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BBC "거액의 명예훼손 배상 판결은 트럼프에게는 양날의 검"
[월드 프리즘] BBC "거액의 명예훼손 배상 판결은 트럼프에게는 양날의 검"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1.29 06:25
  • 수정 2024.01.29 11: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27년전 그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E 진 캐럴  [사진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27년전 그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E 진 캐럴 [사진 = 연합뉴스]

미국 법원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추행 피해자인 패션잡지 ‘엘르(Elle)의 전 컬럼니스트 E 진 캐롤의 명예를 훼손한 사건에 대해 1000억 원이 넘는 배상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사건 재판의 대부분을 직접 참석하며 변론에 공을 들였으나 결과적으로 천억원대의 배상금을 떠안게 되었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28일(현지 시각) BBC는 거액의 배상금 판결은 트럼프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이 될 것이라는 분석 기사를 실었다. 다음은 이 기사의 전문이다.

뉴욕 배심원단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폭행 혐의를 부인해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밝혀진 작가 E 진 캐롤에게 8330만 달러(약 1100억원)를 지불하라고 결정을 내렸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 손해배상금이 전직 대통령에게 캐롤을 더 이상 비방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전달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트럼프가 입을 닫을까?

이번 판결과는 별도로 지난해 캐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을 성적으로 학대하고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한 또 다른 민사소송에서 배심원단으로부터 500만 달러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승소 판결을 받아낸 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판결은 트럼프가 캐롤의 주장을 부인하고 작가인 그녀를 개인적으로 공격하며, 그녀를 만난 적도 없다고 주장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주 금요일의 막대한 손해배상 판결 이후부터 트럼프는 온라인 상에서 전 엘르(Elle)지의 칼럼니스트인 캐롤을 중상모략하지 않고 대신 이 사건을 “바이든이 지시한 마녀사냥”이라고 불렀다.

현재 4건의 형사 기소를 앞두고 있으며, 곧 업무상 사기 혐의와 관련해서도 뉴욕 민사소송에서 수백만 달러를 추가로 지불해야 할 수도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소송이 정치 탄압이라고 자주 주장해 왔다.

시러큐스대학의 정치학 교수인 그랜트 리허는 트럼프의 선거 캠페인 측면에서 그의 사법 리스크 확대는 그에게 이익도 되고 손해될 수 있는 양날의 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것은 트럼프에 대한 여론에 불리하게 작용하겠지만, 그의 정치적 기반을 강화하고 심지어 일부 공화당원들의 ‘충성심’을 울타리에 가둬놓는 역할도 할 것입니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자신이 정치적 희생물이며 적극 지지층에 대한 훈장처럼 내세우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와 함께 리허 교수는, 트럼프의 ‘마녀사냥’ 프레임이 현재 진행 중인 공화당 경선에서 그에게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유권자들이 최종 대선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어떤 경우에는 2020년의 재대결인 올해 대선에서 근소한 차로 앞서기까지 하고 있다.

“현 상황은 트럼프만큼이나 바이든과 민주당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

리허 교수는 현직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과 그의 나이에 대한 우려를 암시하며 이렇게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현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현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은 캐롤에게 음해를 당하고 있다고 진심으로 믿고, 그의 지지자들 대부분이 그의 주장에 동조하더라도, 지난주 금요일의 판결은 9명 배심원들의 정서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캐롤의 변호인단은 재판 내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법정 안팎에서 여전히 그녀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마지막 변론에서 그들은 배심원들(남자 7명, 여자 2명)에게 “그의 입을 멈추게 할” 처벌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변호사이자 ‘존 제이 형사사법대학(John Jay College of Criminal Justice)’의 교수인 드미트리 샤크네빅은 “어마어마한 손해배상금입니다. 상상할 수도 없는 큰 액수입니다.”라고 말했다.

“배심원단은 트럼프가 원고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는, 돈이 많은 부자이기 때문에 그의 입을 막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그에게 금전적으로 강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캐롤에게 지급하라고 결정된 8300만 달러 중 6500만 달러는 징벌적 손해배상금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행위의 심각성에 따라 결정된다”고 샤크네빅 교수는 설명했다.

보수 성향의 변호사인 존 유는 이와 관련해서 <폭스뉴스>에 “핵심은 도널드 트럼프에게 입을 다물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대선 캠패인 중인 트럼프에게 그의 변호인단이 어째서 사법 제도의 이중적 태도는 지적하되 이 문제는 건드리지 말라고 조언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항소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법률 전문가들은 BBC에 그가 승소할 것 같지 않다고 예측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의 총액은 “보상적 손해배상이라는 측면에서 그 자체가 법에 저촉될 만큼 과도하게 불균형하지 않기 때문에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합니다.”라고, 유타대학의 론넬 앤더슨 존스 교수는 말했다.

존스 교수는 판결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온라인 반응을 언급하며, 그가 바이든 대통령과 법률 시스템을 겨냥하면서도 캐롤에 대한 거짓말을 반복하지 않은 것은 손해배상 액수가 어느 정도 억제 효과를 발휘한다는 징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리치몬드대학의 법학 교수인 칼 토비아스는 “재판 내내 잘못된 행동”이 그의 소송에 악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는 판사, 배심원, 반대측 변호인, 특히 민사재판 과정과 캐롤에 대한 존경심 부족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아가 대법원이 이번 사건과 같은 민사재판에서 상소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번이 최종 판결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치 에프너 전 연방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관련 재판들이 진행되는 동안 판결 액수를 법원에 예치함으로써 지금까지 캐롤에게 직접 돈을 지불하는 것을 회피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가 훨씬 더 큰 손해배상금에 대해서도 똑같이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대항에 캐롤은 전국에 걸쳐있는 트럼프의 개인 자산을 압류할 수 있고 심지어 그의 부동산에 유치권을 설정할 수도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러나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열린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이후 내려진 금요일의 판결도 그의 당 대선 후보 지명에 걸림돌로 작용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첫 번째 시험대는 사우스캐롤라이나가 될 것입니다.”

오랫동안 정치 분석가로 활동해온 브라이언 크로울리는 오는 2월 24일 공화당 예비선거(primary)를 언급하며 이렇게 예견했다.

“여론조사에서 트럼프가 니키 헤일리보다 훨씬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헤일리 후보는 트럼프가 대선 후보가 될 경우 이번 판결이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밀어붙일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되었습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dtpchoi@wikileaks-kr.org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1001호 (공덕동, 풍림빌딩)
  • 대표전화 : 02-702-2677
  • 팩스 : 02-702-16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소정원
  • 법인명 : 위키리크스한국 주식회사
  • 제호 : 위키리크스한국
  •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1
  • 등록일 : 2013-07-18
  • 발행일 : 2013-07-18
  • 발행인 : 박정규
  • 편집인 : 박찬흥
  • 위키리크스한국은 자체 기사윤리 심의 전문위원제를 운영합니다.
  • 기사윤리 심의 : 박지훈 변호사
  • 위키리크스한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위키리크스한국. All rights reserved.
  • [위키리크스한국 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립니다.
    고충처리 : 02-702-2677 | 메일 : laputa813@wikileaks-kr.org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