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분쟁] 이란 공격 봉쇄에 선봉을 선 뒤 노심초사하고 있는 요르단
[중동 분쟁] 이란 공격 봉쇄에 선봉을 선 뒤 노심초사하고 있는 요르단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4.20 06:09
  • 수정 2024.04.20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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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현지 시각)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이란이 이스라엘에 발사한 드론 공습 현장이 보인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 14일(현지 시각)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이란이 이스라엘에 발사한 드론 공습 현장이 보인다. [사진 = 연합뉴스]

최근 이스라엘을 향한 이란의 ‘보복 공습’을 막아낸 주역은 이스라엘의 아이언돔이 아닌 ‘미국과 그 동맹국’이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동맹국들 중 하나인 요르단이 자국 민심과 대서방, 대이스라엘 관계를 놓고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CNN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주말 이스라엘을 향해 날아가는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을 요르단 공군이 요격하면서 수도 암만 등의 요르단 도시 상공에서 불꽃놀이가 벌어졌음에도 요르단 관리들은 몇 시간 동안이나 침묵만 지켰다.

지난 1일 이스라엘이 다마스쿠스의 이란 영사관을 공격한 뒤 이란이 이스라엘에 전례 없는 보복을 감행하자 요르단 왕국은 좌불안석의 처지가 되었다.

요르단의 지정학적 처지가 그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 작은 왕국인 요르단은 한쪽은 이스라엘과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그리고 다른 쪽은 이란의 이웃인 이라크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현재 이라크에는 친이란 민병대가 막강한 힘을 과시하고 있다. 그리고 북쪽에는 부실하기는 하지만 그 역시 이란의 세력권에 있는 나라, 시리아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주 말 이란의 공격은, 요르단으로서는 1991년 걸프전에서 사담 후세인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한 스커드 미사일들이 자국 영공에 진입한 이래 30여 년 만에 처음 있는 대사건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1991년 걸프전 때와는 많은 것이 바뀌었다. 요르단은 1994년 이스라엘과 평화 협정을 체결한 두 번째 아랍 국가가 되었다. 이스라엘의 서방 동맹국들의 눈에 요르단은 지역 안보에 매우 중요한 국가로 자리 잡고 있다. 요르단은 이스라엘과 긴밀한 정보 및 안보 협력을 맺고 있으며, 미군이 주둔하고 있고, 미국의 군사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한편, 그렇지 않아도 요르단 국민 사이에서는 인기가 별로 없는 ‘요르단-이스라엘 평화 조약’은 최근 들어 더욱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보복으로 34,0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한 가자지구 전쟁으로 인해 요르단에서는 반 이스라엘 감정이 고조되고 있다. 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이 팔레스타인 출신이거나 팔레스타인의 후손인 요르단 정부는 최근 몇 달 동안 쌓여가는 대중의 분노와 미국 및 이스라엘과의 관계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왔다.

요르단 사람들은 일요일 새벽부터 전날 밤에 있은 이란 발사체들의 목격담과 관련해 소셜미디어에 자국 일부 지역에 떨어진 발사체 파편 등의 동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수도 암만의 한 주민은 CNN에 “무서웠다”며 “어디에서든지 폭발음을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밤에 벌어진 사건과 관련한 공식 발표는 이란의 공격 개시 몇 시간 전에 나온, 국가 민간 항공 당국의 영공 폐쇄 고지가 유일했다.

요르단의 국내 여론은 좋지 않게 흘러가고 있다.

그날 밤 소셜미디어에는 요르단이 이란 발사체들을 요격한 사실과 관련해 자국 리더십을 비난하는 게시물로 넘쳐났다.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에 의해 폭격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요르단 왕국이 이스라엘을 쉴드치는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요르단 외부에서 SNS 사용자가 공유한 것으로 보이는 한 밈(meme)은 이스라엘 군복을 입은 요르단 국왕 압둘라의 이미지를 담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요르단 관리들은 국민에게 사건을 설명하기에 진땀을 빼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일요일 요르단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요격할 수밖에 없었다고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비셰르 알 카사우네 총리는 각료회의에서 “불안을 조장할 수 있는 소문이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가짜뉴스의 확산”에 대해 경고했다.

