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보험업권 결산-손보] '新회계제도'와 '금리'로 점철된 한 해
[2023 보험업권 결산-손보] '新회계제도'와 '금리'로 점철된 한 해
  • 김수영 기자
  • 승인 2023.12.14 17:06
  • 수정 2023.12.14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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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보험업권에 일어난 일들은 대부분 회계제도 변경 및 금리 문제와 연관됐다. [출처=픽사베이]
올해 보험업권에 일어난 일들은 대부분 회계제도 변경 및 금리 문제와 연관됐다. [출처=픽사베이]

올해 보험업권에 일어난 일들은 대부분 회계 및 금리 문제와 결부된다. IFRS9 및 IFRS17 등 새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됐고, 연초부터 줄곧 채권시장 수익률이 상승하면서 보험사들의 평가손실이 크게 확대됐다. 물론 펫보험 등 새 먹거리 찾기에 나선 보험사들이나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등 별개로 일어난 일들도 있다. 한 해 동안 보험업권에서 벌어진 이슈들을 추려봤다. [편집자 주]


◆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

올해부터 기존 회계를 대체하는 새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됐다. 도입된 기준은 두 가지로, 금융자산에 대한 기준인 IFRS9과 보험부채에 대한 기준인 IFRS17이다. 준비 과정만 장장 10여년이 걸린 빅 이벤트였지만 대대적인 제도변경으로 보험사들은 상당한 혼란을 빚었다.

핵심적인 변경은 보험사가 인식하는 수익 기준의 변경이다. 기존 보험부채 회계(IFRS4)에서는 기간에 걸친 보험료 수익 전액을 당기에 인식하는 원가 측정 방식이 적용됐지만, IFRS17에선 기간에 따라 일정비율을 상각해 수익으로 인식하는 시가 측정 방식이 적용된다. 이에 따른 새 수익지표로 보험부채 구성항목 중 하나인 보험계약마진(CSM)이 부각됐다. 원수보험료 기준 CSM은 현재 그리고 당분간 보험사가 인식할 수 있는 수익지표가 되며 신계약 기준 CSM은 보험사가 장래에 인식할 수 있는 수익지표가 된다.

금융당국은 이를 통해 보험사들의 수익성 판단이 보다 정밀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자동차보험료 인하

2022년 코로나 확산에 따른 차량 운행 및 사고감소로 자동차보험을 비롯한 보험부문의 흑자가 이어지면서 손보사들은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요구했고 보험사들은 2.0~2.5% 가량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했다.

한편 올해도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견조한 실적을 이어가면서 금융당국은 상생금융의 일환으로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주문하고 있다. 당초 보험사들은 1~2% 수준의 보험료 인하를 검토 중이었지만 감독당국이 보다 높은 수준의 인하를 주문하면서 2~3% 가량 인하를 고민 중이다.

◆ 계리적 가정 및 예실차 논란

회계기준이 변경되면서 손보업권에는 계리적 가정 및 예실차 논란이 발생했다. IFRS17은 각 보험사들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경험적 통계를 바탕으로 향후 발생할 해지가정이나 손해율 등의 예측에 다소 폭넓은 자유를 허용했다.

하지만 몇몇 보험사들이 합리적 이유 없이 지나치게 낙관적 가정을 적용했다는 의심이 불거졌고 감독당국은 이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마련, 올 하반기부터 모두 적용토록 했다. 이에 주로 영향을 받은 것은 실손의료보험을 취급하는 손보사들이었다. 실손보험은 손해율이 매우 높은 상품군임에도 몇몇 손보사들은 합리적 이유 없이 장래 손해율이 100%로 수렴할 것이라 가정했고, 이에 따라 장래 발생할 손실(손해율)이 사라지면서 당기순익이 높아지는 결과로 나타났다.

