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영국 송환법, 어산지에게 어떻게 적용이 되나
[WIKI 프리즘] 영국 송환법, 어산지에게 어떻게 적용이 되나
  • 최정미 기자
  • 승인 2024.03.29 07:04
  • 수정 2024.03.29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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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자들의 어산지 석방 요구 포스터[AP=연합뉴스]
지지자들의 어산지 석방 요구 포스터[AP=연합뉴스]

미국 송환 위기에 임박했던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가 일단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영국 법원이 그의 송환 명령 반대 항고를 승인할지 여부를 몇 주 뒤에 결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영국 고등법원이 그 결정을 뒤로 미룬 것은, 어산지가 송환됐을 때 미국에서 부당한 재판과 선고를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보장을 제출하라고 미국에 3주의 기한을 줬기 때문이다.

미국이 확증을 주지 않으면, 영국 법원은 어산지가 항고할 수 있도록 승인할 것이다. 그러나 기한 내 미국 정부가 보장을 제출하면, 5월에 열릴 심리에서 이 보장이 충족될지를 판단하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어산지는 수 년 째 런던 벨마시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에서 미국 송환에 법적으로 맞서고 있다. 미국은 그에게 방첩법 위반 및 컴퓨터 해킹 공모 혐의로 총 18건의 기소를 부여했는데, 2010년 그가 미 군사 기밀정보를 공개하면서 미국의 충격적인 전쟁범죄를 폭로하자 미국은 그를 기소했다. 2012년부터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망명 생활을 한 어산지는 2019년에 영국 경찰에 체포됐고 이후 현재까지 벨마시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그리고 2022년 영국 당국은 그의 미국 송환을 승인했다. 

매체 컨버세이션은 영국의 송환법이 어산지 사건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설명했다. 

영국은 2003년에 제정된 송환법에 따라 범죄인을 인도하고 있다. 영국이 송환과 관련해 여러 국제조약을 맺고 있지만, 판사들은 국내법만을 적용해야 한다. 영국의 송환법은 몇 가지 송환 금지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인권과 관련한 것이 포함돼 있다. 영국 송환법은 판사나 정치인에게 송환 여부를 결정하는 재량권을 주지 않는다. 송환법에 따라 송환을 막는 사유가 적용되거나 그렇지 않거나 한다.

어산지 측은 어산지의 미국 송환이 정치범죄에 대한 송환을 금하는 2003년 영미 송환 조약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 테러의 증가로 제정된 2003년 영국 송환법은 정치범죄에 대한 예외를 삭제했다. 따라서 자국의 송환법만 적용해야 하는 영국 고등법원은 영미 송환조약 위반이라는 어산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미국은 특정 정치범죄와 관련한 송환을 거부할 수 있는 반면, 영국법에는 상호 금지 조항이 없다. 미국의 어산지 송환 요청이 정치범죄와 관련있는지 여부는 영국 법정에서 다뤄지지 않는 것이다.

어산지 사건이 카탈루냐 독립에 관한 주민투표와 관련 스페인 정부에 의해 체포된 스페인 정치인 클라라 폰사티 사건과 함께, 비폭력범죄를 위한 정치범죄 예외를 다시 살려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게 만들고 있다고 컨버세이션은 말하고 있다.

또한 어산지 측은 미국으로의 송환이 유럽인권조약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는 표현 및 언론의 자유도 포함돼 있다. 이 법은 모든 송환은 인권과 양립해야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송환을 막기위한 법의 문턱이 높다고 한다.

어산지에게 부여된 혐의들은 대부분 언론활동과 관련된 것이라고 그의 지지자들은 말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 정부는 표현 및 언론의 자유에 관한 미 수정헌법 제1조가 호주인인 어산지에게는 적용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어산지 사건을 맡고 있는 영국 고등법원은 어산지의 인권을 인정 안 하는 위험을 안을 수 있다. 국적 때문에 어산지가 미 수정헌법 제1조에 적용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그의 재판 또한 국적 때문에 편향적이 되는 것이고, 이는 영국 송환법에서 송환을 금지하는 요소가 된다는 것을 영국 법원은 인지했다.

따라서 영국 고등법원은 미국에 세 가지 보장을 요구했다. 첫째, 어산지가 미 수정헌법 제1조에 의존해 변호할 수 있게 할 것, 둘째, 그의 국적 때문에 선고를 포함해서 편향적인 재판을 받지 않고 미국 시민과 똑같이 표현의 자유의 보호를 받을 것, 셋째, 사형 선고를 내리지 않을 것이다.

사형선고를 내리지 않겠다는 보장은 비교적 흔한 것이지만, 송환 보장이라는 것이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보장들은 진정성과 효력이 있지만, 이것이 지켜지는지 모니터링할 수 있는 체계가 없다. 

한편으로는 어산지 사건이 너무나 유명하기 때문에 송환이 되면 미국이 자국 내에서 어산지의 재판과 그의 처우를 어떻게 다룰지 전 세계에 낱낱이 보도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송환은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어산지가 미국에서 받을 처우에 관한 영국 고등법원의 우려가 그의 송환을 완전히 막은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추가 보장 요구는 이끌어냈다.

컨버세이션은 어산지 사건이 송환과 관련해 국가 간의 형사 사건 협력 및 호혜와 인권 보호 사이의 갈등을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영국의 법률위원회에서는 학계 및 법률 전문가 들이 현재 송환 및 국제 협력과 관련해 이런 논란이 있는 문제들에 대해 검토하고 있고, 이러한 연구를 통해 법의 복잡한 면면을 더 명확하게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미래의 법 개선은 지금의 어산지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영국 법원이 그의 항고를 승인하지 않으면, 그는 사건을 유럽인권재판소로 가져갈 것이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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