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특검에 호소한 재판부 "존중 좀 해달라"…준법위 평가는 '무승부'
또 특검에 호소한 재판부 "존중 좀 해달라"…준법위 평가는 '무승부'
  • 정예린 기자
  • 승인 2020.12.07 21:10
  • 수정 2020.12.08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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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재판부·변호인과 충돌…소리 지른 양재식
강일원·김경수 "변화 불러와" vs 홍순탁 "기본 놓쳐"
최종 변론기일 미뤄져…30일 오후 2시 5분 예정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8차 공판을 끝내고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정예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8차 공판을 끝내고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정예린 기자]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법위)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을 점검한 전문심리위원단이 대체로 긍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부와 변호인 측이 추천한 위원들은 일부 한계에도 불구하고 진일보 했다고 평가한 반면 특검 측이 내세운 위원은 미흡하다는 의견을 표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7일 오후 2시 5분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 5명에 대한 파기환송심 8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는 이 부회장을 비롯한 피고인 전원이 출석했다. 

전문심리위원단은 이날 재판에 직접 참석해 준법위 평가에 대한 개별 의견을 진술했다. 

위원단은 재판부가 선정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 이 부회장 측이 추천한 김경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특검 측이 제안한 참여연대 금융경제센터 실행위원인 홍순탁 회계사 등 3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앞서 지난달 사흘에 걸쳐 준법위 위원 전원과 준법위와 협약을 맺은 7개 관계사 중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3개사 준법지원인과 면담을 가졌다. 

◇ 전문심리위원단 의견 진술…상반된 의견 제시

강 전 재판관은 “준법위 현재 조직과 관계사들의 지원, 회사 내 준법문화 여론과 관심 등을 지켜본다면 준법위의 지속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매우 긍정적”이라며 “지난 3월 최고 경영진에 요구되는 최우선 준법의제로 경영권 승계, 노동, 시민사회와의 소통 등 3가지를 정하고 개선상황을 권고했고, 이재용 부회장이 4세 승계 포기, 무노조경영 폐기 등을 선언한 대국민 기자회견이라는 성과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준법위는 강화된 위상 아래 상당히 폭넓은 감시 활동을 하고 있으며 비교적 자유스러운 인사들로 독자 운영하고 있다”며 “준법 조직 역할도 확대되고 있어 앞으로 회사 내부 조직을 이용해 위법행위를 하는 것은 과거에 비해 어려워진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강 전 재판관은 준법위의 실효성 확보와 독립성 유지를 위해서는 결국 최고 경영진의 준법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거인멸 사건 등에 관해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 등 아직 최고 경영진에 대한 일정 한계가 있고, 선제적 예방 활동을 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고 평가하면서도 “다만 준법위의 권고가 있었고 관계사가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세계 3대 컨설팅 회사인 보스턴 컨설팅에 지속가능한 준법 경영안 마련을 위한 컨설팅 진행 중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경수 변호사는 “준법위 출범이 삼성의 준법감시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구조적 변화를 불러왔다”며 “외부 독립 조직인 준법위, 내부 준법 조직, 국민들의 높은 관심 등 세 개의 준법감시 축의 상호작용이 강해졌고, 이에 따라 최고 경영진의 준법 의지가 담보될 것으로 시스템화돼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준법위와 협약을 맺은 관계사가 7곳에 그친다는 지적에 대해 “현실을 반영한 합리적 판단으로 생각돼 오히려 보여주기 식이 아닌 진정성이 느껴졌다”고 전했다. 

이어 “처음부터 토끼몰이 하듯이 모든 계열사를 다 협약에 포함시키고 사무국 인원을 200~300명으로 구성했으면 (보여주기 위한) 쇼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아직 출범 1년이 안된 만큼 상황을 봐가며 범위를 넓히는 게 합리적이며, 준법위 위원장의 의도대로 추후에 추가 협약 가입을 권유하겠다는 것이 실효성이나 지속가능성에 대한 진정성 있는 태도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홍순탁 회계사는 준법위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홍 회계사는 “현재까지 준법위와 관계사 내 준법 조직은 모니터링 체계를 수립하지 않았다”며 “컨설팅 회사인 보스턴에 외부 컨설팅을 요청했다고 하지만 내용을 알 수 없어 현재 점검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삼성생명과 삼성SDS 내부거래 관련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사전 경고를 받았는데 이와 관련해 준법위에 보고하지 않았다”며 “변호인은 계속해 준법위 출범 전 사항이라 감시 대상이 아니라는데 기업 경영은 단절되는 것이 아니므로 출범 전 사항은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은 중요한 기본 사항을 놓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이 부회장 등이 ‘불법 경영권 승계’ 관련 기소돼 재판을 진행 중인 것과 관련해서도 의견은 엇갈렸다. 김 변호사는 오랜 수사 기간, 방대한 수사 기록에도 불구하고 이제 막 기소를 진행했고, 유무죄 등을 놓고 많은 논란이 있는 만큼 준법위가 사법부의 결론이 나오기도 전에 개입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반면 강 전 재판관과 홍 회계사는 법원 판결이 있기 전이라도 준법위에서 최소한의 조사 착수 정도는 필요하다고 봤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8차 공판을 끝내고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정예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8차 공판을 끝내고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정예린 기자]

