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인사이드] 코로나 재앙의 역설 “야생동물들이 돌아온다”
[WIKI 인사이드] 코로나 재앙의 역설 “야생동물들이 돌아온다”
  • 유진 기자
  • 승인 2020.06.26 09:46
  • 수정 2020.06.29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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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물 보스보퍼스에서 블루노즈 돌고래를 비롯한 세종류의 돌고래 떼가 포착됐다. [BBC 캡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인류는 최악의 재앙을 겪고 있지만 도시화, 산업화에 밀려 생존을 위협받아온 야생동물들은 더욱 조용해진 세상에서 자유를 만끽하기 시작했다.

29일 현재 전세계 코로나 확진자가 1천만명을 돌파하는 등 코로나19는 좀처럼 꺾일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바이러스는 지구촌 구석구석으로 깊숙히 파고드는 양상이다.

하지만 코로나 확산으로 사람들이 대면 접촉을 꺼리고, 여행과 이동을 줄이면서 역설적으로 야생동물들은 보다 활기찬 세상을 누리는 시대가 됐다.
 
BBC는 코로나19 의 영향으로 야생동물의 생태계가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 분석한 기획물을 최근 보도했다.

BBC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전세계가 마비가 되자 자연계의 일부 지역에는 사람의 발길이 끊기고 있다”며 “사람들이 외부 활동을 자제하면서 야생동물은 더욱 조용해진 세상에서 삶을 즐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물들이 텅 빈 거리와 수로를 탐험하고, 많은 도시인들을 놀라게 해주고 있는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BBC는 소개했다.

이스탄불 시민들은 돌고래들이 훨씬 많이 출현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BBC]
이스탄불 시민들은 돌고래들이 훨씬 많이 출현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BBC]

◇ 이스탄불 거대한 항로에 돌고래 출현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보스포러스(Bosphorus)는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해상 항로 중 하나이다. 거대한 유조선, 화물선, 여객선이 하루에 12시간 동안 십자 형태로 도시를 가르는 해협을 누빈다.

이같이 분주하던 해상 교통이 최근 소강 상태를 보이기 시작하고 도시 폐쇄기간 동안 집에 머무르는 어부들이 늘면서 돌고래들이 물 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며 수면을 뛰어오르고 있다.

멀리 떨어진 도시의 부두에서 돌고래를 볼 수 있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지만 도시에 붙은 해안에서 돌고래가 출몰하는 것은 이례적인 것이다. 부두 근처에서 수영하는 돌고래 동영상을 트위터에 올린 한 주민은 “돌고래들이 지금 이 도시에 가까이 와서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고 말했다.

돌고래를 찾아다니던 사진기사는 AFP통신을 통해 “통제되지 않던 낚시꾼들이 사라지자 돌고래들이 도시와 붙은 해안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항구도시 하이파에는 멧돼지 떼들이 도시를 빈번히 침투하고 있다. [BBC]
이스라엘 항구도시 하이파에는 멧돼지 떼들이 도시를 빈번히 침투하고 있다. [BBC]

◇ 이스라엘 항구도시에 출몰하는 멧돼지들

이스라엘 매체인 하레츠는 “주민들이 갇히면서 야생 멧돼지들이 하이파를 점령했다”고 전했다.

코로나 팬데믹 전 이스라엘 북부의 항구도시인 하이파 시 주변에서 먹이를 찾아 헤매는 멧돼지가 목격된 적이 가끔 있었지만, 길가에 사람이 없으니 멧돼지들이 더 자주 출몰한다고 주민들은 증언하고 있다.

이 문제는 너무 심각해 지역 관리들이 줌 미팅(Zoom Meeting)이라는 화상 앱을 통해 늘어나는 멧돼지들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물 단속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야론 하난은 로이터통신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나간 후, 멧돼지들이 매일, 매일 밤, 매시간 오는 것에 익숙해질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멸종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는 알바니아 곱슬 펠리컨 [BBC]
멸종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는 알바니아 곱슬 펠리컨 [BBC]

◇ 개체수 급증하는 알바니아의 홍학과 펠리컨

상당수 야생동물들은 도시로 내려오지 않고 이전에 북적이던 자연보호 구역이나 공원에서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알바니아 서부 해안선에서는 올들어 코로나가 확산된 이후 분홍색 홍학 개체수가 30%나 급증하면서 모두 3,000여 마리에 이르고 있다. 

