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청나라 때 여성들에게 행해지던 '전족' 성 노예를 위한 것이었을까? 노동을 위한 것이었을까?

26일 인터넷 매체 쿼츠(QUARZ)에 따르면 최근 일련의 연구들을 통해 전족이 여성들을 극단적인 미의 기준에 맞추려던 잔인한 관습이기보다, 경제적인 이유에서 이용될 수 밖에 없던 고통이었을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거의 1천여년을 이어왔던 중국의 관습인 전족은 아름다움이라는 미명 하에 여성들의 신체를 심각하게 변형시켰던 역사의 한 부분으로 인식되어 왔다. 옛 중국 여성들은 발가락을 접어 넣고 천으로 동여매어 ‘황금연꽃발’이라고 불리는 8센티미터 가량의 크기에 발을 맞춰야 했다고 전해져 오고 있다.

당시 부모들은 딸들이 5살 이하로 아주 어릴 때 발의 성장을 막기 위해 전족을 시작했으며, 많은 경우 발가락과 발뒤꿈치가 서로 만날 정도로 구부리면서 발의 아치가 무너졌고, 성인 여성들이 몽당만해진 발을 작은 비단신발에 넣고 뒤뚱뒤뚱 걸어 다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족으로 발의 뼈가 부러진 여성들은 극심한 고통에 시달려야 했고, 정상적으로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고 한다. 이러한 여성들은 혼자서 장거리를 걷거나 달리거나 무거운 짐을 들 수 없었다.

시간이 흘러 고대 문학을 통해 당시 남성들이 발이 작은 여성들에게 크게 매력을 느꼈다고 추정됐고, 특히 옛 중국의 부유한 집안의 여성들이 어린 딸들을 이런 고통에 내몬 것으로 해석되었다.

전족은 당나라 후기에서 송나라 초기 상류층들의 유흥과 오락을 위한 일에 종사한 여성들, 즉, 무용수, 매춘부 등 사이에서 처음 시작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후 남성들이 유흥계통에 있는 여성들을 찬미하자 귀족 부인들이 자신들의 딸들의 발을 그렇게 만들기 시작하면서 상류층 부녀자들에게 전파됐다고 한다. 일을 해야 했던 천민 여성들은 노동에 지장을 주는 전족을 안 했지만, 점차 사회 모든 계층에 퍼져 나갔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여러 논문들을 통해 다른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미적인 목적 이면에 여성들이 장시간 앉아서 노동을 하도록 통제하는 수단으로 오랜 시대에 걸쳐 이용된 관습이라는 분석들이다. 이는 특히 시골 지역의 어린 여성에게 적용된 것으로, 지역에 따라 전족 이용의 양상에 큰 격차를 보였다고 한다.

성적 매력을 위한 수단이라는 견해에 반박한, 하버드 대학 인류학자 멜리사 브라운과 독립 데이터학자 대미안 새터스웨이트-필립스의 최근 연구에 의하면, 여성들의 이동을 제약하는 이러한 수단이 실제로 혼인 전후 친가와 양가 모두에 경제적 보장이 됐다고 한다.

여성들의 발을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없도록 만듦으로써 집안에서 직물 짜고 수를 놓아 상품을 만들면, 나머지 가족들이 이를 팔아 생계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브라운은 ‘여성의 이동이 자유로웠다면 하루 종일 집에 박혀 일하는 대신 집밖으로 나가 다닐 수 있게 됐을 것이다.

특히 어린 여자아이들일수록 집에만 앉아 실을 잣고 있는 게 힘들었을 것이다’라고 미디어 매체 <쿼츠(Quartz)>를 통해 말했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 가운데 하나는 전족을 한 대부분의 소녀들이 적어도 일생에 한 번은 전족을 풀었을 것이라는 것이라고 브라운은 덧붙였다. 대게 혼인 전에 전족을 푸는데, 혼인 직전 다시 전족을 하고 이후 유지한다는 것이다. 가족들은 사돈이 될 집안에 자신들의 딸이 일을 많이 할 수 있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하고, 그래서 다시 전족을 하게 된다고 브라운은 말했다.

지난 달에는 UCLA의 판신위과 본 대학의 우링웨이, 두 경제학자가 시대별 지역별 전족의 변화에 대해 연구한 것을 발표했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면이 재배되고 직물 상품 제작으로 수입을 얻는 것이 일상적인 지역에서 전족이 더 많이 이용됐다고 한다.

쌀 재배 지역은 밀 재배 지역에 비해 전족이 유행되지 않았고, 반면 고도의 수공업 기술을 요하는 면 관련 생산 지역에서는 전족이 더 많이 보급됐다고 한다.

이들의 발표 이전에 맥길 대학의 로렐 보슨과 센트럴미시건 대학의 힐 게이츠, 두 인류학자는 <얽매인 발과 어린 손(Bound Feet, Young Hands)>이라는 저서를 통해 비슷한 주장을 했다. 브라운은 기존의 추측을 뒤흔드는 이러한 발견들이 당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직접 질문을 통해 가능했다고 말한다.

이들은 연구를 위해 수천명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했는데, 1950년 이전 직접 전족을 했거나 친지들의 전족을 목격한 사람들로, 당시 전족은 공식적으로 불법이었다고 한다.

이 연구로 만들어진 통계 자료에 의하면 전족이 많이 행해진 지역들에서는 여성들이 늦게 혼인하는 일들이 일어났는데, 가족들이 딸들로부터 수입을 얻어야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족을 한 여성들 스스로가 혼인을 위한 것이라고 믿었음에도, 전족은 외모뿐 아니라 경제적인 관점에서 신부의 매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이윤 창출을 위한 여성들의 노동의 종류는 방적에서 직조, 자수, 마편직까지 아주 광범위했다고 한다.

이로써 연구를 통해 여성들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경제적으로 가정에 헌신했다는 결과가 나왔으며, 이는 역사에서의 여성들의 역할이 새롭게 조명됐다. 고대 문학과 예술에서 여성의 작은 발의 중요성을 두각시킨 것에 대해 브라운은 단순히 남자들이 여성들의 발에서 매력을 찾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전족의 종말 역시 사회적 변화와 진보적인 생각, 중국의 현대화를 위한 노력이 아닌 경제적인 이유에서 왔다고 한다. 의류가 편하고 저렴한 것으로 변형되고, 가내수공업이 더 이상 지속 가능한 수입원이 되지 못하자, 점점 많은 여성들이 돈을 벌기 위해 공장에 나가 일을 해야 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됐다.

브라운은 이러한 관습에 대해 지금에서야 깊이 파헤치는 이유에 대해 단순히 고고학자들이 이에 대해 관심을 갖기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유골이 발굴되어도 주목받지 못했다고 한다.

전족을 직접 경험한 여성들에게 물어볼 생각을 학자들은 거의 없다고 한다. 여성에 대한 어느 추론이 일단 생기면, 여러 세기 동안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한참 후가 돼서 바뀔 가능성에 도달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6677sky@naver.com

최정미 기자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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