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프리즘] 삼성 바이오 분식회계 논란과 이재용 공판
[이슈 프리즘] 삼성 바이오 분식회계 논란과 이재용 공판
  • 강혜원 기자
  • 승인 2018.06.15 06:10
  • 수정 2018.06.15 0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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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조작 혐의에 전문가들 의견 엇갈려...이재용 부회장 공판에 영향 미칠 우려
금감원 특별감리 입장 변경으로 대외신인도 타격 가능성

삼성 바이오로직스 [연합뉴스]

삼성, 그리고 삼성바이오로직스.

가루 분 '粉', 꾸밀 식 '飾', 순 한글로 바꾸면 '화장발' 혹은 '분칠' 정도로 대체할 수 있는 한자 표현이 국내 법인세 납부 실적 1위 삼성을 옥죄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심리 중인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고의로 회계 부정을 저지른 것이 맞다'는 내용의 판정 결과를 내놓는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물론 그룹 주력 계열사의 대외 이미지와 신인도 급락은 불가피하다.

그 타격은 쓰나미가 돼 계열 기업 전체에 심각한 내상을 입힐 수도 있다. 삼성을 앞세워 코리아 브랜드 흥행에 성공한 우리 경제 역시 마찬가지다. 2.4분기 들어 심각한 주요 경제지표들이 줄줄이 심각한 하락 징후를 보이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을 개별 기업의 리스크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사자인 삼성은 겉으론 차분함을 유지하고 있지만, 내부 분위기는 다르다.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임직원들의 몸짓과 대화에선 긴장이 묻어난다. 한 삼성 고위 임원은 내부 분위기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곤혹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신인도 하락과 브랜드 가치 훼손 만이 문제가 아니다. 상고심이 진행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및 횡령 등 사건도 증선위 결정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법률심인 상고심의 특성상 증선위의 결정이 직접적으로 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지만, 대법원이 이 사건을 파기환송한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파기 환송의 이유가 무죄 취지이든 유죄 취지이든 관계가 없다. 사건이 원심인 서울고법으로 돌아가 파기환송심이 열린다면, 삼성 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논란은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이 범정부적인 로비와 청탁을 했다고 보는 박영수 특검은, 사건이 파기환송된다면 당장 이 문제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앞서 박영수 특검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기금 출연, 최순실 딸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후원 등을 모두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전 포석으로 판단했다.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박근혜 정부와 우호적 관계를 형성한 뒤, 이를 토대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을 추진했다는 것이 박 특검의 기본 시각이다.

박 특검은 그 증거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신규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유권해석,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요건 완화 등을 제시했다.

박영수 특검 입장에서 본다면 증선위의 결정 내용과 관계없이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대상으로 특별감리에 나섰고, 잠정적으로 분식회계 결론을 내렸다는 사실만큼 좋은 먹잇감도 없다.

Lee Jae-yong, the Vice-Chairman of Samsung. [Yonhap News]
◊ 논란의 쟁점은 삼성바이오에피스 둘러싼 회계 기준성 해석 차이

분식회계 논란의 핵심 쟁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제약사 바이오젠과 합작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둘러싼 회계 기준상 해석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회계년도 당시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 의사를 밝히자,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자회사(종속회사)에서 관계사로 변경했다.

바이오에피스를 무엇으로 보느냐는 최대주주인 바이오로직스의 재무제표 건전성과 직결된다. 자회사인 경우 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는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산정하지만, 관계사라면 공정가액(시장가)이 기준이 된다.

기준이 바뀌면서 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는 무려 4조8,000억원으로 평가됐으며, 2011년 설립 후 연속 적자를 내던 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흑자로 돌아섰다.

순이익만 1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분식회계로 기업가치가 과장됐다는 일각의 지적이 나왔지만, 2016년 금감원의 위탁을 받아 실사에 나선 한국공인회계사회는 감리 결과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이 부분에 주목한다.

금감원의 뒤를 이은 특별감리는 공인회계사회의 감리 결과를 부정하는데서 출발한다. 이는 결국 금강원이 스스로 자신의 입장을 번복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해외 금융기관에 '국내 투자의 기준과 정보'를 제공하는 금감원이 입장을 바꿨다는 사실은, 한국이라는 국가의 대외신인도에 심각한 타격을 안겨줬다.