수 천 마리의 홍학들은 아프리카와 지중해 남부에서 그들의 짝을 만나러 나르타 라군으로 날아오고 있다.

인근의 올리브 오일공장과 수질 오염을 일으켜 온 가죽가공 공장이 문을 닫고, 평소 정체가 심한 500m길이 도로의 교통체증이 사라지면서 이 일대는 자연의 원 상태로 회귀하고 있다.

알바니아 남서부 블로러 보호구역 책임자 히솔라코지는 “펠리칸들이 석호 안으로 조금 더 들어가 구애 의식을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 평균 5만명의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디브자카 국립공원에는 희귀종인 ‘곱슬 펠리칸’ 85쌍이 둥지를 틀고 있다.

관광객들이 공원을 찾아오지 않고 조용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자 곱슬 펠리칸의 멸종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태국에서는 관광이 중단된 해트차이마오 국립공원에서 30마리의 듀공 무리가 수영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바다소’라고도 불리는 듀공은 멸종위기에 놓인 해양 동물로, 그물에 걸리거나 수질오염으로 안타깝게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국립공원은 페이스북에 듀공 무리의 동영상을 게시하면서 “코로나 이후 야생동물들이 부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산티아고에서 아파트 단지로 뛰어오르는 야생 퓨마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BBC]
산티아고에서 담을 뛰어오르는 야생 퓨마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BBC]

◇ 산티아고 아파트에 나타난 퓨마, 영국인들 놀라게 한 야생염소

칠레 산티아고에서는 거리를 배회하다 발견된 퓨마 여러 마리가 포획되어 자연 서식지로 돌려 보내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큰 퓨마 한마리는 아파트 단지 안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칠레의 축산및 농업관리 책임자인 호라시오 보르케스는 “동물들은 소음을 덜 느끼고 먹이를 찾을 새로운 장소를 찾고 있고, 몇몇은 길을 잃고 도시에 나타나기도 한다”고 전했다.

영국에서는 야생 염소들이 한적해진 웨일즈 도시를 즐기면서 여기저기서 사고를 치는 소동도 벌어졌다. 염소 떼가 몰려와 정원에 꽃과 화초들을 뜯어 먹는 등 마을을 점령했던 것이다.

각 나라마다 야생에서 먹잇감이 줄어들면서 동물들이 도시로 침투하는 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 크라코프의 한 동물복지단체 회원이 비둘기들에게 모이를 주고 있다. [BBC]
폴란드 크라코프의 한 동물복지단체 회원이 비둘기들에게 모이를 주고 있다. [BBC]

◇ 굶어죽을 위기에 처한 유럽 도시 내의 비둘기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모든 동물들이 이익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독일의 한 동물보호단체는 “유럽의 비둘기들이 굶주려 죽을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거나 길거리 음식 조각을 떨어뜨리며 식량을 제공해주던 사람들이 대부분 집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이 단체는 “많은 도시들이 늘어나는 비둘기 문제를 안고 있기는 하지만,  비둘기들이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게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폴란드 크라코프에서는 한 동물복지단체가 당분간 방치된 동물들의 무리에게 먹이를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코로나19 이후의 환경과 동물 생태계의 변화는 인류 모두에게 새로운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최근 수십년간 전세계에 도시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많은 야생 동물들이 하나씩 멸종되어 지구에서 다시는 만나 볼 수 없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라왔다. 

코로나19는 인간이 경험하고 있는 모든 것들은 당연한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동시에 ‘앞만 보고 내달려 온’ 인간의 모든 활동이 결과적으로 얼마나 환경을 파괴했는지 스스로 돌아보게 해주고 있다.

한 생물과학자는 “인간 활동이 1년만 중단되면 자연 생태계가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통스런 코로나가 지구를 재탄생시키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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