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화학물질 무단 사용 적발·톨루엔 기체로 배출했다는 의혹도
주민들 "인근 초중고 및 아파트 단지…불안해서 못 살겠다" 호소
"이데미쓰코산 독극물 논란…불안해서 못 살겠어요"
1일 오후 3시께, 경기 파주시 외국인투자산업단지에 위치한 이데미쯔전자재료한국 건물 옥상에선 알 수 없는 하얀 연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직원 4분의 1만 현장근무를 하는 탓에 건물 분위기는 조용했다. 정체모를 물질을 운송하는 트럭이 건물 내로 진입하자, 그제서야 몇몇 직원들이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한 직원에게 명함을 주며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러자 해당 직원은 기자임을 확인하더니 다급히 자리를 피했다. 입구 경비원은 취재진의 이같은 태도를 지켜본 뒤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등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이 이같은 태도를 보인 이유는 최근 독극물 관련 논란이 불거진 탓으로 추정된다. 이데미쯔전자재료한국은 얼마 전 금지된 발암성 유해화학물질을 7년간 사용하다가 적발돼 인근 주민들로부터 뭇매를 맞은 바 있다. 또 최근엔 한 직원이 눈에 화학물질인 톨루엔이 들어가는 화학 사고를 당했음에도 이를 법령에 따라 즉각 신고하지 않아 한강유영환경청으로부터 피소당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데미쯔코산 정승렬 대표는 인근 주민들에게 어떠한 입장표명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 앞을 지나가던 한 인근 주민 A씨는 "처음엔 이 공장이 뭐하는 곳인지도 몰랐다. 얼마 전 문산맘카페에서 이곳에서 독극물을 다루고 있다는 게시글을 보게 돼서 알게 됐다. 바로 옆에 당동 주공아파트가 있고, 문산초등학교 등 초중고 학교가 초근접해 있는데 아무래도 불안한 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7년간 쓰고 남은 톨루엔 기체를 옥상으로 배출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인근 주민들에 대한 영향평가를 조사하고, 기업은 이에 마땅한 사과와 보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엔 대표이사가 직원들을 모아놓고 톨루엔은 발암물질이 아니고 술과 담배, 커피가 발암물질이니 후자를 더 조심해야 한다는 설명회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부와 환경부의 강력한 조사와 처벌이 필요한 것 같다. 불안해서 못 살겠다"고 전했다.
기업 맞은편 상가들은 이데미쯔코산 독극물 논란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반응이었다. 식당 사장 C씨는 "맘카페에서 집중적으로 이 기업에 대한 문제점을 언급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었다. 그러나 기업 맞은편에서 식당을 하고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해당 기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들고 일어서기도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C씨는 "만약 인체에 위해한 행위를 했다면 그건 지탄받아도 마땅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식당 사장 D씨는 "솔직히 이데미쯔코산 정 대표는 '주민 상생'이란 걸 크게 신경안쓰는 듯 하다"면서 쓴소리를 내뱉었다. 그는 "원래 이 공장은 타지에 있다가 몇년 전 파주시로 넘어온걸로 알고 있다. 그러다보니 직원들은 퇴근하고나서 차량을 이용해 바로 집으로 이동하지 인근 식당에서 식사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종종 '니뽄'이라는 글자가 적힌 조그만한 트럭들이 드나든다. 아마도 어떤 물질을 싣고 온게 아닌가 싶다. 뭐하는 곳인지도 자세히 잘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이데미쯔코산이 경기도 파주에 둥지를 튼 건 지난 2012년이다. 2600만 달러(한화 약 300억 원) 규모의 공장을 설립하고 차세대 디스플레이 발광소재 원천기술을 생산하고 있다. 이곳에서 나온 제품은 고객사인 LG디스플레이에 전량 납품된다. 본사는 지난해 매출액이 환율기준 약 46조9507억 원에 달할 정도의 글로벌 기업이다. 이인재 전 파주시장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이데미쯔코산을 유치하면서 낙후된 북부지역에 균형발전을 이룩하고 '시민 행정'의 기본 원칙에 집중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8년이 지난 지금, 시민들은 이데미쯔코산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위키리크스한국=박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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