특히 외부감사를 전담하는 공인회계사회의 감리 결과를 뒤집었다는 사실이, 해외 금융기관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상상 그 이상이다. 공인회계사회의 감리 결과를 금융감독기관이 뒤집는데, 글로벌 금융기관이 한국 기업의 재무제표를 액면 그대로 믿기를 바란다는 건 넌센스다.




◊ 엇갈리는 감리위원회의 판단... 국가신인도와도 직결돼

주목되는 건 금감원의 특별감리 결과 발표 뒤 구성된 감리위원회의 판단이다.

증선위 판정의 전제가 되는 감리위 결과는 세간의 주목을 받았으나, 감리위원들은 일치된 결론을 내지 못했다. 무엇보다 감리위원들은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에 대한 해석,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 적성성과 고의성 등 현안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감독위원회 측 감리위원 3명이 각각 서로 다른 의견을 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들은 금감원의 '고의적 분식회계 잠정결론'에 찬성-반대-유보 의사를 각각 밝혔다. 이런 사실은 해당 사안에 대한 해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크게 엇갈리고 있음을 방증한다.

'고의적 분식회계' 여부에 대한 의견 차이는 3차례에 걸친 감리위 회의와 지난 7일 열린 증선위 회의에서도 재현됐다. 금감위 내부 전문가들조차 일치된 의견을 내지 못하자, 업계에서는 금감원 특별감리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외부감사 전문가들로 구성된 공인회계사회가 문제 없다고 결론 내린 사안을 금감원이 번복한 사실 자체가 무리수였다는 것.

판정의 키를 쥐고 있는 증선위는 12일 임시회의에 이어 오는 20일 다시 한번 전체회의를 소집할 예정이다. 다만 고의적 분식회계 여부에 대한 위원들 의견이 엇갈려 최종 결론은 다음달 4일이나 돼야 나올 것이란 견해가 유력하다.

증선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장의 신뢰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객관적 사실과 국제회계기준을 토대로 금감원의 조치내용을 선입견 없이 공정하게 살피겠다”고 말했다. 증선위가 외부민간전문가의 의견을 중시하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위원회에 참여한 3명의 민간전문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1차 증선위원회에서 증선위원장인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한 삼성그룹 전체의 운명을 쥔 증선위에는 김용범 위원장을 비롯해 5명이 이름을 올렸다.

금감위에서는 김 위원장 외에 감리위원장을 맡았던 김학수 증선위 상임위원이 참여하고 있다.

김학수 상임위원은 3차례 감리위 회의 동안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개인 의견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심이 집중된 민간위원 3명은 조성욱 서울대 경영대 교수, 박재환 중앙대 경영대 교수,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조성욱 교수는 청주여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1988년 같은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를, 1994년 미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각각 받았다. 이후 뉴욕주립대 경제학과 조교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고려대 경영학과 부교수를 거쳐, 2005년부터 모교인 서울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08년 국제통화기금(IMF) 초빙연구위원을 지냈으며, 2013년 4월부터 증선위 비상임위원을 맡고 있다. 기업재무 분석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회계전문가인 박재환 교수는 고려대에서 경영학 학사, 석사, 박사를 받은 뒤 2007년부터 현재까지 중앙대 경영대 교수로 일하고 있다. SK인천정유 사외이사, 금융감독원 감리위원,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경영평가단 간사, 한국공인회계사회 윤리기준위원 등을 지냈으며, 올해 1월 한국세무학회 회장에 취임했다.

증권법을 전공한 이상복 교수는 '증권집단소송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력에서 알 수 있듯, 집단소송 분야 최고의 전문가 중 한 명이다.

단행본으로 '증권범죄와 집단소송', '기업범죄와 내부 통제', '개인투자자가 꼭 알아야 할 인터넷 증권사기' 등을 저술했으며, 초청강연에도 적극적이다. 다수의 칼럼을 신문에 기고했다. 연세대를 거쳐 석사와 박사는 고려대에서 받았으며, 서울대 법대에서 금융거래법 연구과정을 수료했다.

1996년 38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증권거래소 상근변호사, 숭실대 법대 교수를 거쳤다. 현재 재경부 금융발전심의위 증권분과위원, 유화증권 사외이사, 금감위 예산심사위원, 한국증권법학회 이사 등을 겸직하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양동주, 한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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