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내년 '무차입 경영' 실현 가능할까...무리한 추진 성장동력 훼손할 수도
현대중공업, 내년 '무차입 경영' 실현 가능할까...무리한 추진 성장동력 훼손할 수도
  • 문 수호 기자
  • 승인 2018.12.04 10:41
  • 수정 2018.12.0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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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증자, 현대오일뱅크 상장 등 현금 유입으로 단기적으로는 가능
경영실적 지속적 개선에 의문...캐시카우 없어 투자 포기 선언될 수도
[사진=현대중공업 제공]
[사진=현대중공업 제공]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밝혔던 업계 최초 무차입 경영이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현대중공업은 유상증자와 현대오일뱅크 IPO(기업 공개) 등을 통해 부채비율을 줄이고, 채권단의 간섭에서 벗어나 2019년 조선업황 개선과 함께 업계 최초의 무차입 경영을 실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현대중공업은 올해 유상증자를 통해 1조235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했다. 또 현대오일뱅크 IPO 상장 시 그룹 내 현금 유입으로 현대중공업 역시 운영자금에 숨통이 트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 내에서 무차입 경영을 놓고 보는 시각은 긍정적이지 못하다. 무차입 경영이 지속 가능할지 여부에도 의문부호를 단다. 이런 의문은 당장 무차입 경영이 가능해보일 순 있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시각에서 출발한다.

현재 현대중공업의 부채비율은 별도 기준 62%, 연결기준 82%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 같은 부채비율 감소는 계열사들의 매각이 가장 큰 이유로 작용했다. 특히 현대오일뱅크를 매각하면서 부채 2조원이 감소했다.

현대오일뱅크가 그룹 내 최고 캐시카우였지만 인수 당시 자금을 빌렸기 때문에 부채 2조원이 있었다. 현대중공업은 부채비율 축소라는 목표를 위해 현대오일뱅크를 현대중공업지주에 넘겼다. 이후 하이투자증권까지 매각하면서 현재의 준수한 부채비율이 완성됐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선사들이 배를 맡기면서 회사가 망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길 수 있는데 이를 대변하는 가장 대표적인 기준이 부채비율"이라며 "이를 대폭 낮춰 신뢰감을 높였다”고 말했다. 또한 부채비율 축소로 채권단의 경영 간섭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측면도 없지 않다.

순차입금 면에서도 올해 3월 1조2350억원의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현재 보유현금이 차입금보다 많은 순현금 초과 상태다. 회사 측에 따르면 현재 현대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는 순현금은 2500억원 수준에 이른다.

만약 현대오일뱅크 IPO까지 무사히 이뤄진다면 충분히 무차입 경영이 가능한 수준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업계 내에서는 무차입 경영이 단기적으로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업황 등을 감안할 때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한다. 게다가 무차입 경영을 유지하겠다는 것은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성장 가능성과 미래성장 동력 확보라는 측면에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우선 무차입 경영의 유지가 어려울 것으로 보는 것은 현재 업황 개선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의 수주 상황을 살펴보면 내년까지는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는 현재까지 145척, 124억달러를 수주하면서 올해 목표 94%를 달성했지만 이는 대부분 2020년 건조에 들어간다.

선가 인상이 더디다는 점 역시 부정적이다. 후판 가격 등 상승에 따른 원가 압박이 이뤄지고 있지만 선가 인상은 업체들 간 경쟁으로 인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국내 업체들 간 경쟁은 저가 수주로 이어지고 있어 수익성 면에서는 좋지 못하다는 평가다.

해양플랜트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아직까지 유휴 인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해양플랜트 사업 부문은 올해 3분기 반짝 수주가 이뤄지기도 했지만 여전히 수주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상반기 상승세를 보였던 유가가 최근 들어 곤두박질치면서 해양플랜트 발주 기대감이 뚝 떨어진 것도 문제다.

무차입 경영으로 금융비용이 들어가지 않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영업이익이 나지 않는다면 결국 다시 차입 경영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갑질 논란에 대한 직권조사 문제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결과에 따라 과징금 등 상당한 손실이 있을 수 있다.

현대중공업이 수익이 나지 않는 계열사들을 과감히 분리하며 부담을 줄인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지만, 현대오일뱅크나 현대글로벌서비스 같은 순이익을 낼 수 있는 캐시카우를 버린 것은 안정적인 수익 확보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결국 조선 시황 개선에 따른 안정적인 수익 구조 확보가 최우선인데 이 부분에 있어서 확신할 수 없는 만큼, 무차입 경영도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은 지배구조개편과 인수합병 과정에서 오너 일가에 수익 몰아주기라는 논란 등 잡음이 많았지만, 현재로서는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새출발 기반을 확립해 놓은 상태”라며 “선가 인상과 업황 개선에 따른 안정적 수익확보 문제는 현대중공업의 마지막 남은 퍼즐”이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문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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