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수장들 앞다퉈 '디지털 혁신' 강조... 유망 기업 '애크 하이어' 나서나
금융수장들 앞다퉈 '디지털 혁신' 강조... 유망 기업 '애크 하이어' 나서나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1.01.15 09:52
  • 수정 2021.01.15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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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금융 [사진=연합뉴스]
디지털 금융 [사진=연합뉴스]

국내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이 앞다퉈 '디지털 혁신' 기조를 강조하고 나섰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정보기술(IT) 공룡과 같은 빅테크 기업의 시장 침투가 가속화되면서 디지털 전환이 생존의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현재는 디지털 인재 채용을 늘리고 인사·예산에 자율권을 부여하는 수준이지만, 향후에는 유망 기업을 애크하이어(acq-hire:인수 고용) 형태로 인수를 추진하며 혁신에 더욱 불을 지필 것으로 관측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 회장들은 올해 디지털 혁신을 가장 중요한 사업 목표로 삼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를 위한 금융 비대면화와 저금리 등 불안정한 경영환경 영향으로 디지털 전환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나아가 디지털 전환을 '생존의 문제'라 칭하며 위기의식을 강조했다.

먼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8일 디지털 혁신 타운홀 미팅을 개최하며 그룹 디지털 부문에 인사, 예산도 빅테크 기업처럼 파격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우리금융 측에 따르면 디지털 조직에서 예산이나 인력 운용에 대한 자율성을 요청하자 손 회장은 “내규나 법률 문제가 없는 범위에서 빅테크 수준으로 파격적인 해결책을 내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디지털 No.1 도약'을 강조한 바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디지털/융복합 인재 육성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플랫폼 적극 지원', '디지털 시대를 주도할 인재 발탁 및 능력 발휘 기회 부여'를 언급했다. 조 회장은 "업종을 막론하고 모든 기업이 디지털에 사활을 거는 상황에서 신한의 운명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전환)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역시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가 사라지는 가운데 빅테크 기업들과 ‘디지털 전쟁’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라며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전통은행의 틀을 과감히 깨고, 디지털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 환골탈태하는 길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디지털시대에는 더이상 국경은 무의미하다"라며 "모든 업무영역에서 글로벌을 지향하는 운영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기존 미래금융, 리테일, 자산관리 등 기능 중심으로 분리돼 있던 조직을 올해 고객 중심의 ‘디지털리테일그룹’으로 통합한다. 디지털리테일그룹 내 사업, 디지털, IT가 융합된 다기능 팀(Cross-Functional Unit)을 일부 구성하여 운영하고, 운영방식을 최적화한 후 행내에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회장들이 그룹 내 '디지털 혁신'을 직접 챙기면서 향후 디지털 기업과 협업을 넘어 인수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생존의 문제가 된 만큼 그룹 내 디지털 전담 부서를 두는 것을 넘어 인수를 직접 추진한다는 복안이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해 5월 ‘Digital First, Change everything’을 그룹 디지털 비전으로 선포하며 디지털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직접 위원장을 맡아 그룹의 디지털 혁신을 챙겨왔다. 당초 핀테크 기업을 직접 인수하거나 타업종과 적극적인 디지털 협업 추진이 예상됐으나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금융당국이 인수·합병(M&A) 자제를 주문하면서 미뤄졌다. 손 회장은 신년사에서 포트폴리오 확대를 강조한 만큼 M&A 추진 의지가 뚜렷하다. 향후 직접 인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신년사에서 "핀테크, 빅테크 등 다양한 기업과 협력하고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디지털 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에 나서자"라며 간접적인 인수 의사를 내비쳤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도 "필요하다면 경쟁자를 포함한 외부와의 협업도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선 자사 액샐러레이터 등을 통한 스타트업 애크하이어(acq-hire)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애크 하이어는 인수(acquisition)과 고용(hire)을 합친 단어다. 인재를 얻기 위해 회사를 인수하는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 창업 기조 확산으로 '인재 품귀' 현상이 가속화되자 기업들이 시작한 방식이다. 페이스북이 인수한 인스타그램, 구글이 인수한 딥마인드는 모두 인재 확보 차원의 애크하이어 전략이었다. 

국내 또한 빅테크를 중심으로 조금씩 추진되고 있다. 네이버는 자사 액셀러레이터 ‘D2SF(D2 Startup Factory)’를 통해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스타트업에 대한 단순 투자를 넘어 인수합병(M&A)까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AI 기반의 대화 엔진 개발 스타트업 ‘컴퍼니 AI’와 머신러닝 기반 동영상 분석 ‘비닷두(V.DO)’의 경우 창업자들이 매우 우수한 인력이라는 판단 아래 네이버와 애크하이어 형태로 협업을 시작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디지털 스타트업 기업에 대형금융사가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은 쉽지 않다. 그동안 금융사들은 안정 및 신뢰를 중요시하는 보수적인 경영전략을 펼쳐왔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다만 토스나 카카오뱅크 같은 인터넷은행이 10~30대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금융업계 종사자들의 생각도 변하는 듯 하다. 가만히 있다간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금융사가 핀테크 기업 인수에 뛰어들게 되면 경쟁을 자극해 시장에 발전을 불러오는 메기 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빅테크 기업이 금융산업의 지각 변동을 주도한 '게임 체인저'였다면 금융사들 역시 M&A를 통해 메기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빅테크 기업과의 형평성 논의에서 나아가 시장을 휘어잡아야 하는 만큼 사업 다각화는 필수라는 설명이다. 

동시에 주로 인수를 추진하는 핀테크 기업의 경우 인수 매물이 많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 회계·컨설팅 회사 KPMG가 선정한 ‘2019년 글로벌 100대 핀테크 기업’에 우리나라는 2개의 기업만 이름을 올렸다. 모바일 송금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선도기업 29위에 올랐고 해외송금 기업 ‘모인’이 새로 포함됐을 뿐이다. 시장가치가 높다고 평가받는 핀테크 유니콘 기업은 수년째 비바리퍼블리카 한 곳에 그치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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