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1350만 경기도민 선택"... 토씨까지 같은 전해철·박지원의 이재명 탄원 
[WIKI 프리즘] "1350만 경기도민 선택"... 토씨까지 같은 전해철·박지원의 이재명 탄원 
  • 윤여진 기자
  • 기사승인 2019-11-10 17:30:42
  • 최종수정 2019.11.10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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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이 허위라해도 고의 없다"는 '이재명 전략' 먹힐까 
1심, 2007년 '토론회 질문엔 고의 없다' 대법 판례 인용
자유롭게 질문할 권리 보장했다면 답변도 같다는 논리
당시 대법은 의혹제기 보장.. 이번엔 '국민적 의혹 봉쇄'
"공직후보자 토론회가 오보 방지" 헌재 결정에도 배치

"정신없이 쏟아지는 질문 속 짧은 몇 마디가 과연 1350만 경기도민의 선택을 뒤엎을 만큼 중대한 것인지 의문스러울 따름입니다"(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이 지난 4일 대법원에 제출한 탄원서 일부)

"쏟아지는 질문 속 짧은 몇 마디가 과연 1350만 경기도민의 선택을 뒤엎을 만큼 중대한 것인지는 신중히 판단되어야 할 것입니다"(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달 초 대법원에 제출한 탄원서 일부)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상대로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이 4일 대법원에 제출한 탄원서 일부. [사진=박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상대로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이 4일 대법원에 제출한 탄원서 일부. [사진=박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이달 초 연거푸 대법원에 제출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탄원하는 내용이다. 소속 정당은 달라도 토씨까지 같은 탄원서가 작성된 이유는 뭘까. 대통령 법률보좌관인 청와대 민정수석 출신의 문장과 법원행정처장과 검찰총장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터줏대감의 문장이 같다는 건 고도의 연출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대법원 재판에서 '선거를 앞둔 합동토론회에서 상대편 후보자가 제기하는 의혹제기에 어떻게 답해야 고의가 없는지'가 이미 핵심 쟁점이 됐다는 걸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는 이유다.  

◇ 친형 '강제입원 절차' 중간에 그만뒀다면 "그런 일 없다"는 사실?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둔 토론회에서 '친형 강제입원'을 부인했다가 항소심에서 유죄가 인정된 이 지사가 "허위 답변이라고 해도 고의는 없었다"는 전략을 들고 나와 대법원 선고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린다. 

10일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달 초 대법원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토론회에서의 이재명 지사의 답변은 다른 후보들로부터 나온 질문을 방어하는 차원에서 나온 발언"이라며 "쏟아지는 질문 속 짧은 몇 마디가 과연 1350만 경기도민의 선택을 뒤엎을 만큼 중대한 것인지는 신중히 판단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탄원서 속 전 의원 발언은 지난 4일 이 지사를 탄원한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의 문장과 비슷하다. 전 의원과 비슷한 시기 탄원서를 제출한 박 의원은 "경기도지사 후보토론회는 이 지사에게 가혹하리만큼의 정치적 공세가 난무했다. 그 과정에서 나온 이재명 지사의 답변은 상대 후보의 악의적 질문을 단순히 방어하는 차원에 불과했다"며 이 지사의 답변상 발언이 법적으로 문제될 수 없다고 했다. 

앞서 지난해 5월 29일 당시 김영환 바른미래당 경기도지사 후보는 KBS 토론회에서 민주당 소속 후보인 이 지사에게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하였지요?"라고 질문했다. 이 지사는 "저는 그런 일 없습니다"고 답했다. 

토론회에서 부인한 것과 달리 이 지사는 지난 2012년 성남시장에 재직하면서 시정을 방해하는 친형 이재선씨가 정신질환자로 의심된다며 관할 보건소장에게 강제입원을 지시한 점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다만 '구 정신보건법' 제25조에서 정한 시장에 의한 강제입원 절차에 이씨가 해당하지 않는다며 보건소장이 '불가 의견'을 보고하자 이 지사는 뒤늦게 그만뒀다. 

법원 1심은 "(강제)진단을 하려다가 그만둔 것이고 입원을 시키려 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이 지사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2심은 강제입원에 필요한 전문의 진단을 이 지사가 지시한 것에 주목했다. 강제입원 절차를 크게 진단절차와 입원절차로 나눌 수 있는데 앞부분이 실행됐다는 점에서 '강제입원을 시도했다'는 건 사실이란 것이다. 

이 때문에 2심은 토론회에서 이 지사가 거짓으로 답변한 것엔 고의가 있다고 보고 유죄를 인정했다. 수원고법 형사2부(재판장 임상기)는 지난 9월 6일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며 "강제입원 절차 지시 사실을 일반 선거인들에게 알리지 않기 위해 이를 의도적으로 숨겼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이 지사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즉각 상고했다.

◇ 의혹제기는 적극적이어야 하고 답변은 소극적이어야 한다?

