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모스크 터에 지어진 힌두교 사원 준공식을 앞둔 인도 무슬림들의 불안
[월드 프리즘] 모스크 터에 지어진 힌두교 사원 준공식을 앞둔 인도 무슬림들의 불안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1.22 06:32
  • 수정 2024.01.22 0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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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6일 인도 뭄바이에서 무슬림들이 방송 토론에서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비하하는 발언을 한 인도인민당(BJP)의 누푸르 샤르마 대변인을 체포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 2022년 6월6일 인도 뭄바이에서 무슬림들이 방송 토론에서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비하하는 발언을 한 인도인민당(BJP)의 누푸르 샤르마 대변인을 체포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까지 참석하는, 수백만 달러 규모의 새로운 힌두교 사원 준공식을 앞두고 힌두교도가 대부분인 힌두 도시 아요디아(Ayodhya)의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힌두교를 상징하는 주황색(saffron) 깃발들이 이 도시를 수놓고 있다.

그러나 무슬림인 마울라나 바드샤 칸(65)은 아요디아의 50만 무슬림들과 마찬가지로 집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0여 년 전 힌두 민족주의자들이 16세기에 지어진 모스크인 바브리 마스지드(Babri Masjid)를 파괴하기 시작하면서 전국적인 폭동으로 번졌던 종교 폭력이 다시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CNN방송은 21일(현지 시각), 인도의 모디 총리가 파괴된 바브리 마스지드 모스크 터에 지어진 초호화 힌두 사원인 ‘람 잔마부미 만디르(Ram Janmabhoomi Mandir)’의 공식 준공 테이프를 끊는 행사를 앞두고 인도 무슬림들이 좌절과 분노에 휩싸여있다고 보도했다. 분석가들은 ‘람 만디르’ 힌두 사원의 건립을 힌두 민족주의 야망을 상징하는 기념비라고까지 평하기도 한다.

무슬림인 마울라나 바드샤 칸은 이번 준공식이 모디 총리의 인도인민당(BJP) 통치 하에서 인도 무슬림들이 어떻게 소외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행사라고 주장했다.

“비록 우리가 기가 죽어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바브리 마스지드(Babri Masjid) 모스크의 파괴가 남긴 상처는 절대로 치유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 힌두교 사원의 준공은 이른바 새로운 인도 치하에 놓인 무슬림들의 위치를 확인시켜주는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공포와 불안

힌두 사원 준공식에 직접 참석하기 위해 인도 전국 각지에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유명 정치인을 포함해 7,000명 이상이 아요디아에 초대되었다. 그리고 수만 명의 독실한 힌두교도들이 사원 내부에 꽃과 선물을 바치기 위해 이 작은 도시로 집결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인파가 몰리는 한편에서는 아요디아의 무슬림들이 불안감에 떨며 숨을 죽이고 있다.

지역 종교 단체 대표인 아잠 카드리(39)는 1992년 폭력 사태를 겪은 사람들은 몰려드는 외부인들을 공포에 떨며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외부에서 사람들이 몰려들 때마다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종교 폭력의 피해를 경험한 사람들은 또 다시 금품이나 신분증 등을 빼앗길까 봐 떨고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분위기를 전했다.

1992년 폭력 사태로 친척 두 명을 잃은 하지 마부브는 현지 무슬림들은 흥분한 군중들이 또 다시 사람들을 자극하고 폭력 사태를 유발할까 봐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무슬림을 아요디아에서 추방하거나 힌두 민족주의 국가(Hindu Rashtra)의 수립을 외칠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마부부는 현지 무슬림 공동체 사이에서는 절망감이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2019년에 인도 대법원이 아요디아의 분쟁 지역에 힌두교 사원을 지을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을 때 많은 무슬림들은 종교 분쟁이 일단락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힌두교도들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전국의 더 많은 모스크를 표적으로 삼아 모스크 철거 캠페인을 벌였다.

“힌두교도들은 우리를 참을 수 없고, 우리를 봐주지도 못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도대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그는 이렇게 반문했다.

힌두·무슬림 충돌과정서 약탈된 인도 구루그람의 재활용품점 [사진 = 연합뉴스]
지난해 8월 힌두·무슬림 충돌과정서 약탈된 인도 구루그람의 재활용품점 [사진 = 연합뉴스]

 

힌두 민족주의의 대두

모디 총리는 2014년 인도 경제를 개혁하고 새로운 개발 시대를 열겠다는 공약으로 집권했지만, 그는 한편으로 인도가 힌두교의 땅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 이념인 ‘힌두트바(Hindutva)’ 어젠다도 함께 강력히 추진했다.

많은 주에서 이종(異宗) 커플의 결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힌두교에서 신성시하는 소의 도살과 운송을 금지하는 법률을 포함해, 무슬림 차별법이라고 비판받는, ‘힌두트바’에 뿌리를 둔 법안이 통과됐다.

그리고 모디 총리는 더럽혀진 모스크 부지에 ‘람 잔마부미 만디르’를 건립하겠다는 공약을 이행하면서 이 행사가 올 봄 선거에서 인도 민주주의에서는 이례적으로 그에게 세 번째 연임을 안겨주는 데 큰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1992년의 모스크 파괴를 촉발한 종교 폭력을 다룬 책 『파괴와 심판(The Demolition and the Verdict)』의 저자인 언론인 닐란잔 무코파디야이는 모디 총리가 월요일 축제를 주관하기로 한 결정은 인도의 힌두교 헤게모니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모디 총리가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인도에서 국가와 종교 사이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주장했다.

