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 1년… 음식업, 화훼, 농축산, 문화산업 ‘끝 없는 불황터널’
김영란법 시행 1년… 음식업, 화훼, 농축산, 문화산업 ‘끝 없는 불황터널’
  • 위키리크스한국
  • 승인 2017.09.25 14:48
  • 수정 2017.09.25 14: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혜원 기자= 오는 28일 시행 1년을 맞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경제에 작지 않은 충격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축산, 화훼 등 일부 업종은 매출 감소 여파가 계속되고 있어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25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김영란법과 관련된 생산·소비지표는 지난해 9월을 기점으로 악화되고 있다. 음식물·선물·경조사비 상한액을 정한 '3만·5만·10만원' 규정으로 직격탄을 맞은 음식점·주점업 소매판매지수는 김영란법 시행 직전인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전년 동월 대비 1.8% 증가세를 보였지만 9월부터 1.6% '감소'로 돌아섰다. 이후 지난 7월까지 11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추석 연휴를 맞았지만 선물용 수요 증가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 이후 첫 명절이었던 올해 설 당시 국내산 쇠고기와 과일 선물세트 판매액은 지난해 설과 비교해 각각 24.4%와 31%나 줄었다. 올해 설 당시 수입산 선물세트 비중은 1년 사이에 1.2%포인트 늘어나 5.4%를 차지했다. 문화산업은 공연, 전시를 막론하고 핵폭탄을 맞은 상황이다.

기업 영업과 직결되는 접대비 비중도 감소했다. 정석윤 한양대 교수는 "양지에서 관리되던 접대가 음지로 숨어들어 더욱 불법적 행위를 촉진하는 기제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사회와 공직 유관기관의 부정청탁 및 공짜 선물ㆍ식사 관행을 획기적으로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농ㆍ수ㆍ축산업과 요식업의 위축을 가져왔다는 부정적 반응도 적잖다.

특히 청탁금지법의 핵심 중 핵심이라 할 수 있는 ‘3ㆍ5ㆍ10 규정’(식사 3만원ㆍ선물 5만원ㆍ경조사비 10만원 한도)에 대한 도전과 진통은 지난 1년 내내 이어졌다. 관련 업계와 일부 정치권에서는 “산업과 내수를 망치는 악법”이라며 폐지ㆍ개정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반면, 대다수 여론은 “부패와 비위를 예방하는 최선의 보루”라며 개정 불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농민ㆍ축산인의 이해를 대변해야 하는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정부 내에서 가장 강력한 ‘3ㆍ5ㆍ10 규정’ 개정의 전도사로 꼽힌다.

김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줄곧 “추석 이전에 3ㆍ5ㆍ10 기준을 상향하는 방안을 관철하겠다”고 강조하며 총대를 멨다. 굴비 등 고급 상품의 판매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어업계 요구를 외면할 수 없는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역시 3ㆍ5ㆍ10 규정의 개정을 위해 뛰고 있다.

지역구 여론에 휘둘릴 수 밖에 없는 국회의원들은 청탁금지법 규정을 완화하는 법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은 ‘3ㆍ5ㆍ10’을 ‘10ㆍ10ㆍ5’(식사 10만원ㆍ선물 10만원ㆍ경조사비 5만원 한도)로 바꾸자는 법안을 발의했고, 박준영 국민의당 의원은 관련 업계 요구를 반영해 농축수산물과 전통주를 아예 대상에서 빼자는 법안도 내놨다.

그러나 청탁금지법을 담당하는 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는 ‘시행이 채 1년도 안 된 법을 쉽사리 바꿀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은 7월 기자간담회에서 “청탁금지법이 친지ㆍ이웃 간에 주고받는 선물에 지장을 주지는 않는다”며 “가액 조정은 국가의 청렴 이미지 제고에도 손상을 준다”고 말했다.

법제 부처와 산업 부처의 엇갈린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총리실은 “청탁금지법이 산업에 미치는 정확한 영향이 나온 뒤 개정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청렴문화가 확산되고 있지만 농축수산업계와 음식업계에 어려움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청탁금지법 시행이 공직 투명화 등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보완해야 할 사항은 없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하고 검토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원은 한국행정연구원에 위탁한 청탁금지법의 경제적 영향 분석 결과를 12월 발표할 계획이다.

다만 청탁금지법 시행에 대다수 국민들이 찬성하고 있다는 점이 법 개정 여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당시 정부가 3ㆍ5ㆍ10 규정 개정을 강하게 추진했던 것에 비해, ‘적폐 청산’을 기치로 들고 나온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법 개정의 동력이 다소 약화된 것 또한 사실이다.

한국사회학회가 최근 발표한 청탁금지법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설문 대상자 1,500명 중 85.4%가 시행에 찬성한다고 답했고, 88.7%가 이 법에 공감한다고 응답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지난해 9월 28일 시행된 이후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접수된 사건이 네 건 중 세 건꼴로 ‘자체 종결’ 처리됐다. 권익위의 ‘청탁금지법 위반 신고 접수 및 처리현황(2017년 8월 31일 기준)’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권익위는 접수된 사건 373건 중 291건(78.0%)을 ‘증거불충분’ ‘법 시행 이전 행위’ 등을 이유로 수사 의뢰를 하거나, 관련 기관에 내용을 통보하지 않고 조사를 마무리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신고자 개인의 주장 외엔 입증할 증거가 없거나 청탁금지법을 적용하기 힘든 사건 등은 자체적으로 종결 처리하고 신고자에게 고지했다”고 설명했다.

전체 신고 사건 중 권익위가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에 이첩한 것은 16건이다. 그중 실제 기소가 이뤄진 건 1건이었다. 기소유예 1건, 불기소 처분 1건이 포함돼 있고 나머지 13건에 대해서는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권익위는 28건을 수사기관이 아닌 감독기관 등 관계 기관으로 보냈다. 나머지 38건은 경위 조사가 끝나지 않았다. 유형별로는 금품 등 수수가 195건으로 가장 많았다. 부정 청탁(162건), 외부 강의 신고(16건)가 뒤를 이었다.

권익위가 수사기관 등에 보내 조치를 이끌어낸 사건은 총 28건이었는데, 그중 21건(75%)은 경조사비·선물과 관련된 ‘생활 청탁성’이었다. 100만원 이상의 금품 제공이나 사업 특혜와 관련돼 뇌물 성격이 짙은 것은 7건이었다.

kbs1345@naver.com

기자가 쓴 기사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1001호 (공덕동, 풍림빌딩)
  • 대표전화 : 02-702-2677
  • 팩스 : 02-702-16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소정원
  • 법인명 : 위키리크스한국 주식회사
  • 제호 : 위키리크스한국
  •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1
  • 등록일 : 2013-07-18
  • 발행일 : 2013-07-18
  • 발행인 : 박정규
  • 편집인 : 박찬흥
  • 위키리크스한국은 자체 기사윤리 심의 전문위원제를 운영합니다.
  • 기사윤리 심의 : 박지훈 변호사
  • 위키리크스한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위키리크스한국. All rights reserved.
  • [위키리크스한국 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립니다.
    고충처리 : 02-702-2677 | 메일 : laputa813@wikileaks-kr.org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