그러나 관리들의 메시지는 큰 ​​문제가 닥칠 수도 있다는 국민의 우려를 조금도 누그러뜨리지 못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이 테헤란은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끝마친 후 요르단에 비난의 초점을 맞췄다.

“우리 군은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을 응징하는 동안에 이루어진 요르단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으며, 요르단이 우리를 적대시하는 행위에 가담할 경우 다음 표적은 요르단이 될 것이다.”

이슬람공화국 이란의 미확인 소식통은 반관영 파스(Fars) 통신에 이렇게 밝혔다.

그러자 이 소식이 전해진 지 몇 시간 만에 요르단은 암만 주재 이란 대사를 초치해 “백해무익한 허위 정부”라고 항의했다. 이와 관련해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무장관은 월요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요르단은 마약과 무기 밀매를 일삼는 친 이란 세력들로부터 오랫동안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덧붙이면서 이란이 이러한 가짜뉴스를 계속 퍼뜨릴 경우 이란에 보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를 지지하며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향하는 요르단 시위대 [사진 = 로이터]
하마스를 지지하며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향하는 요르단 시위대 [사진 = 로이터]

아슬아슬한 줄타기

미국과 이스라엘 관리들은 이란의 공격을 저지하는 데 아랍 국가들의 역할을 강조하려고 애써왔다. 그러나 요르단의 서사(敍事)는 조금 다르다.

“우리의 행동은 우리 영공에 진입하는 미사일, 드론 등의 발사체는 요격한다는 우리의 일관된 정책과 부합했습니다.”

사파디 요르단 외무장관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영토는 발사체의 사거리 내에 있으며, 요르단에 떨어질 수 있는 미사일 등의 발사체는 우리에게 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분명히 말씀드리자면, 우리는 그런 드론들이 어디서 왔는지와 상관없이 동일한 작업을 수행할 것입니다. 이스라엘, 이란, 그 누구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우선순위는 요르단을 보호하고 요르단 시민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요르단의 지도부는 이러한 메시지를 자국민에게 분명히 각인시키려는 행동에 나선 것처럼 보였다. 요르단 전투기가 월요일부터 하늘을 순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 요르단 공군은 영공을 수호하고 국가를 보호하기 위해 출격 횟수를 늘렸다고 밝혔다.

나아가 압둘라 국왕은 화요일 요르단 북부 마프라크 주를 방문해 지역 지도자들을 만나 “요르단은 어떤 세력에게도 전쟁터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요르단인들을 보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면서 요르단은 이번 주 국제 사회와 그 동맹국들을 향해 국제 사회의 관심이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르단 왕립법원에 따르면, 일요일 압둘라 국왕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에서 가자지구 전쟁을 종식시키는 것만이 지역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요르단의 사파디 외무장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가자지구에 대한 국제 사회의 압력을 희석시키기 위해 이란과의 분쟁을 야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요르단 국왕은 지난해 10월부터 가자지구에서 사망자가 증가하면서 요르단 국민 수천 명이 거리로 뛰쳐나와 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힘든 줄타기를 하고 있다.

압둘라 국왕과 팔레스타인 출신인 그의 아내 라니아 왕비는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에서의 참혹한 전쟁에 대해 강력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요르단 왕국은 또한 군 공항을 국제 구호 물자 공수를 위한 허브로 바꾸고 수십 건의 구호 임무를 수행하는 등 가자지구에 인도주의적 지원을 전달하는 최전선에서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요르단 국민은 그것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위대는 자주 거리로 나서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끊고, 암만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을 폐쇄하라는 압력을 키우고 있다.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 통치 하에서 요르단과 이스라엘의 관계가 수년 동안 긴장되어 왔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양국 관계는 현재 수십 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있을 것이다. 이는 요르단 외무장관 사파디의 워딩에 의해서도 드러났는데, 그는 이스라엘과의 관계 단절은 배제하면서도 요르단-이스라엘 평화 조약은 이제 “먼지만 날리는 종이쪽지”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공격에 재보복할지 말지를 고민하는 가운데, 중동은 전면전 가능성을 놓고 실질적인 위협에 직면해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격동의 한가운데에서 안전판 역할을 자부하는, 서방의 주요 동맹국인 요르단에게는 이보다 더 큰 위기는 없을 것이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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