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화공, 30만원짜리 구두 '공임 7000원'..."대부분 '백화점·브랜드 원청'으로"
제화공, 30만원짜리 구두 '공임 7000원'..."대부분 '백화점·브랜드 원청'으로"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9.09.05 15:31
  • 수정 2019.09.05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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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수수료인하추진모임, "백화점 수수료 3%만 낮춰도 원청·하청·근로자 상생...공임 문제 해결"
[사진=위키리크스한국]
서울 약 3000명, 전국 5000명 가량으로 추산되는 제화공들은 공임 현실화를 주장하면서 제화산업 생존을 위해 백화점 등 유통 수수료 인하를 촉구했다. [사진=위키리크스한국]

'탠디' 등 브랜드 구두 하청업체 줄폐업과 '먹튀 폐업' 논란 속 불거진 7000원 남짓한 제화공 공임 문제가 백화점과 TV홈쇼핑업계 35~41% 달하는 수수료 인하 요구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통수수료인하추진모임은 5일 오전 국회에서 평균 연령 60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공임을 받아온 국내 제화공의 열악한 근로 현실, 이와 맞물린 수제화산업 불공정 유통수수료 실태를 공론화했다. 

국내 제화산업은 30만원짜리 구두 한 켤레를 팔면 백화점과 브랜드 원청이 수익 대부분을 가져가는 구조다. 제품 가격 약 40%(35~38%) 12만원, 41%(39~41%)인 12만3000원씩을 백화점과 브랜드 원청이 갖고 이외 공장 등 하청업체가 17% 가량인 5만1000원을 가져간다. 

제화공 저부(밑창), 갑피(가죽) 작업자가 손에 쥐는 것은 5% 고작 1만4000~1만6000원이다. 개별 공임은 그 절반도 채 안 되는 2.3% 7000원이다. 또한 이들 공임은 하루 14~16시간 일해도 지난 20년 동안 거의 동결된 채였다가 지난해 500~1700원 인상된 금액이다. 

이처럼 비현실적인 국내 제화산업 구조와 공임, 제화공의 삶을 알린 것은 바로 지난해 4월 브랜드 '탠디' 하청업체 폐업이다. 이와 맞물려 제화공들은 투쟁에 돌입, 지금까지 '소사장제 폐지, 4대보험, 퇴직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제화공들은 "IMF 이전에는 조금이지만 퇴직금도 받고 공장마다 위로금도 받았지만 IMF 이후엔 아예 소사장으로 만들어놓고 퇴직금도 없애고 산재 당하면 자기 돈으로 치료하도록 해놨다"며 "이젠 모두 60~70되신 분들이다. 40~50년간 가족과 밥 한 끼 제대로 먹어보지도 못하면서 하루 14~17시간 일해왔다. 단 몇 년이라도 사람답게 일하고 노동자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토로했다. 

최은철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은 "유통수수료 인하 문제는 근로자가 싸울 문제가 아니다"며 "그렇지만 그동안 제화산업을 망가뜨려온 사장님들이 원청과 싸워야 할 문제를 노동자가 대신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을지로위원회 최인호 의원은 수제화산업을 살리려면 무엇보다 가장 시급한 것은 바로 대형유통업체의 이처럼 과도한 유통수수료를 낮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최저임금도 되지 않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사장 아닌 사장 형태로 고용된 게 국내 제화업계를 일궈온 장인들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이같은 유통수수료 문제 원인으로 유통 대기업들의 독과점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누가 보더라도 과도하게 높은 판매수수료는 무엇보다 백화점과 홈쇼핑 유통사 빅3, 빅4가 시장 85~87%를 차지한 독점적 지위와 이를 이용한 불공정행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같은 불공정행위는 관행화돼 고가 판매수수료를 유지해온 것이라고 했다.

하청업체도 브랜드 원청으로부터 동일하게 수수료가 강제된다. 하청업체 입장에서는 원청업체를 통하지 않으면 제품 판매가 어렵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제화공 인건비도 고착된다. 

그는 이어 "유통사 수수료 3%만 낮춰도 구두 한 켤레 당 9000원 비용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이처럼 한 켤레 당 확보되는 9000원으로 브랜드 원청과 하청, 제화공 모두 상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수제화산업 구조는 백화점과 홈쇼핑 등 대형유통사, 브랜드 원청, 하청공장, 제화공 4단계로 구성돼 있다. 김 변호사는 제화공들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이들 4개 경제 주체간 사회적 교섭을 강조했다. 

이어 공정거래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부, 한국제화산업협회 소속 관계자들이 토론에 나서서 이같은 대형유통사 수수료 문제의 실효성 있는 해결책을 모색했지만 신동열 공정거래위원회 유통거래과 과장은 "백화점 등 수수료를 낮추면 되고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이 단계를 해결한다고 해도 반드시 공임 문제가 바로 나아지는 게 아니다"며 "수수료를 낮추더라도 실제 문제 해결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날 최인호 의원 등 을지로위원회는 공정위에 대형유통업체 판매수수료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요구했고 11월이면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대형유통사와 원하청, 제화공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하겠다는 입장이다. 

[위키리크스한국=이호영 기자] 
 

eesoa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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