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물가상승률 인하 조건으로 내걸어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제롬 파월 의장이 연내 기준 금리 인하에 무게를 두면서 국내 증시에 훈풍이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한국은행이 연준의 통화정책을 쫓을 가능성이 적은 만큼 국내 물가 상승률 2%대 진입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제롬 파월 의장은 미국 하원회의 금융 서비스위원회 반기 통화정책 보고에서 “현재 기준금리가 긴축 사이클의 정점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며 “경제가 예상대로 충분히 움직인다면 올해 어느 시점에서 정책 억제를 완화하기 시작하는 것이 적절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2%대에 머물 것이라는 확신이 들 수 있는 많은 데이터를 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연방준비위원회는 미국 정부의 금융 정책을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관이다. 세계 경제를 미국이 주도하는 만큼 정책의 파급력이 각국에 미치고 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다른 나라가 이를 쫓고 반대의 경우도 정책 방향을 선회하는 식이다.
증권업계에서는 파월의 발언을 매둘기(매파+비둘기파) 포지션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진정되지 않아 아직 기준 금리 인하 시기를 확정지을 수 없는 만큼 매파와 비둘기파의 주장을 전부 반영했다는 것이다. 매파는 강경파로 인플레이션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주장하는 이들을 말한다. 비둘기파는 이와 달리 온건파로 금리를 낮추는 것을 선호한다.
시장의 시선은 증시 회복에 쏠렸다. 이미 증시 열기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는 증가추세에 접어들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투자자예탁금 잔고는 57조8852억원으로 지난달 5일보다 7조446억원 불어났다. 투자자예탁금은 증시 대기 자금으로 분류된다. 파월 의장의 발언에 따라 추가 상승세도 기대할 만하다는 평가다.
파월의 ‘매둘기’ 발언으로 증시에 자금이 돌아오게 되면 증권업계는 수혜를 입을 수 있다. 투자자들이 늘어나면 신용거래 융자가 확대돼 수익성 향상에 보탬이 된다. 증시 열기가 높아지면 기업공개(IPO)를 시도하는 기업수도 늘어난다. 증권사들이 수수료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게 된다는 이야기다.
다만 연준의 기준 금리 인하의 파급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연준과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하 시점이 밀접하지 않을 수 있어서다.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 상승률 2%대 진입을 선제조건으로 내걸었다. 지난달 기준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1%로 2%대와는 격차가 있다. 한국은행은 미국과 한국 간 금리차에 따른 자금 유출이 심각하지 않다고 진단한 채 소비자물가상승률 진정에 주력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파월 의장의 발언으로 연준의 연내 기준 금리 인하 시행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면서도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하와는 별개라 아직은 지켜봐야 할 시점”이라고 짚었다.
[위키리크스한국=강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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