◆ 채권시장 금리

전통적으로 보험사들은 보험부문에서 발생한 손실을 투자부문의 수익으로 메꿔왔다. 보험사들의 투자는 주로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행사되는데, 연초부터 지난 10월까지 채권수익률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대규모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채권가격과 수익률(금리)은 반비례 관계로, 수익률이 오르면 가격은 떨어진다. 기준금리가 올 2월을 마지막으로 줄곧 동결됐지만 채권시장 수익률은 꾸준히 오르며 보험사들이 보유한 채권자산의 가치(가격)가 하락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2월 3일 3.148%였던 국고채 10년물 수익률은 지난 10월 26일 연중 최고치인 4.392%까지 치솟았는데, 이 문제는 금융자산 기준인 IFRS9과 함께 보험사의 손익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

기존 금융자산 기준인 IAS39에서 평가가치 변동은 주로 자본에 영향을 미치고 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하지만 IFRS9에서는 기존 매도가능자산, 만기보유자산으로 분류되던 금융자산을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자산(FVPL),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자산(FVOCI), 상각후원가측정자산(AC)으로 구분하고, 금리부자산 일부를 FVPL로 편성토록 했다. 이에 따라 기존 자본(BS)에서 인식되던 자산 평가가치 변동은 손익(PL)에도 반영된다.

◆ 빨라진 '1조 시계'

손해율 감소와 더불어 회계전환 효과로 보험사들의 '1조 클럽' 진입 시기가 대폭 단축됐다.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등 대형 생보사들은 이미 상반기 순익이 5000억~8000억원 수준에서 형성됐고, 성장성에서 생보를 앞서기 시작한 손보사들은 상반기 중 1조원을 넘어선 곳도 있다. 삼성화재는 반기 순익이 1조원을 넘어섰고, DB손보·현대해상·KB손보·메리츠화재 등 상위권 손보사들 또한 상반기 중 5000억~9000억원 수준의 실적을 올렸다.

이는 보험사들의 손해율 감소와 함께 회계제도가 전환된 효과로 분석되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IFRS17은 보험사에 다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회계상 손익은 크게 확대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특히 이 손익은 단순한 회계상 숫자만 커진 것이 아니라 보험사들이 실제 그만한 자금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큰 틀에서 개인이 예금·주식·부동산에 돈을 넣었다가 비중을 조정하면서 이익을 내는 것과 유사하다”라며 “회계적 착시로 숫자만 늘고 실제 손익이 그에 미치지 못하는 건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 새 먹거리, 펫보험

손보사들이 새 먹거리로 펫보험을 낙점하고 관련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일찍이 시장에 참여한 메리츠화재를 선두로 삼성화재, DB손보, KB손보 등 대형사들은 속속 신상품을 내고 관련 업체와 제휴를 통해 영역을 확장 중이다.

정부 또한 ▲펫푸드 ▲펫헬스케어 ▲펫서비스 ▲펫테크를 4대 주력산업으로 선정하고 맞춤형 육성전략을 추진한다. 내년까지 관련 산업 성장 기반을 확보하고 특화기금을 조성해 투자를 유치하는 한편 관련 법률 제정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아직 국내 펫보험 시장 활성화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다면 활성화 시기를 더욱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보험-플랫폼社,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협약

보험업권과 핀테크업권이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22개 생보사와 18개 손보사, 11개 핀테크사 등 총 50여개가 협약에 참여하면서 소비자들은 이르면 내년부터 온라인 플랫폼에서 보험상품을 직접 비교해보고 추천받을 수 있게 된다.

다만 이 서비스와 관련해 업계 안팎의 우려도 적지 않다. 플랫폼 업체들이 중개 수수료를 받으면서 그 비용은 보험료로 전가되고 결국 소비자가 떠안게 될 것이란 우려와, 자동차보험 비교·추천까지 가능해지면서 기존 대면 채널 중심이던 설계사들까지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 실손 청구 간소화법 국회 본회의 통과

보험사들의 숙원사업 가운데 하나였던 실손의료보험금 청구 간소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지난 10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내년 10월 25일부터 소비자들의 실손보험금 청구 절차가 대폭 간소화 된다.

현재 실손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병·의원에서 진단 및 처방서류를 발급받은 뒤 직접 혹은 우편·팩스 등의 형식으로 보험사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내년 10월부터는 이같은 절차가 생략되고 진료·처방 받은 병·의원 및 약국에 요청만 하면 전자문서 형태로 보험사에 전달된다.

의료계의 반발로 번번이 좌절됐던 실손청구 간소화법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면서 금융당국은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후속조치에 나섰다.

다만 의료계는 여전히 반대입장을 표하고 있고, 중개기관 선정과 관련해서도 보험업계와 마찰을 빚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개정안에 대해 위헌소송을 예고한 상태다.

[위키리크스한국=김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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