이르면 12월로 선고가 예상되는 대법원 판결의 핵심 쟁점은 1심과 2심을 가른 허위사실공표에서 고의성 판단이다. 1심이 2007년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는 점에서 대법원이 2심 손을 들어준다면 판례를 변경해야 한다. 이 경우 대법관 13명이 참석하는 전원합의체에서 결론이 난다. 다만 이 사건을 배당받은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가 1심 인용에 잘못이 있다고 보면 지금처럼 대법원 3명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판단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1심이 인용한 대법원 판례는 2006년 5월 문경시장 선거를 앞둔 토론회에서 질문자 발언이 허위인지가 쟁점이었다. 재출마한 현역 시장을 상대로 상대편 후보는 판공비 과다 집행을 문제삼았다. 이때 관행적으로 시장이 개인 몫으로 사용하는 판공비와 시 직원 모두가 쓰는 업무추진비를 분류하지 않았다. 이 사건 1심은 실제 쓰인 판공비를 3~4배 불린 질문이 허위라고 봤지만 2심은 고의가 없다며 무죄로 달리 판단했다. 결국 대법원은 "즉흥적, 계속적으로 이뤄지는 합동토론회의 특성으로 인하여 표현의 명확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2부 주심 박시환 대법관)며 2심이 맞다고 봤다. 

이 지사 사건 1심은 이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면서 '허위사실 판단에 토론회 답변도 질문과 달리 판단할 이유가 없다'는 해석을 내놨다. 공방이 오가는 토론회에서 질문이나 답변이나 정제되지 않은 건 똑같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이 지사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홍기태 변호사는 "공직 후보자 합동토론회에서 의혹을 제기하는 상대편 질문을 단순히 부정하는 것엔 고의가 없다"는 주장을 편다.

이 지사를 탄원하는 쪽에서도 같은 논리를 댄다. 현역 법사위에서 가장 오랜 기간 활동해 법 논리에 익숙한 박 의원은 탄원서에서 "쏟아지는 질문 속 짧은 몇 마디가 과연 1350만 경기도민의 선택을 뒤엎을 만큼 중대한 것인지"라고 적었다. 공교롭게도 변호사 출신 전 의원이 쓴 문장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고 같은 문장이다. 

이같은 이 지사 쪽 논리엔 '큰 함정'이 있다. 질문하는 입장에선 자신의 의혹제기 너머 진실을 모두 알 수 없다. 이와 달리 의혹 당사자는 진실 모두를 알고 있다. 질문이 부정확한 게 어쩔 수 없는 것과 달리 답변은 후보자가 정직하다면 정확할 수밖에 없다. 

◇ 고의가 없어도 5번 반복하면 거짓말?

빨강 표시는 지난해 경기도지사 지방선거를 앞둔 합동방송토론회에서 '입원시키려했나' 또는 '진단을 본인이 부탁했나'라는 김영환 당시 바른미래당 후보 물음에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사실과 다르게 답변한 부분으로 다섯 번 반복된다.
빨강 표시는 지난해 경기도지사 지방선거를 앞둔 합동방송토론회에서 '입원시키려했나' 또는 '진단을 본인이 부탁했나'라는 김영환 당시 바른미래당 후보 물음에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사실과 다르게 답변한 부분으로 다섯 번 반복된다.

나아가 이 지사처럼 다섯 번에 걸쳐 상대편이 제기하는 의혹을 부인한 경우라면 '즉흥적인 합동토론회 특성'을 이 사건에 그대로 반영하기 어렵다고 법조계는 지적한다. 한두 차례면 몰라도 그 이상 반복된 질문에서 거짓말이 계속 있었다면 고의가 있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 이 지사 발언이 즉흥적이기 때문에 고의가 없는 '수동적 발언'이라고 규정한 1심 법리가 완전하지 않은 이유다. 

대법원이 1심 법리를 그대로 수용한다면 토론회에서 유력한 공직자가 허위로 답변해도 처벌받지 않는 공백이 생긴다.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 투표 향방과 직결되는 사실들이 이렇게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 토론회를 여는 의미는 사라진다. 선거에서 토론회가 어떤 수단보다 오보 가능성을 낮춘다고 본 헌법재판소 결정도 의미가 없어진다. 

헌재는 지난 1998년 8월 지지율 10% 이상 후보자만 토론회 참가가 가능하다는 공중파 방송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권영길 당시 건설국민승리21 후보가 청구한 사건에서 "방송토론회는 보도방송 등에서 있을 수 있는 오보 혹은 왜곡의 가능성도 줄일 수 있는 등 어떠한 선거운동방법과도 비교할 수 없는 중요한 선거운동"이라고 했다. 문경시장 사건에서도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한 건 유권자의 알 권리를 담보하는 자유로운 의혹제기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공직후보자가 자유롭게 거짓을 늘어놓을 수록 유권자의 알 권리는 줄기 마련이란 건, 2019년에도 2007년에도 1998년에도 마찬가지 아닐까. 

[위키리크스한국=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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