무코파디야이는 또 무슬림들은 이 행사를 축하할 감정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는 무슬림들이 기차로 여행하지 말 것, 혼자 자동차를 운전하지 말 것, 무슬림을 나타내는 옷을 입지 말 것 등을 서로에게 조언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인도 무슬림들 사이에는 엄청난 좌절과 공포가 자리잡고 있을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하지만 집권 인도인민당(BJP)의 대변인 날린 콜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인도에서 무슬림들은 소외받고 있지 않으며 람 만디르 준공식은 “그들도 축하할 일”이라고 말했다.

“모디 총리 정부 정책에서 어떤 계획이나 프로그램도 종교, 계급, 지역을 근거로 인도 국민을 차별하지 않습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새로운 모스크

바브리 마스지드(Babri Masjid) 모스크가 파괴된 뒤 몇 년 동안 그 부지에 람 만디르 힌두 사원을 세우자는 힌두 민족주의자들의 운동이 펼쳐지면서 자유주의 성향의 인도인들 사이에는 더 끔찍한 종파간 폭력이 발생하지나 않을까 우려가 사라지지 않았다.

람 만디르 건립의 길을 열어준 2019년 법원 판결은 무슬림들도 단니푸르(Dhannipur)에서 또 다른 모스크를 지을 수 있다는 평결도 함께 내렸었다. 그러나 단니푸르는 람 만디르 사원에서 약 25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이다.

대법원에서 바브리 모스크를 위해 싸운 청원자 중 한 명인 하지 마부브는, 대부분의 아요디야 무슬림들에게 다른 고장이나 마찬가지인 단니푸르에 새로운 모스크를 건립하라는 것은 절대로 마음을 위로해주는 판결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들이 바브리가 서 있던 곳 인근에 새로운 모스크를 짓도록 했다면 우리는 우리가 부당한 탄압을 받는다고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새로 할당된 땅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고, 아직 공사가 시작되지도 않았습니다. 도대체 우리가 무슨 말을 해야 할까요?”

한편, 지난해 말 집권 BJP당 소속 아라파트 샤이크 의원이 새로운 모스크 건설을 이끌도록 임명됐다. 그는 CNN에 자신은 이 역할을 맡기 전에는 아요디아에 한 번도 발을 디딘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건물 설계에 대한 견해 차이로 모스크 건립이 지연되고 있지만, 새 모스크는 인도에서 처음으로 5개의 첨탑을 갖춘 독특한 모스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샤이크 의원은 모스크와 함께 교육 기관을 위한 추가 토지, 채식 전문 식당, 그리고 21피트 길이의 주황색 꾸란도 갖추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주황색(saffron)은 힌두교를 상징하는 색으로 최근 인도에서는 점점 더 정치화되고 힌두 우파 민족주의자들이 전유물처럼 내세우는 색깔이 되고 있다.

샤이크는 수피교도의 성자인 가리브 나와즈도 주황색을 숭배했기 때문에 이 색상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두 공동체가 더 가까워질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지난 2020년 2월 26일 인도 수도 뉴델리 북부의 한 마을에서 소방관들이 시민권법을 두고 힌두 민족주의 세력과 무슬림 집단의 폭력충돌로 불타버린 집과 자동차들을 돌아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 2020년 2월 26일 인도 수도 뉴델리 북부의 한 마을에서 소방관들이 시민권법을 두고 힌두 민족주의 세력과 무슬림 집단의 폭력충돌로 불타버린 집과 자동차들을 돌아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끊이지 않는 갈등

우파 힌두 민족주의 단체들은 ‘람 잔마부미 만디르’ 힌두 사원의 개관이야말로 새로운 힌두 국가의 상징이라고 말한다.

“무굴제국이 우리를 바꾸려 했고, 영국인들도 우리를 바꾸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러나 람 만디르 사원의 개관은 우리의 힌두교 전통과 신념이 꺾이지 않았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새로운 인도에서는 힌두 문명이 부활하게 될 것입니다.” 

우익 비슈와 힌두 파리샤드(Vishwa Hindu Parishad) 그룹의 대변인 비노드 반살은 이렇게 주장했다.

집권 BJP당의 모조직인 라쉬트리아 스와얌세바크 상(Rashtriya Swayamsevak Sangh)의 지역 대표인 마한트 자이람 다스는 이슬람 모스크가 아요디아에 건립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대신 이를 건설하려면 “전쟁을 각오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우디아라비아나 파키스탄 같이 무슬림이 지배하는 나라로 가면 되잖아요. 왜 인도에 이런 모스크를 짓나요?” 

그는 이렇게 말했다.

1992년 폭력 사태를 피해 지역 경찰서에서 이틀 밤을 보냈을 당시 겨우 9살이었던 하산 알리에게는 작금의 종파간 분열이 뚜렷하게 보인다.

“1992년에는 현지 힌두교도와 무슬림이 서로 도와주었다는 이야기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사람들에게 증오가 더욱 자라게 되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이상 자기를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습니다. 서로의 마음속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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