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에콰도르는 어쩌다가 이렇게 폭력적인 국가가 되었나?
[월드 프리즘] 에콰도르는 어쩌다가 이렇게 폭력적인 국가가 되었나?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1.13 06:42
  • 수정 2024.01.13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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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단의 방송국 점거 장면 [사진 = 연합뉴스]
갱단의 방송국 점거 장면 [사진 = 연합뉴스]

남미 에콰도르 도심 곳곳에서 폭력과 테러 행위를 일삼으며 현지를 무법천지로 만들더니 급기야 방송국까지 점거한 폭력조직들에 대해 국제사회가 일제히 규탄하고 나섰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0일(현지시간) 에콰도르의 폭력적 상황과 그에 따른 국민의 피폐한 삶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이 전했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은 에콰도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폭력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에콰도르 정부와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11일(현지 시각) CNN방송은 한때 ‘평화의 섬’이라고 불리면서 관광객들을 끌어모으던 에콰도르가 어쩌다가 이렇게 폭력이 난무하는 나라가 되었는지에 대해 보도했다.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에콰도르의 치안 상황은 이번 주 생방송 중에 폭발물로 무장한 괴한들이 TV 방송국을 습격하면서 정점으로 치달았다.

에콰도르는 갱단들에 의한 폭발, 경찰 납치, 교도소 소란 등으로 나라가 흔들리고 있으며, 당국은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번 폭력 사태를 촉발한 즉각적인 계기는 에콰도르의 가장 강력한 마약왕 중 한 사람의 감옥 탈출이었지만, 이 나라에서는 수년간 불안이 사라지지를 않고 커져 왔다. 오늘날 에콰도르가 폭력 천지가 된 원인을 다음 몇 가지로 짚어봤다.

에콰도르에 폭력이 만연하게 된 이유

갈라파고스제도를 보유하고 관광객들의 달러를 쓸어 담던 에콰도르는, 세계 최대의 코카인 생산국인 페루와 콜롬비아 사이에 자리잡고, 한때 ‘평화의 섬(island of peace)’으로까지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깊은 곳에 자리잡은 에콰도르의 항구들은 이곳을 미국과 유럽의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코카인의 주요 중간 기착지로 만들었다. 그리고 달러화된 경제로 인해 이 나라는 돈세탁을 원하는 마약밀매업자들에게 전략적 거점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에콰도르 갱단은 멕시코 카르텔, 브라질 도시 갱단, 심지어 알바니아 마피아 조직 등의 외국 범죄 조직과 연계하면서 갈등을 지속적으로 부채질하고 있다.

에콰도르 내에서 경쟁하는 범죄 조직들은 마약 밀매 경로를 장악하기 위해 거리와 교도소에서 공개적으로 잔인한 폭력을 행사해 왔다.

교도소들은 오랫동안 에콰도르의 주요 폭력 무대였다. 에콰도르 당국에 따르면 보안군은, 수감자들이 밀집된 교도소를 장악하고 연락망을 가동하는 갱단들과 맞서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안군과 정규군은 장비와 훈련 및 전략 부족으로 국가 내 범죄 집단의 증가에 대해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부패 혐의는 에콰도르의 사법 및 보안 시스템에서도 소용돌이치고 있다. 2022년 미국은 마약 밀매와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에콰도르 국가보안군 고위 장교와 여러 판사, 변호사의 비자를 취소했다.

과거에도 기예르모 라소 전임 대통령은 악화하는 치안 상황에 직면해 여러 가지 비상사태를 선포했지만, 유혈사태를 막는 데는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

그 결과 치솟는 범죄에 대한 국민의 광범위한 불만으로 인해 라소의 인기가 급락하자 그는 2023년 8월 20일에 중간선거를 실시했다.

당시 중간선거 기간 벌어진 폭력 사태로 대선 후보 페르난도 비야비센시오를 비롯한 지역 정치인들이 살해되면서 조직범죄 집단이 국가의 정책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폭력을 행사하고 있음이 입증되는 등 폭력이 노골적으로 정치에까지 얼굴을 내밀게 되었다.

다니엘 노보아 신임 대통령은 중간선거에서 치솟는 범죄를 근절하겠다는 공약으로 지난해 결선투표까지 치르며 승리했지만 폭력으로 인한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내를 경비 중인 보안군 [사진 = 연합뉴스]
시내를 경비 중인 보안군 [사진 = 연합뉴스]

이번 주 폭력이 더욱 상승작용을 일으킨 원인은 무엇인가?

이번 주 폭력의 원인은 유명 갱단 두목인 아돌포 ‘피토(Fito)’ 마시아스가 지난 일요일 과야킬 교도소에서 탈출한 데에서 비롯되었다.

‘인사이트 범죄 연구 센터(InSight Crime research center)’에 따르면 마시아스는 에콰도르에서 가장 폭력적인 갱단 중 하나인 ‘로스 꼬네로스(Los Choneros)’의 두목이다. ‘로스 꼬네로스’는 멕시코와 미국으로 넘어가는 해상 마약 밀매와 연관되어 있으며 멕시코의 ‘시날로아 카르텔(Sinaloa cartel)’ 및 콜롬비아의 ‘올리베르 시니스테라 전선(Oliver Sinisterra Front)’과 협력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피토(Fito)는 2011년 마약 밀매와 살인 등의 범죄로 34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피토의 탈출 뒤 노보아 대통령은 전국적인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그를 찾기 위해 3,000명 이상의 경찰과 군대를 투입했다.

피토의 탈출과 대통령의 비상사태 선포 이후, 지난 일요일 에콰도르 내 최소 6개 교도소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이후 범죄 집단은 탄압에 맞서 힘을 과시하기 위해 일련의 폭력적인 공격에 착수했다.

그 결과 에콰도르 최대 도시이자 가장 위험한 도시인 과야킬에서만 최소 8명이 사망하고 여러 명의 경찰관이 납치되었다.

경찰은 경찰서에 난입해 총기와 수류탄을 털어간 혐의로 13명을 체포했다.

정부의 대응은?

노보아 대통령은 국가 ‘내란’ 수준에 준하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보안군에게 폭력의 책임이 있는 여러 범죄 집단을 ‘무력화’하라고 명령했다. 그는 지난 월요일 비상사태가 60일 동안 지속될 것이며, 밤 11시부터 오전 5시까지 야간 통행금지를 부과하면서 보안군에게는 모든 정치적, 법적 지원이 부여된다고 덧붙였다.

노보아 대통령은 또한 보안군에게 교도소 시스템을 회복하기 위해 통제권을 부여했다고 밝히면서 “최근 몇 년 동안 교도소 시스템이 무법천지가 되었다”고 강조했다.

에콰도르군의 하이메 벨라 에라조 참모총장은 화요일 무장 단체에 “굴복하거나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면서 “우리나라의 미래가 위태롭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순간부터 앞서 언급한 긴급 명령에서 확인된 모든 테러리스트 집단은 군사 표적이 됐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이웃 국가들에도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웃 국가인 콜롬비아와 페루는 에콰도르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으며, 노보아 정부의 질서 회복을 지지했다.

페루 관리들은 에콰도르와의 북부 국경 전체에 비상사태를 선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페루 내무장관도 경찰에 국경 보안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고 내무부는 밝혔다.

미 국무부 관리는 X(트위터)에 게재한 성명에서 미국은 에콰도르 국민의 편에 서며 “에콰도르 정부에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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