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투데이] 후티 반군이 미국과의 대결을 반기는 이유
[월드 투데이] 후티 반군이 미국과의 대결을 반기는 이유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2.03 06:56
  • 수정 2024.02.03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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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후티 반군 [사진 = 연합뉴스]
예멘 후티 반군 [사진 = 연합뉴스]

예멘의 후티 반군 지도자 압델 말렉 알-후티의 모습이 담긴 대형 포스터가 지난주 이스탄불의 고대 콘스탄티노플 성벽(테오도시우스 성벽)에 걸렸다. 그의 조직 ‘후티 반군(Houthi rebel)’이 미국에 의해 테러 단체로 지정된 지 불과 며칠 뒤였다.

“우리 모두 예멘인입니다.” 

포스터에는 튀르키예어로 이렇게 적혀있었다.

아랍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지만, 국제적으로 인정받던 정부를 무너뜨리면서 예멘 내란을 일으켰던 장본인 후티 반군의 운명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기화로 바뀌고 있다고, 2일(현지 시각) CNN방송이 분석했다.

후티 반군은 일반적으로 지역 내에서 이란의 대리 역할을 하는 위협적인 무장 세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과거 후티가 일으킨 예멘 내전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끔찍한 군사 개입을 촉발하기도 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해 1,200명이 사망하고 250명 이상이 납치된 이후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지금까지 가자지구에서 거의 27,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사르 알라(Ansar Allah)’라고도 알려진 시아파-무슬림 후티 반군은 이제는 수니파 무슬림 세계의 일부에서도 인정을 받고, 이를 넘어 팔레스타인 해방이라는 대의명분의 옹호자로 여겨지고 있으며, 이스라엘에 맞서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을 수호하고, 심지어 이스라엘의 초강대국 동맹인 미국과 맞서 싸우고 있다.

후티 반군은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홍해와 바브앨만다브 해협에서 상선을 공격해왔다. 홍해는 세계 무역량의 10~15%가 통과하는 수에즈 운하로 통하는 중요한 해로이다.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인해 이 지역을 운항하던 선박들이 이 경로를 꺼리면서 대부분의 컨테이너 선박의 무역로가 막히게 되었다.

그런데 미국 관리들은, 미국과의 직접적인 대결을 꺼리는 이란 지도부가 중동에서 자신들의 대리 세력인 후티의 일부 행동에 대해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고, CNN에 밝혔다.

미국 정보당국은, 이란이 홍해 상의 상선에 대한 후티 반군 공격 때문에 이란의 주요 동맹국인 중국과 인도의 경제적 이익을 뒤흔들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 주에는 이라크의 민병대인 카타이브 헤즈볼라(Kataib Hezbollah)가, 요르단에서 미군 병사 3명이 사망한 공습의 여파로 미국 목표물에 대한 작전을 중단한다고 밝히면서 이란이 대리 세력의 준동을 억제하려 한다는 징후가 확실하게 포착됐다.

그러나 예멘의 후티 반군이 계속해서 선박을 공격함에 따라 이 세력에 대한 이란의 통제력이 약화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이번주 화요일 밤에는 후티 반군이 홍해로 발사한 순항미사일이 미국 구축함으로부터 1마일 이내로 접근한 후 격추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는 미국 전함에 가장 근접한 후티 반군의 공격이었다.

이 사건은 미국과 영국이 예멘 내부의 후티 반군 기반 시설에 대해 여러 차례 공격을 퍼부었음에도 불구하고 美 해군 자산과 상업용 선박에 대한 후티의 위협이 여전함을 드러냈다. 1일 오전, 미국은 예멘에 있는 후티 반군의 드론 지상통제소와 10대의 후티 무인 항공기를 대상으로 공습을 실시했다.

후티 반군은, 자신들이 홍해에서 선박에 공격을 가하는 것은 이스라엘과 그 동맹국들에게 가자지구 전쟁을 중단하도록 압력을 가하기 위함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들은 이스라엘이 전쟁을 멈추고 가자지구에 대한 포위 공격을 중단하면 자신들도 홍해에서의 작전을 중단할 것이라고 반복해서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팔레스타인의 수호가 후티 이념의 중심이기는 하지만, 홍해에서 그들의 행동에는 다른 노림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후티 반군은 홍해 상의 상선을 공격해서 벌어진 미국 등과의 싸움으로 국제사회의 눈을 예멘의 인도주의적 참상에서 벗어나게 하고, 국내외의 지지를 강화하며, 자신들의 활동에 무관심한 사람들 사이에서 이름을 알렸다고 그들은 주장한다.

