 갱신이 어려운 사람들은 가족과 떨어지기보다는 불법 체류자로 남는 길을 선택할 수도 있다.

“정부는 외국인과 사랑에 ​​빠진 영국 시민의 권리를 순 이주를 줄이겠다는 목표라는 제단에 희생양으로 바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휘태커-일마즈는 이렇게 말했다.

한편 이번 조치는 1998년 제정된 ‘인권법’과 ‘유럽인권협약에 따른 가족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 

휘태커-일마즈는 이번 정책 변경이 저임금 계층의 여성과 젊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하면서 앞으로 몇 주, 몇 달 안에 취약 계층에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우려를 표명했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인간 기본권에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는 이번 조치에 무력감뿐만 아니라 진정한 분노를 표출하는 사람들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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