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프리즘] 북핵 외교전쟁 어디로? 20여개국 北과 관계 단절, 축소.. 향후 전망은
[이슈 프리즘] 북핵 외교전쟁 어디로? 20여개국 北과 관계 단절, 축소.. 향후 전망은
  • 위키리크스한국
  • 승인 2017.10.15 06:00
  • 수정 2017.10.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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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이 연일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각 국마다 다른 대응 수위와 행태가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20여개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단절하거나 축소한다고 발표한 상황이다. 개별 국가들 선택의 이면엔 경제적·외교적 실리를 향한 치밀한 계산에다, 국제사회의 '빅 2'인 미국·중국과 어떤 관계를 설정할지에 대한 고뇌까지 깔려있다.

북한에 대한 외교적 압박에 동참하는 국가들은 연일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부터 멕시코, 페루, 쿠웨이트, 스페인, 이탈리아 등 5개 국가가 연이어 자국 내 북한 대사를 추방했고, 포르투갈은 10일(현지시간) 북한과의 모든 관계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외무부도 12일 “앞으로 북한 여권 소지자에 대해 입국 비자를 신규로 발급하지 않고, 북한 기업의 사업허가도 새로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히며 북한과의 대사급 외교 관계의 중단도 선언했다.



해당 국가들은 "북한이 지역 안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다"(페루 외무부)며 계속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북한 대사 추방·외교 단절의 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나라들이 북한 고립을 강하게 주문하는 미국과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껄끄러워하는 중국 사이에서 냉정하게 국익을 계산한 끝에 북한과의 외교 단절을 전략적으로 선택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지역이 중남미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8월 중남미 순방에서 멕시코와 페루, 브라질, 칠레 등 4개국을 콕 집어 "북한과 외교ㆍ경제적 관계를 모두 차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호소하자 중남미 국가들은 엇갈린 반응을 내보였다.

.펜스의 순방으로부터 약 보름이 지난 지난달 7일 멕시코가 김형길 주멕시코 북한 대사에 추방 명령을 내린 데 이어 11일엔 페루도 자국 주재 대사에 같은 조처를 했다. 반면 칠레는 "우리는 북한과의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며 미국 측의 요청을 거절했고, 브라질도 펜스의 순방 이후 현재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브라질과 칠레는 왜 지척에 있는 초강대국 미국의 요청을 거부하면서까지 북한과의 관계를 유지하려 할까?

그것은 북한의 뒤에 또 다른 강대국인 중국이 있기 때문이라고 미 국제안보 분석 전문업체 스트랫포는 지적했다.

스트랫포는 11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은 북한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전략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며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길 원하지 않는 중남미 국가들은 북한에 무역 제재를 가하더라도 외교 관계는 유지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멕시코의 미국 의존도는 매우 높다. 수출의 81%를 미국에 의존하는 멕시코로선 미국의 심기를 거스르느니 북한과의 관계를 파기하는 쪽이 이득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를 향해 적대적인 발언을 쏟아내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폐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현 시점에선 미국과의 관계 유지가 한층 중요해졌다고 스트랫포는 분석했다.

.브라질·칠레는 멕시코와 다르다. 이 두 나라의 최대 무역 상대국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브라질의 대중국 수출액은 전체의 19%를 차지해 미국(12.6%)을 웃돌았다. 칠레의 경우 지난해 중국에 160억 달러(9조7438억, 전체 수출액의 28.2%)어치 상품을 수출했는데, 이는 대미 수출액 82억 달러의 두 배에 달하는 액수다. 아무리 미국이 지리적으로 가깝더라도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유럽에서도 가장 먼저 대사 추방에 나선 건 중국과의 무역이 비교적 저조한 국가들이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중국은 주요 수출국 10위권 밖에 있고 양국의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 수준이다. 이탈리아에서도 중국이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6%로 9위에 불과하다. 중국을 네 번째로 큰 무역 상대국으로 두고 있는 독일이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를 대비해 중국과의 관계 증진에 힘쓰고 있는 영국에 비해 운신의 폭이 넓다.

물론 경제적인 동기가 전부는 아니다.

자국 주재 북한 대사를 추방한 쿠웨이트는 미국보다 중국과의 무역 규모가 훨씬 크다. 지난해 기준 쿠웨이트는 중국에 69.4억 달러, 미국엔 42억 달러어치 상품을 수출했다. 그럼에도 걸프전 이후 미국의 우방으로 자리잡고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공급받는 등 안보 측면에서 이익을 얻는 쿠웨이트로선 경제적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할 만한 동기가 충분하다. 뿐만 아니라 쿠웨이트의 최대 무역 상대국은 미국 못지 않게 강력한 대북 제재를 원하는 한국(2016년 수출액 80억 달러)이다.

페루도 미국보다 중국에 더 많이 수출하지만 자국 주재 북한 대사를 추방한 사례다. 스트랫포는 "페루는 역사적으로 미국과 마약 퇴치 등의 작전에서 긴밀한 안보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며 "페루의 이번 결정은 경제적 이익보다 안보를 중시한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페루 정부가 북한 대사 추방을 대가로 현재 미국에 도피 중인 것으로 알려진 알레한드로 톨레도 전 대통령의 송환을 약속받았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페루 정부는 재임 기간 중 브라질 대형 건설사로부터 수주 대가로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페루 사법당국의 추적을 받고 있는 톨레도에 대해 올해 초부터 미국 측에 신병 인도를 요구해왔다. 페루 일간 엘코메르시오에 따르면 페루가 북한 대사를 추방한 이후부터 톨레도의 송환 절차에 속도가 붙고 있다.

포르투갈의 대북 관계 단절 조치에 대해선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의 모국인만큼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에 힘을 실어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kbs13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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