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 통과 1년 ①] 비트코인 호황에도 웃지 못하는 거래소들... 적자생존 본격화
[특금법 통과 1년 ①] 비트코인 호황에도 웃지 못하는 거래소들... 적자생존 본격화
  • 최종원 기자
  • 기사승인 2021-03-05 14:48:01
  • 최종수정 2021.03.05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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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가상자산 사업자에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 서비스 구축과 정보보호관리 체계(ISMS) 인증 등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여하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이 지난해 3월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1년이 지났다. 이달 25일 특금법 시행을 앞두고 가상자산 사업자와 시중은행들의 준비 절차와 향후 전망 등을 짚어본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한 지난 15일 오전 서울 빗썸 강남센터 암호화폐 시세 현황표 [사진=연합뉴스]
서울 빗썸 강남센터의 암호화폐 시세 현황표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비트코인 투자 열풍에 따라 가상자산 업계가 호황을 맞은 가운데, 특금법 시행에 따라 업체들의 옥석 가리기 또한 본격화되고 있다. 

이달 25일 특금법이 시행되면 관련 사업자들은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 서비스 구축과 정보보호관리 체계(ISMS) 인증 등 의무를 이행해야 하고, 거래소들은 시중은행과의 실명계좌 계약을 위한 관계도 구축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며 가상자산사업자 및 가상자산의 범위, 신고 서류 및 절차,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실명계좌)의 개시 기준, 가상자산 이전시 정보제공 대상ㆍ기준 등의 사항을 규정했다.

금융위가 정한 주요 가상자산 사업자의 예시로는 가상자산 거래업자 ▷가상자산 보관관리업자 ▷가상자산 지갑서비스업자가 있다. 개인 간(P2P) 방식 거래플랫폼이나 지갑서비스 플랫폼 제공 업체 등은 제외됐다. 

업계에서 가장 핵심으로 보는 것은 실명계좌 개시 기준이다. 법 시행 이후 거래소 이용자들은 해당 거래소와 실명계좌 계약을 맺은 시중은행의 계좌를 개설한 뒤, 고객신원인증(KYC) 절차를 통과해야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거래소 고객 개인의 실명계좌 발급을 위한 시중은행과의 계약이 필수적이다.

시행령 개정안에는 가상자산 사업자가 실명계좌를 발급 받을 수 있는 요건으로 ▷고객 예치금을 분리 보관할 것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할 것 ▷신고 불수리 요건에 해당하지 않을 것 ▷고객의 거래내역을 분리 보관할 것 ▷금융회사 등은 AML 위험을 식별·분석·평가할 것 등 5가지를 제시했다.

다만 이행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다른 4가지 실명계좌 발급 요건과 달리 '금융회사의 AML 위험 평가'는 은행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수 있다. 정부가 그동안 가상자산에을 두고 고강도 규제를 해온 만큼 은행이 이를 염려해 실명계좌 발급을 까다롭게 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들은 실명계좌 보유 등 요건을 갖춰 오는 9월 금융당국에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해야한다. 그런데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 중 은행권과 실명계좌 계약을 맺은 곳은 몇 년 째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곳에 불과하다. 해당 거래소들은 지난 2018년 1월부터 6개월 단위로 시중 은행 한 곳과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서비스 계약을 갱신하고 있다. 계약을 연장하지 못하면 원화로 암호화폐(가상화폐)를 거래할 수 없다.

4대 거래소 외에 다른 거래소들 중에 시중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맺은 곳은 없다. 해당 거래소들은 '벌집계좌'라 불리는 법인계좌 아래 이용자들의 입출금을 관리하고 있다. 오는 9월 유예기간이 끝나면 벌집계좌 이용이 불가한 만큼 실명계좌를 받지 못한 대다수 거래소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비트코인 [사진=연합뉴스]
비트코인. [사진=연합뉴스]

이같은 리스크 때문에 업계에선 특금법 개정안에 대해 사업 진흥법이 아닌 또 하나의 규제법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사업자가 신고 및 허가를 통해 가상자산사업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신고하지 않고 영업하면 처벌하는 법이다”라며 “정부가 가상자산사업자 특허를 발급한다는 의미도 아니고, 보증하는 효과도 없다”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다른 관계자는 “금융 관련 정책을 주관하고 감시하는 금융위와 금감원에 가상자산 대응 부서도 없고 의견을 개진할 만한 담당자도 뚜렷하지 않다”라며 “시행 전 의견 수렴을 한다면서 진정으로 소통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시행 이후 암호화폐 공개(ICO)를 준비하는 업계 관계자들에게 상장을 미끼로 뇌물을 요구하고 잠적하는 '상장 사기'를 완전히 뿌리뽑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브로커들은 대형 거래소 임원임을 사칭해 상장을 이유로 접근하거나, 추적 방지를 위해 특정 가상자산으로 상장피를 요구하기도 한다.

이는 상장 절차에 대한 정보에 접근하기 쉽지 않은 점을 악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재단의 한 관계자는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기술적 문제보다 상장을 위한 정보 불균형이 더 큰 문제로 작용했다"라면서 "그나마 어렵게 수소문해 거래소 관계자들을 만날 순 있었지만 지식이 없으면 사기에 훨씬 취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와 관련된 법 체계는 전무하다. 국내 ICO가 원천적으로 봉쇄된 데 따른 결과이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의 고위 관계자는 “상장 수수료를 투명하게 받아 거래소에 합리적 비용으로 사용하고 매출수익에도 기여한다면 바람직할 것”이라면서 “업권법을 통해 상장 절차 공시의무를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해 업계에서 벌어지는 부정사례, 사기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판단도 있다. 이해붕 금융감독원 핀테크현장자문역 자문역은 지난해 6월 특금법 시행령 개정을 위한 공청회 자리에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도 가상자산의 횡령·자금세탁 악용을 우려해 ICO를 지양하고 있다”라면서도 "금융정보분석원도 금융경찰로서 가상자산 업계에 올바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적절한 체계를 갖추도록 해야한다"라고 제언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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