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포커스] "기업 경영권도 흔들수 있다"...기대와 우려 섞인 국민연금의 행보
[WIKI 포커스] "기업 경영권도 흔들수 있다"...기대와 우려 섞인 국민연금의 행보
  • 김호성 기자
  • 승인 2019.01.20 08:07
  • 수정 2019.01.20 0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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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본사 [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 본사 [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즉, 주주권을 더욱 적극적으로 행사하기로 하면서 재계가 술렁거리고 있다.

국민연금의 운영기금은 무려 650조원 규모로, 정부의 한해 예산 400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이를 기반으로 국민연금이 투자한 기업들에 대해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경우, 기업의 경영권 마저도 흔들어 놓을수 있는 막대한 힘을 발휘하게 된다.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민연금이 지분 10% 이상 보유한 기업들의 리스트를 보면, 삼성전자(10.05%), 신세계(13.36%), 대림산업(13.54%), CJ제일제당(12.41%), 현대위아(12.31%), GS건설(12.13%), LS(12.04%), 대한항공(11.56%) 등이다.

이외에도 국민연금은 국내 299곳 기업 지분 5% 이상을 보유하며, 이름 있는 기업들 대다수에 투자를 해놓고 있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의 첫 타켓은 대한항공이 사실상 예고돼 있다. 작년 조양호 회장 일가의 '갑질파문'이 집중 조명되면서 국민의 공분을 불러던 배경도 작용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이 한진칼 대한항공에 대해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할 경우 임원선임, 수익금 배분 등 방법을 다각도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위원회도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이 의결권 행사의 첫 대상이 될 것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이제 '공'은 교수 등 민간으로 구성된 수탁자책임전문위에 넘어갔다.

지난해 7월말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면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대한 투명성과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구성된 수탁자책임전문위는 내달초까지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 및 범위에 대해 결정을 하게 된다. 

수탁자책임전문위가 정할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범위에 대해 재계는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앞으로 대한항공 및 한진칼 이외 국민연금이 대량으로 지분을 보유중인 기업에 대해 스튜어드십코드를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한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이다. 


◆3월 임기 만료되는 조양호 한진칼 회장...2월초 수탁자책임전문위에 쏠리는 '눈'

내달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주주권 행사를 결정하게 되면, 당장 3월초 주총부터 국민연금이 목소리를 내게 된다. 

대한항공과 모회사인 한진칼의 대표이사 및 회장으로 있는 조양호 회장의 입지가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대한항공에 있어서 그의 임기가 올해 3월로 만료되기 때문이다. 

임기가 만료되는 사내이사의 재선임 여부를 정하는 것은 주주총회의 표대결에서 50%만 넘기면 되는 일반의결(=보통결의: 의결권의 과반수 및 발행주식총수의 1/4 이상)에 해당된다. 임기만료전 해임시키는 특별결의 (의결권의 2/3 이상 및 발행주식총수의 1/3)와 비교해 비교적 수월하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확대하는 시점에 조회장의 임기 만료가 시간상 맞아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지분으로도 조양호 회장의 경영권을 흔들어놓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항공에 대한 국민연금의 지분은 11.56%.  

33.35%에 달하는 조회장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에 비하면 상당히 차이가 있지만, 기타지분 52.95%에 해당하는 외국인 투자자 및 개인투자자를 설득할 경우 조회장을 물러나게 하는 것은 이론상 가능한 이야기다. 갑질 파문으로 개인투자자들과, 수익률에 민감한 블랙록 등 해지펀드가 포함된 외국인투자자들이 조회장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했을 경우다. 

대한항공의 모회사인 한진칼의 경우, 국민연금의 지분은 7.41%에 그치지만, 행동주의 펀드인 KCGI 이른바 '강성부 펀드'의 지분 8.03%와 연대할 경우, 조양호 체제를 위협할만한 충분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재계의 이목이 더욱 집중되는 이유다.

이와 같은 사례가 고착화되기 전 조회장이 자진 사퇴를 검토해 봐야 하는게 아니냐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재계 일각에서 나올 정도다. 

시민단체는 더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은정 참여연대 팀장은 "앞으로 국민연금공단이 대한항공을 문제기업으로 지정해서 대한항공 정상화를 위한 다양한 주주제안을 할 수 있도록 내용에 대해서 공개서한을 발송하는 등 이후 많은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계가 술렁거리는 이유는..."독립성 보장 및 본질적 목적에도 집중해야"

갑질파문이라는 특수성으로 촉발된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는 재계 전반에 걸쳐 확산될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다. 

정부의 '기업 길들이기' 도구로 활용될 수 있는 점을 비롯해 여러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기업들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반대하는 이유로, 지나친 경영간섭(56%), 법과 제도의 준비부족(27.08%), 정부의 기업 길들이기 도구로 활용(8.33%), 개별기업에 대한 전문성 부족(8.33%)라는 여론 조사 결과도 나온바 있다. 

이 가운데 개별 기업에 대한 전문성 부족을 제외하면 대부분 국민연금의 독립성에 대한 의구심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2018년 7월 교수 등으로 14명 구성)'가 기금운용의 독립성을 위한 안전장치로써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실제로는 결정이 아닌 조언에 머무를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도, 최고 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에는 현직 의원 뿐 아니라, 정부 대표로 보건복지부 장관 및 기획재정부, 농림수산식품부, 산업통상부 등의 차관급 인사들이 들어가 있다. 

이를 놓고 보면 정치적 독립이 될지 우려가 높은 것은 당연한 시각이다.

복지부장관이 기금운용위원장으로서, 연금사회주의 및 기업 손봐주기가 될 수 있다고 최근 자유한국당은 논평을 통해 지적했다.  

국민연금의 지난해 10조원에 달한 손실금액 역시 주주권 행사의 범위를 정하는데 있어 고민해야 할 대상으로 지적된다. 정치적 독립성 등 제도적 보완점도 중요하지만, 국민연금을 바라보며 국민들이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수익률이기 때문이다. 

[위키리크스한국=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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