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2시간 만에 사라진 ‘GTX 창릉역’
[기자수첩] 2시간 만에 사라진 ‘GTX 창릉역’
  • 박순원 기자
  • 기사승인 2019-11-14 17:46:24
  • 최종수정 2019.11.14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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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3기 신도시 홈페이지에 ‘GTX 창릉역’ 표기했다가 2시간 만에 삭제
그 후 고양시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사건
국토부 '3기 신도시 이름짓기' 공모전 홈페이지에 게시됐던 고양 창릉지역 광역교통망 사진. 해당 사진에는 'GTX 창릉역'이 표기돼있다. (현재는 사진 교체)
국토부 '3기 신도시 이름짓기' 공모전 홈페이지에 게시됐던 고양 창릉지역 광역교통망 사진. 해당 사진에는 'GTX 창릉역'이 표기돼있다. (현재는 사진 교체)

정부의 3기 신도시 발표에 힘입어 1기 신도시 등 경기권 지역의 교통 대책이 연달아 발표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 31일 국토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가 발표한 교통대책에서는 고양시 일대 신도시 반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교통 대책이 ‘검토’란 이름 하에 여럿 나왔다.

하지만 국토부의 이 같은 ‘검토’ 표현이 지역에서는 다양한 갈등을 낳고 있다. 현재 고양시 여론은 전체적으로 3기 신도시 개발을 반대하는 여론이 우세하지만 지역별로는 ‘신도시 건설 보상’을 요구하는 원주민들과 ‘덕양구 일대 3기 신도시 개발 수혜지’ 시민들이 어우러져 서로 다른 목소리 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토교통부는 고양시 일대 불난 여론에 한 차례 기름을 부었다. 국토부는 지난달 23일 ‘3기 신도시 이름짓기 공모전’을 진행하면서 3기 신도시 고양 창릉지구 광역교통망에 오해할만한 사진을 올려 갈등을 유발했다.

당시 국토부가 게시한 고양 창릉 지역 광역교통망 사진에는 ’GTX 창릉역‘이 표기돼 있었다. 이 사진은 약 2시간여 만에 삭제됐지만 고양 지역의 긴장된 여론에 기름을 붓기에는 충분했다. 해당 사진은 가입자 70만명의 ‘부동산 스터디’ 등 국내 부동산 커뮤니티 사이트에 일파만파 퍼지며 갈등과 조롱을 낳았다. 한쪽에선 “창릉역에 GTX가 생겨 일산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주장했고, 반대편에선 “일산을 폄하하지 말라”며 “창릉 신도시에 GTX가 정차할 가능성은 없다”고 맞섰다.

해당 사건은 국토부 한 실무자의 실수로 야기된 것이었다. 실제 창릉 신도시에는 GTX-A노선이 정차하지 않는다. 국토부 관계자는 “고양 창릉 신도시에 정차하는 지하철은 GTX-A가 아닌 ‘고양선’”이라며 “담당 실무자가 ‘고양선’을 ‘GTX-A’로 오기해 발생한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다.

 

창릉신도시 설명회 현장 사진

고양시민 간 갈등은 지난 12일에 또 한번 터져나왔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고양시 덕양구청에서 ‘창릉신도시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설명회에는 ‘그린벨트 해제하고 원주민에 보상하라’는 내용부터 ‘3기 신도시 개발 반대한다’, ‘창릉역 없이는 GTX A노선 개통없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도배돼 있었다.

이를 지켜보는 반대편에선 야유가 쏟아져 나왔다. “일산 나가라”, “일산주민이 덕양구에 왜 오느냐" 등의 조롱섞인 야유가 쏟아지며 비방전이 오갔다.

이날 LH 관계자는 본 설명회를 시작하기 까지 애를 먹었다. LH관계자는 ‘3기 신도시 반대한다’는 현수막 옆에서 3기 신도시 설명회를 진행해야 했다.

LH 측이 배포한 ‘고양창릉 공공주택지구 개요’ 자료에는 ‘GTX-A(예정)’이라고 적시돼있었다. 설명회에 참석한 한 주민이 “창릉신도시에 GTX가 지나가는 것이냐”고 묻자 설명회 관계자는 “창릉신도시 아래로 GTX-A 철도가 건설된다”며 “역 신설 등은 추후 검토될 수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 같은 설명은 마치 창릉신도시에 ‘GTX 창릉역’이 신설될 가능성이 있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한 주민은 “오늘 설명회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설명을 들어보니 GTX 창릉역이 정말 신설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토부와 GTX-A 시행사 에스지레일에 따르면 창릉신도시에 GTX-A노선이 정차할 가능성은 없다. 현재까지 검토한 바도 없고, 고양시 역시 검토 용역을 제출할 계획이 없다.

GTX-A노선이 창릉신도시에 정차하기 위해선 ‘광역 교통부담금’과 창릉역 신설로 인한 ‘경제적 타당성’이 있어야 하는데 두 가지 모두 창릉역에는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GTX-A노선 역 신설이 있기 위해선 경제적 타당성이 있어야 하고 비용을 부담해줄 기관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역 신설은 어렵다”고 밝혔다.

이날 설명회가 끝난 뒤 기자가 LH 관계자에게 "창릉신도시에 GTX-A노선 예정이라는게 무슨 의미냐"고 물었을 때 나온 답변은 “GTX대곡역을 이용하면 된다”였다. 이어 "창릉신도시에 정차하지도 않는 GTX-A노선이 창릉신도시 개요에 'GTX-A 예정지'로 표기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LH 관계자는 또렷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결국 국토부와 LH는 3기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발생되는 1기 신도시 주민들간 갈등을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기름을 붓고 있다. 이런 분열과 갈등 속에 관할 지자체인 고양시도 침묵 일관이다. 3기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벌어진 국토부의 ‘실수’와 LH가 불러일으킨 ‘오해’로 발생된 피해는 오로지 1기 신도시 주민들의 몫으로 전가되고 있다.

 

LH가 제공한 창릉신도시 입지 여건에는 'GTX-A(예정)'이라고 적시돼있다.
LH가 설명한 창릉신도시 자료에는 'GTX-A(예정)'이라고 적시돼있다.

 

[위키리크스한국=박순원 기자]

ssun@wikileaks-k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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