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격화하는 가자 공격 속에 삐걱거리는 바이든-네타냐후 관계
[월드 프리즘] 격화하는 가자 공격 속에 삐걱거리는 바이든-네타냐후 관계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2.14 06:27
  • 수정 2024.02.14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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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최우방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의 마지막 피란처인 최남단 도시 라파 일대를 공격해 수십 명이 사망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3일(현지 시각) CNN방송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이에 불협화음이 터져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문제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조언을 무시하고 가자지구 공격의 수위를 늦추지 않고 있는 점에 대해 측근들에게 막후에서 사적으로 불만을 토로하면서 네타냐후에 대한 실망감을 점점 더 드러내고 있다고 한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를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지난주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이 ‘과도하다(over the top)’고 생각한다고 밝히면서 이스라엘의 공세에 대해 점점 더 비판적이 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의 이번 워딩은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을 두고 가장 날카롭게 비판한 것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석에서, 네타냐후가 가자지구에서 군사 작전을 축소하라는 미국의 권고를 따르지 않는다고 짜증을 내는 등 이스라엘 총리에 대해 솔직한 생각을 기탄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렇게 되자 미국의 일부 관리들은 바이든이, 전쟁이 격화되면서 네타냐후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얼마나 더 오랫동안 모른 척할 것인지 궁금해하고 있다.

지난주 이스라엘의 공세에 대한 바이든의 워딩은 그가 한동안 사석에서 표출해온 감정을 반영한 것이라고, 이 문제에 정통한 한 소식통이 말했다. 앞서 미국 관리들은 이스라엘이 1월까지 저강도, 핀셋 공격으로 전환해주기를 바랐다.

바이든 행정부와 네타냐후 정부 사이 조성되고 있는 이 같은 긴장은 최근 이스라엘이 라파로 피신한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 난민에 가한 지상 공격을 놓고 더욱 격화되고 있다.

미국의 한 고위 행정부 관리에 따르면, 미국 관리들은 이스라엘 측에 현재 라파에 있는 약 130만 명은 더이상 “갈 곳이 없다”고 직접적으로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군이 진격하기 전에 라파에서 “사람들을 대피시키라”고 한 이스라엘 측의 통보가 과연 실현 가능한 사전 경고인지 매우 회의적이다.

“현재 상황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것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전달했다.”

이 미국 관리는 이렇게 설명했다.

네타냐후와의 통화에서 바이든은 대피 중인 100만 명 이상의 피난민들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고는 라파에서의 작전을 진행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바이든은 오랫동안 네타냐후와 의견 차이를 보였으며 미국 관리들은 두 사람의 관계가 복잡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최근 며칠 동안 이어진 일련의 행동과 말들은 일부 미국 관리들을 화나게 하고 있다. 이들 관리들도 미국의 조언과 권고에 저항하는 네타냐후의 태도에 바이든처럼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인질을 석방하는 대신 전투를 중단하자는 하마스의 역제안을 공개적으로 “미친짓(crazy)”으로 치부하며 거부하는 이스라엘의 반응도 포함된다. 이스라엘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합의를 이끌어내려고 그 지역에 자리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태도를 보였다.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일요일 바이든과 네타냐후가 나눈 45분간의 전화 통화의 대부분은 인질 석방 조건에 관한 내용이었다고 한다.

이스라엘군의 공습 이후 검은 연기가 피어 오르는 가자지구 남부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의 공습 이후 검은 연기가 피어 오르는 가자지구 남부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이와 함께 바이든의 관리들은 오랫동안 이 지역에서 미국 정책의 핵심을 이루고 있던 두 국가 해법을 네타냐후가 공개적으로 거부한 것에도 짜증을 내고 있다.

40년 넘게 서로 알고 지낸 바이든과 네타냐후는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 공격 이전과 이후에 자주 의견 충돌을 겪었다. 바이든은 네타냐후의 극우 집권 연합에 실망감을 드러냈으며, 지난해에는 정치자금 기부 행사에서 네타냐후가 정치적 어려움 때문에 가자지구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바꾸지 못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민주당 내 진보 세력들은 공개 행사에서 자주 시위를 벌이는 등 바이든 대통령을 상대로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해 더 많은 행동과 발언을 하라는 압력을 넣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악관 관리들은 대통령이 네타냐후와의 차이점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보다는 막후에서 밝히는 것이 가장 좋다고 믿고 있다고 오랫동안 말해왔다.

바이든은 네타냐후와 오래전 함께 찍은 사진에 “비비(네타냐후의 애칭),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만 당신이 하는 말에는 전혀 동의하지 않아요.”라고 쓴 글을 언급하면서 자신과 네타냐후 사이에 견해 차이가 있음을 가볍게 드러내기도 했었다.

바이든은 나아가 지난해 12월에는 “오늘도 거의 똑같습니다.”라고 말했었다.

그 이후로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에 있어서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을 대하면서 실망감은 더욱 커졌다.

바이든은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이 공격을 받은 직후에는 이스라엘에 확고한 지지를 표명하면서 이스라엘로 날아가서 동맹에 대한 자신과 미국의 분명한 지지를 확인시켜주기도 했다.

한편 네타냐후는 바이든 대통령이 고령 문제와 대통령으로서의 정신적 판단력 문제로 곤경을 겪는 지난 주말 동안 나서서 바이든을 거들었다. 그는 인터뷰를 갖고 로버트 허 특검이 바이든에 대해 “기억력은 나쁘지만 악의는 없는 노인”이라고 묘사한 사실에 대해 질문을 받았을 때 바이든은 “매우 명확하고 집중적”인 사람이라고 답했다.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네타냐후는 바이든과 12번이 넘는 ‘장시간 전화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전쟁 중에 이스라엘을 방문함으로써 역사에 남을 만한 훌륭한 일을 했는데, 나는 그가 매우 명료하고 집중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는 전쟁 목표와 많은 것에 동의했습니다. 때때로 불일치가 있지만, 그것은 상호 이해 부족 때문은 아닙니다.”

네타냐후는 이렇게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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