◇ 고성 오간 재판장…특검에 사과 요구하기도

특검은 이날 재판에서도 재판부와 날을 세우며 재차 특검 측의 의견 진술을 고의적으로 막고 있다는 식의 발언을 이어갔다. 변호인 측과의 갈등도 극에 달했다.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특검 측에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복현 부장검사는 “촉박한 시간제한 속에서 한 시간 넘게 요지만 짚었다. 의견 진술을 하려면 시간이 필요해 시간을 달라는데 특검 의견 진술 기회를 준다고 하니 오해가 있어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준영 부장판사는 “지난 기일에서 다 정리된 사항이다. 지난 기일에 이복현 검사는 출석도 하지 않으셨다”며 “정리된 걸 반복하고 또 반복하고 계신다. 도대체라는 말까지 쓰시며 재판부에 불만을 가지시는 거 같다”고 맞받아쳤다.  

정 판사는 “재판부가 말 좀 끝내게 해달라”, “재판부를 존중 좀 해달라”는 등 특검에 호소하기도 했다. 

정 부장판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부장검사의 발언은 계속됐다. 

이 부장검사는 변호인이 전문심리위원단의 평가에 대한 의견 진술을 하는 과정에서 변호인의 발언을 가로막으며 “재판부 진행에 편견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애매하게 말하지 말고 재판장께서 말한 것에 대한 반박 기회를 달라. 예단을 표명한 것은 재판장이시다”라는 등의 수위 높은 발언을 이어갔다. 

특히 특검이 오는 21일로 예정된 최종 변론기일을 재차 미뤄달라고 요청하면서 양재식 특검보가 법정에서 고성을 지르는 일도 발생했다. 

특검의 요구를 들은 재판부는 논의 끝에 최종 변론기일을 앞서 예정한 오는 21일에서 오는 30일로 약 일주일 미뤘다. 전문심리위원단의 최종 평가에 대한 변호인과 특검 측의 의견을 오는 21일 듣고, 이후 최종 변론기일을 지정해달라는 특검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변호인은 “21일 종결은 오래전부터 예정했고, 40분씩 시간을 주더라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굳이 기일을 따로 정해서 하시는 이유가 특검보가 강하게 항의해서 그런 거라면 저희는 특검 측에서 여러 번 무리한 주장을 하다보면 결국은 재판부가 어린아이 응석받아주듯 해서 기일 연기해 주신 거 아닌가 생각이 들어 실망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에 특검 측은 “변호인의 비유가 정도를 넘어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후 양 특검보가 갑작스레 소리를 지르면서 법정 안은 아수라장이 됐다. 

정 판사는 “제 귀를 의심했다. 양재식 특검보가 사과해달라”며 "누가 요구한다고 기일 변경한 것은 죄송합니다만 아니다. 저희가 결심 단계에 왔기 때문에 여러 점검을 저희가 계속 해왔고, 벌써 석명 준비 명령만도 여러 차례 하고 있는데 사건 볼륨이 크기 때문에 정리할 게 많았다. 최종 정리하는데 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21일에 전문심리위원 의견 듣고 내부 논의 결과였음을 알려드린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지난 기일에서 특검 측이 요구한 이 부회장에 대한 피고인 신문은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이미 1심과 환송 전 2심에서 신문을 받았고 진술거부권 있는 피고인으로서 양형심리 위주의 파기환송심에서 원하지 않아서 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지형 준법위 위원장은 전문심리위원단의 평가에 대해 "위원회 활동에 대해 제3자의 검증을 받는 좋은 기회로 여기고 부족한 점을 채워나가는데 적극 참고하겠으며, 앞으로도 변함없이 위원회에 주어진 소임을 다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위키리크스한국=정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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