“가자지구와의 연대 주장은 후티 반군의 홍해 상 선박 공격의 원동력 중 하나일 뿐입니다.”

오타와대학 공공 및 국제문제 대학원 조교수이자 캐나다 국방부 분석가를 역임한 토마스 주노는 이렇게 평가했다.

반이스라엘과 반미가 후티 이데올로기의 핵심에 자리잡고있지만, “가자지구 전쟁은 후티 반군의 명분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노 교수는 말했다. 

“후티 반군이 강력한 친팔레스타인 정서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팔레스타인을 수호하는 것처럼 보임으로써 그들의 세력을 예멘 밖까지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겁니다.”

후티 반군은 예멘의 수도 사나를 포함해 예멘 북부 지역 대부분을 장악하면서 자신들이 예멘의 합법적인 정부임을 자처하고 있다.

따라서 후티는 홍해 상의 공격을 “예멘 정부군”이 수행하는 작전으로 수사(修辭)를 만들어가면서, 전 세계적으로 가자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들의 주장이 확고히 자리를 잡아가도록 하고 있다. 그러는 한편 국제적으로 인정받지만 약체인 예멘의 합법적 정부는 약 230마일 떨어진 남부 도시 아덴에 자리잡고 있다.

영국 국방부가 공개한 공군 타이푼 FGR4가 지난달 22일 후티 반군 공습을 위해 출격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영국 국방부가 공개한 공군 타이푼 FGR4가 지난달 22일 후티 반군 공습을 위해 출격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미국, EU, NATO 및 44개 동맹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지난해 11월 19일 후티 반군이 화물선 한 척을 나포한 것을 “끔찍하다”고 표현하며 예멘의 공격을 규탄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미국은 홍해 상의 무역을 보호하기 위한 다국적 연합군을 결성했고, 미국과 영국은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을 실시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후티 반군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이런 저항 때문에 예멘 내의 전통적인 지지 기반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명성을 얻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브뤼셀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International Crisis Group)’의 예멘 담당 수석 분석가인 아흐메드 나기는 “지역 내를 살펴보면 일부에서 그들의 인기가 높아졌다”고 말하면서도 후티가 예멘 국내 문제를 소홀히 한다는 분노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예멘인들은 이번 후티 반군의 홍해 공격으로 거의 10년에 걸친 내전 중에 후티가 반대 세력의 가정에서 저지른 폭력을 다시 떠올리고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예멘 내전은 2014년 후티 반군이 수도 사나를 습격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지원하던 정부를 무너뜨리면서 시작됐다. 이후 2015년 사우디 주도 연합군이 후티 반군을 몰아내기 위해 개입하면서 분쟁은 더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과적으로 사우디의 개입도 후티를 평정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예멘은 폐허로 변했다. 이란은 이 내전 중에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대리 갈등이 심화되면서 후티 반군에 대한 지원을 늘렸다.

거의 8년간의 전쟁 끝에 2022년 4월 후티 반군과 사우디 주도 연합군 사이에 휴전 협정이 체결되었다. 이 휴전은 불과 6개월 만에 흐지부지되었지만, 전쟁 당사자들이 다시 전면전으로 복귀하지 않았으면서 전투 중단 상태는 대체로 유지되고 있다.

전 캐나다 국방부 분석가인 토마스 주노는, 국내적으로 후티 반군에 도전할 수 있는 군사·정치적 경쟁자는 없지만, 예멘에서 후티의 통치는 억압적이고 경제적으로 무능력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강력한 친팔레스타인 정서를 활용하는 것은 그들 자신의 국내 문제로부터 주의를 돌리는 데 매우 유용한 전술입니다.”

그는 이렇게 분석했다.

UN에 따르면 오늘날 예멘 인구의 80%가 넘는 2,4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인도주의적 지원과 보호를 필요로 하고 있다. 또한 분쟁으로 인해 국가 기반 시설이 황폐화되고, 경제가 붕괴되고 있으며, 난민이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

‘아랍어 BBC’와의 인터뷰에서 예멘의 국내 문제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외국 분쟁에 개입하는지 이유를 묻는 질문에 후티 반군의 고위 관리는 서방 국가들도 이스라엘을 지원하면서 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바이든은 네타냐후의 이웃에 사나요? 그들이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나요? 프랑스 대통령도 같은 층에 살고, 영국 총리도 같은 건물에 삽니까?”

후티 최고 정치국의 모하메드 알리 알 후티 의원은 지난달 인터뷰에서 미국을 분쟁에 끌어들이고 있다고 자랑하면서 이렇게 반문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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