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내면 러에 나토공격 부추기겠다" 트럼프 발언에 유럽 등 경악
"돈 안내면 러에 나토공격 부추기겠다" 트럼프 발언에 유럽 등 경악
  • 오은서 기자
  • 승인 2024.02.12 12:58
  • 수정 2024.02.12 1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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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미셸 EU정상회의 상임의장, 무모한 발언, 러 대통령만 이익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푸틴에게 더 많은 전쟁의 기회 주는 것"
트럼프 재집권시 미우선주의 표방속 연대주의 훼손 직격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21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로체스터에서 유세하고 있다. [출처=로이터/연합]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21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로체스터에서 유세하고 있다. [출처=로이터/연합]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는 나토 회원국을 공격하도록 러시아를 부추기겠다'는 트럼프의 발언이 유럽과 미국을 들썩거리게 만들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11일(현지시간) 서면 성명에서 "동맹이 서로 방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는 미국을 포함해 우리 모두의 안보를 훼손하고 미국과 유럽의 군인을 위험하게 한다"고 지적하며서 "나토를 향한 모든 공격엔 함께 단결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토 31개 회원국은 'GDP 대비 2% 이상 국방비 지출' 목표에 합의했으나 나토의 자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영국 등 11개국만 이를 지켰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은 기준에 미달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나토의 안보에 관한 무모한 발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 뿐 세계에 평화와 안전을 가져다주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유럽연합(EU)이 전략적 자율성을 더 발전시키고 국방에 투자해야 한다는 점이 그의 발언으로 다시 한번 부각됐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사우스캐롤라이나 대선 후보 경선에서 "나토가 '방위비를 안 내도 미국이 우리를 보호할 건가'라는 질문에 '절대 아니다'라고 답했더니 믿지 않더라"라고 언급했다. 또한 "그때 큰 나라의 대통령 중 한명이 '러시아가 나토를 침략하면 우리가 돈을 내지 않더라도 미국이 우리나라를 방어할 것인가'라고 물었다"며 "난 '그렇게 하지 않겠다. 실은 러시아가 원하는 걸 하도록 부추기겠다. 방위비를 내야 한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나토 회원국 중 한 곳이라도 공격받으면 전체 회원국이 이에 대응한다는 나토의 집단안보 체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다. 그는 대통령 재임 시에 나토 회원국이 안보 문제에 대해 미국에 '무임승차'한다고 압박하면서 방위비 추가 분담을 강하게 요구해 갈등을 빚었다.

이번 발언은 이전 무임승차론보다 한 발 더 나간 직격탄으로 유럽가 미국에서 촉각을 세우고 있다. 우선 독일 정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나토의 연대 원칙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독일 외무부는 이날 엑스에 해시태그 '함께하면 더 강해진다'와 함께 "'모두를 위한 하나, 하나를 위한 모두'. 이 나토의 신념은 앵커리지(미국 알래스카 도시)부터 에르주름(튀르키예 도시)까지 인구 9억5천만명 이상의 안전을 보호한다"고 글을 올렸다.

오미트 누리푸르 독일 녹색당 공동대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은 그가 유럽의 민주주의 국가들보다 푸틴 대통령과 가까워지는 데 가치를 두고 국제적 의무를 무시할 준비가 돼 있단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푸틴 대통령에게 더 많은 전쟁과 폭력에 대한 청신호를 주는 것이며 이는 끔찍하고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미국 백악관도 성명에서 "사람을 죽이려 드는 정권이 우리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을 침략하도록 장려하는 것은 끔찍하고 정신 나간 일"이라며"미국의 안보, 세계 안정, 미국의 국내 경제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티에리 브르통 EU 집행위원은 프랑스 LCI TV 인터뷰에서 "이번 트럼프의 발언은 전에 언급했던 것으로 새로운 것은 하나도 없다"며 "그가 기억력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큰 나라의 대통령 중 한 명'이라고 언급했으나 실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지난 2020년에 나눈 대화였다고 밝혔다. 

영국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피터 리케츠 상원의원은 엑스에 "트럼프는 나토가 마치 '국내총생산의 2% 비용을 지불하면 방위 서비스를 제공하는' 컨트리 클럽이라고 간주한다"면서 "이는 나토 동맹국간의 신뢰를 심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블라디슬라프 코시니아크카미시 폴란드 국방장관은 엑스에 "동맹국의 신뢰를 훼손하는 것은 나토 전체를 약화하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어떤 선거 운동도 동맹의 안보로 장난치는 것에 대한 변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얀 리파브스키 체코 외무장관은 "나토는 북미-유럽간 동맹과 유럽 동맹국들이 수행하는 억제, 방어 활동으로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고 말했다. 세계 2차 대전 이후 가장 큰 위협에 직면한 상황에서 국방 예산을 늘리고 대부분 미국에서 비롯된 새로운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사설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하면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확대할 위험을 증가시킬 것"이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이 할 수 있는 일은 상황의 심각성에 맞춰 군사 안보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같은 유럽의 반응은 "이례적이고 즉각적"이라며 "이는 유럽의 고위 당국자들이 미국 대선 캠페인과 그것이 이미 위기에 처해 있는 세계에 미치게 될 영향을 얼마나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는지 보여준다"고 밝혔다.

올해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 내 경합주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보다 전반적으로 앞서고 있다.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기존의 연대주의를 훼손하는 대외정책에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오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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