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北 도발에 신중론 선회…육상 완충구역 내 훈련 재개 잠정 보류
군, 北 도발에 신중론 선회…육상 완충구역 내 훈련 재개 잠정 보류
  • 강정욱 기자
  • 승인 2024.01.28 11:30
  • 수정 2024.01.28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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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 시행 시 한반도 군사적 긴장감 높아질 수 있어
행동 대 행동 원칙 준수·美 태도 감안해 태도 변한 듯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안포 사격을 실시한 지난 5일 연평도에서 우리 군 K9 자주포가 해상사격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출처=연합뉴스]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안포 사격을 실시한 지난 5일 연평도에서 우리 군 K9 자주포가 해상사격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출처=연합뉴스]

북한의 무력 도발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군 당국이 28일 육상 적대행위 중단구역(완충 구역)에서의 훈련 재개를 잠정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북한이 작년 11월 9·19 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하고 올해 초부터 해상 완충 구역 내 포 사격을 실시하며 위협하고 있지만 육상 완충구역 내 도발은 없었던 것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군의 한 소식통은 이날 "당초 2월 중 육상 완충구역 내 포병 사격을 검토했지만, 시간을 갖고 대응하기 위해 잠정 보류했다"고 말했다.

당초 우리 군의 입장과는 달라진 것이다. 지난 8일 군 당국은 북한이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 완충구역에 포병 사격을 하자 육상 완충구역 내 훈련을 재개하겠다고 맞불을 논 바 있다.

태도가 변화한 것은 북한에 도발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북한군은 아직 군사분계선(MDL) 5㎞ 이내 육상 완충구역 내 포병 사격 및 연대급 이상 부대 기동훈련을 하지 않고 있다. 우리 군이 먼저 이를 재개하면 긴장 국면이 높아질 수 있다.

‘행동 대 행동 원칙’ 역시 배경으로 꼽힌다. 군은 북한의 행보에 이 원칙을 적용해왔다. 북한이 9·19 군사합의 전면 파기 선언 후 최전방 감시초소(GP)를 복원, 판문점 공동 경비구역(JSA) 경계병력을 무장, 서해 NLL 인근 포 사격 실시 등의 행위를 할 때마다 상응조치를 단행했다.

9·19 군사합의에 따르면 남북은 군사분계선 기준 각각 5㎞ 이내 육상 완충구역에서 포병 사격 및 연대급 이상 부대 기동훈련을 하는 게 불가능하다. NLL 인근 해상 완충구역에서도 포병 및 함포 사격과 함정 기동훈련이 금지된다.

해상 완충구역에서는 우리 군이 맞불을 놓은 상태다. 지난 5일 북한의 서해 NLL 인근 포 사격 때 최후단 서북도서에 배치된 해병부대가 대응사격 훈련을 시행했다. 이는 6년 5개월 만에 해상사격 훈련이다. 이 부대는 9·19 군사합의 이후 포병 사격훈련을 중단한 바 있다.

북한이 지난 24일 신형전략순항미사일 '불화살-3-31'형 첫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출처=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24일 신형전략순항미사일 '불화살-3-31'형 첫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출처=연합뉴스]

육상 완충구역 내 포병 사격 및 기동훈련과 해상 완충구역 내 함포 사격 및 함정 기동훈련은 당분간 재개되지 않을 게 유력한 상황이다.

군 고위 관계자는 "언제든지 (육상 완충구역 내) 훈련을 재개할 수 있지만 당분간 '행동 대 행동' 원칙을 지킨다"고 말했다.

이는 우리 군이 독단적으로 육상완충 구역 내 훈련을 재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자체적 계획에 따를 수 있는 사안이라는 입장이지만 합동참모본부의 승인이 필요한 게 현실이다.

미국 측의 태도도 감안해야 할 요소다. 미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군수 물자 지원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는 긴장관계 완화를 외교적으로 추진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미국 대선이 오는 11월 임박해 정책적 운신의 폭도 좁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을 바라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주한미군은 군사분계선 5㎞ 이내 포병사격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당장 훈련 재개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육상 완충구역 내 포병 사격 등 훈련 재개 시기는 북한의 도발 수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군의 한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선 북한의 도발 수위에 따라 육상 완충구역 내 훈련 재개가 결정될 것"이라며 "북한이 어느 정도 도발을 해오느냐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서해 NLL 인근 추가 포병 사격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의 도발을 지속하면 육상 완충구역 내 훈련을 재개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위키리크스한국=강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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