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사법 무력화’에 제동을 건 이스라엘 대법원과 네타냐후의 처지
[월드 프리즘] ‘사법 무력화’에 제동을 건 이스라엘 대법원과 네타냐후의 처지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1.05 05:09
  • 수정 2024.01.0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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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현지 시각) 가자지구 북부를 방문한 베냐민 네타냐후(가운데) 이스라엘 총리가 군사 브리핑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가자지구 북부를 방문한 베냐민 네타냐후(가운데) 이스라엘 총리가 군사 브리핑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이스라엘 대법원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현 우파 정부가 추진한 사법부 무력화 관련 핵심 입법을 무효화 했다.

이스라엘 대법원은 지난 1일(이하 현지 시각) 대법관 15명이 전원 참여한 가운데 지난해 7월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가 가결한 ‘사법부 개정 기본법’을 8 대 7로 무효화했다.

이와 관련 CNN방송은 4일 이번 판결이 네타냐후에게 타격을 주겠지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점을 감안하면 그 충격파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순순히 받아들일 것이라는 분석 보도를 내보냈다.

모든 것은 타이밍에 달려 있다. 하마스의 테러 공격이 있은 지 3개월이 조금 안 된 새해 첫날, 이스라엘 대법원은 역사적인 판결을 내렸다.

대법관 15명 중 8 대 7로 가결된 판결에서 법원은, “합리성”을 내세워, 정부 결정을 취소할 수 있는 법원의 권한을 무력화하려던, 논란 많은 ‘기본법 개정안(Basic Law)’을 좌절시켰다.

이번 결정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법원이 비공식 헌법 역할을 하는 이스라엘 기본법들(Basic Laws) 중 하나를 폐기하거나 그 개정안을 폐기한 적은 이전에 한 번도 없었다. 

대법원은 이번 결정을 내리면서 그 이유는 이 법이 민주주의 국가인 이스라엘의 정통성에 “심각하고 전례 없는” 타격을 가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이스라엘 사법부는 과거 탈세 혐의자가 내각에 재임하지 못하도록 막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정부 결정에 반대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유지하게 되었다.

평소라면 이번 결정은 헌법적 위기를 촉발했거나 그보다 더 심각한 상황을 유발했을 수도 있다.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의 정치학 교수인 루벤 하잔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하마스 전쟁이 없었다면 내란 수준의 혼란이 있었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대법원에서 불리한 판결이 나올 경우 이를 따를 것인지 묻는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었다. 이제 정말로 그런 판결이 나왔는데, 원래 호전적인 총리임에도 불구하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나는 그에게는 이번 판결에 대응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스라엘 방송 ‘채널 12’의 수석 정치 분석가인 아미트 세갈은 이렇게 분석했다.

지난달 16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들의 가족과 지지자들이 인질 석방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달 16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들의 가족과 지지자들이 인질 석방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전쟁 전이었다면 네타냐후의 지지 기반인, 벤 그비르 안보장관이나 브살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 같은 극우 세력들이 그에게 저항하라고 충동질을 했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전쟁 중이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고, 전쟁이 끝나면 이 문제는 흐지부지될 것입니다.”

이스라엘 사법 시스템에 변화를 꾀하려는 시도는 네타냐후 총리의 핵심 정책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판결은 네타냐후 개인에게나 그가 이끄는 극우 연정의 분열적인 정책에 대한 타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정치 평론가 아미트 세갈의 말처럼 네타냐후에게는 지금 더 큰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안보 전문가(Mr. Security)’라는 그의 명성이 산산조각이 난 것이다.

그는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와의 전쟁을 진두지휘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고도 싸우고 있다. ‘채널 13’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내일 선거가 치러진다면 그는 직위를 잃게 될 것이다.

따라서 네타냐후의 법무부 장관이자 사법 개정 계획의 설계자인 야리브 레빈이 뭔가 말을 해야 하는 차례가 되었다. 그러나 그는 이번 결정의 시기를 문제 삼으며 이 결정이 현 상황에서 국가의 단결을 해친다고 비난할 뿐이었다.

“네타냐후 정부는 이번 판결을 위기로 받아들이는 대신 꾹 참고 전쟁을 수행해나가면서 여론의 분열을 막으려 노력할 것입니다.”

루벤 하잔 교수는 이렇게 예견했다.

한편, 이번 판결은 사법 개정에 반대하는 세력이 더 이상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현재 전쟁 내각에 소속된 야권 연대인 ‘국민연합(National Unity)’의 지도자인 베니 간츠는 대법원의 결정은 존중되어야 하며, 이스라엘은 작년의 상처를 다시 건드리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형제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모두는 운명공동체입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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