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과 산은의 ‘밀월 관계’ 의혹 증폭
현대중공업그룹과 산은의 ‘밀월 관계’ 의혹 증폭
  • 임준혁 기자
  • 승인 2020.12.11 17:43
  • 수정 2020.12.1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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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인프라코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짜맞추기식 거래”
대우조선해양 이어 두산인프라코어까지 매각 몰아주기 의구심
시장점유율 50% 상회, 독점으로 인한 건설업에 악영향 우려
현대중공업그룹 산하 현대건설기계에서 제작한 굴착기. [사진=현대중공업그룹 제공]
현대중공업그룹 산하 현대건설기계에서 제작한 굴착기. [사진=현대중공업그룹 제공]

현대중공업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두산그룹 입장에서는 자금 수혈을 더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으며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과의 밀월 관계가 재현됐다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두산그룹은 10일 현대중공업-KDB인베스트먼트(KDBI) 컨소시엄을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보고했다.

두산그룹과 현대중공업 컨소시엄은 추가 협상을 거쳐 올해 안에 본계약을 체결, 거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지난달 24일 진행된 두산인프라코어 본 입찰엔 현대중공업지주와 유진기업이 참여했다. 반면 유력 인수후보로 꼽혔던 GS건설은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우발 채무 리스크 등을 이유로 응찰하지 않았다. 자금력이 가장 우수한 MBK파트너스도 불확실성을 이유로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두산그룹과 현대중공업지주 컨소시엄이 DICC 불확실성과 관련해 어떻게 합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본 입찰에서 현대중공업 컨소시엄과 유진기업은 각각 7000억원대의 가격을 제시하며 경쟁했지만, 결국 현대중공업 컨소시엄이 자금조달 여력과 인수 후 시너지 등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독점 논란 해결이라는 과제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점규제·공정거래 법률’에 따라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으면 독점으로 보는데, 이를 유발할 수 있는 기업 결합은 허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현대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는 국내 건설기계 시장에서 점유율 합계가 50%가 넘는다.

현대중공업지주 측은 "건설장비는 수입에 제한이 없어 가격 결정권이 수요자에게 있는 상황이어서 기업결합 심사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가운데 이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중공업지주-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을 놓고 재계와 자본시장에서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산업은행이 주도한 이번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을 놓고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과의 밀월 관계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 산업은행이 두산그룹 구조조정을 전담하는 위치이면서 노력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온다. 몸값을 끌어올리기 위한 작업이 전혀 없었다는 지적이다.

또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가 모회사 산업은행의 딜에 참여해 현대중공업에 돈을 대주는 것은 현대중공업그룹에 지나친 특혜라는 지적이 있다. 이 밖에 산은이 독점 이슈에 대해 너무 관심이 없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KDB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은 법적으로는 허용될지 몰라도 도덕적으로 큰 문제가 있다”면서 “산업은행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아주 신중히 결정했어야 하는 사안인데 얼떨결에 넘어갔다”고 지적했다.

KDB인베스트먼트의 참여로 두산인프라의 몸값이 낮아진 효과가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와 GS건설 등이 인수전에 참여했는데, KDB인베스트먼트의 등장으로 "괜히 나서봐야 들러리만 될 것"이라고 판단해 포기했다는 설명이다.

즉, 두산그룹 입장에서는 매각전이 과열되면 더 많은 자금을 수혈할 수 있었는데 KDB인베스트먼트 때문에 효과를 극대화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두산이 문제 제기를 할 수도 있는 사안이라고 본다”며 “결과적으로 현대중공업과 KDB인베스트먼트는 좋은 가격에 두산인프라코어를 가져갈 수 있게 된 셈"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산은과 현대중공업의 밀월 관계가 돈독해 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단행된 대우조선해양 인수라는 지적이다.

산은이 독점 논란을 너무 고려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 대형사를 유도하는 것은 좋지만, 독점은 여러 과거 사례에서 보듯 가격 인상을 부채질하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차 합병 이후 자동차 가격이 오른 것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해상운송 운임이 급등한 것에 대해서도 한진해운이 사라진 후 국적 선사가 HMM(현대상선) 한 곳만 남았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비슷한 논리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그룹의 현대건설기계가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면 국내 점유율이 50%를 웃돌게 되고, 당연히 독점에 따른 가격 인상이 일어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건설 원가가 높아져 건설업계와 부동산 시장 등에 미치는 악영향도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키리크스한국=임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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