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폭 외부 소통 나선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내부 소통은 '낙제'
광폭 외부 소통 나선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내부 소통은 '낙제'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1.04.15 11:37
  • 수정 2021.04.15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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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부회장, 각 분야 1위 기업들과 PLCC 발행...사업 다각화에도 실익은 '글쎄'
코로나 여파로 대한항공 카드는 '애물단지' 전락...개편 앱 편의성 악화 지적도
2003년부터 대표이사 직함 유지, 겸직 논란에 계열사 신규 대표이사 추천
활발한 SNS 활동 등 대외 이미지 챙기지만 내부소통 방식엔 평가 엇갈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출처=연합뉴스]

카드업계 4위 현대카드가 제휴 기업에 특화된 혜택을 제공하는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를 발판 삼아 사업 다각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동안 대형 유통기업 위주로 PLCC를 출시했던 현대카드는 지난해 항공사·배달앱 등으로 영역을 넓힌 데 이어 올해는 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까지 손을 뻗었다. PLCC 확산 이후 순이익이 상승하는 등 파죽지세 속에 기업 공개(IPO)와 구글, 애플 등 플랫폼 데이터 기업으로의 디지털 전환도 노릴 추세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라는 불황 속에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사업 다각화가 통하고 있다는 평가지만 동시에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위반·애플리케이션(앱) 개편 이후 불편함 가중·광고영상 논란 등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순이익 성장은 매출 성장이 아닌 영업비용 감소에 따른 불황형 흑자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계열사 대표 겸직·내부 소통 미흡·형제 간 상속 문제 등 정 부회장 개인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대카드는 대한항공·스타벅스·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쏘카 등 업계 내 1위 기업과 협약을 맺어 다양한 PLCC를 발행하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핀테크산업 성장으로 맞게 된 불황 극복을 위해 협력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광역 마케팅·활발한 SNS 활동으로 '인싸' 이미지 구축

PLCC는 유통업체가 카드 제조사에 발행을 위탁하는 일종의 PB(private label) 상품으로,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불황을 겪고 있는 카드 업계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카드사가 PLCC를 발행하면 기업이 마케팅이나 회원 유치를 담당하게 되는데, 기업이 자사 고객에 맞는 신용카드를 직접 설계할 수 있어 다양한 기업들이 제휴에 뛰어들고 있다. 

현대카드는 2019년 ▷이마트e카드 ▷스마일카드(이베이코리아) ▷코스트코 리워드 현대카드 ▷SSG 카드 ▷GS칼텍스 카드까지 총 6개의 PLCC 상품을 출시한 데 이어 지난해 대한항공·스타벅스·배달의민족 등과도 전용 카드를 출시해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다. 

카드 발행 전 정 부회장이 직접 기업과 협약을 맺는 등 광역 마케팅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 부회장은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 박재욱 쏘카 대표, 송호섭 스타벅스 코리아 대표 등과 만나 협약을 체결하였다. 올해는 네이버 한성숙 대표와 만나 네이버 전용 신용카드 상품 출시와 운영 및 마케팅에 관한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정 부회장은 제휴사 각자가 업계의 '최고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데이터 동맹을 구축하려 한다는 점을 시사했다. 단순히 카드업계에 국한된 사업만 펼칠 것이 아니라 자사가 보유한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구글, 애플과 같은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또 이르면 올해 안으로 증권시장에 기업 공개(IPO)를 완료한다는 복안이다. 

지난 2월에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만나 함께 요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수장의 친분은 예전부터 두터웠던 만큼 일각에선 신세계그룹과 현대카드의 합작품을 기대하고 있다. 두 수장은 재벌가 오너 중 이례적으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음성채팅 SNS '클럽하우스'에도 가끔씩 등판해 사업 설명 외 음악, 요리 등 취미를 주제로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PLCC 중 한항공카드는 실패한 사례 

PLCC 중 실패에 가까운 사례도 존재한다. 정 부회장은 2019년 12월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과 만나 파트너십 계약을 맺으면서 대한항공카드 출시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국내 항공사 중 최초로 자체 신용카드를 선보이게 된 대한항공은 당초 지난해 3월에 카드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일 무역갈등과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적 변수가 있긴 했지만 업계에서 해외 여행 수요는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 결과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무섭게 이어지면서 지난 4월 말에야 겨우 출시를 하게 됐다. 현재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공포로 국가 간 봉쇄 조치가 연장되며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휴가마저 국내 여행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해외여행을 하기 위해서라도 백신여권 도입이 불가피한 만큼 해외 혜택이 많은 대한항공카드가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대한항공카드가 애물단지로 전락한다는 것은 현대카드 입장에서 뼈아픈 대목이다. 지난 1월부터 '카드상품 수익성 분석체계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면서 신규카드 설계를 위해 이것저것 따져봐야 할 것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판매비용보다 수익이 크도록 신규카드를 설계해야 한다. 고객 유치를 위해 적자를 감수하는 카드사의 출혈 경쟁을 방지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이지만, 정밀한 수익성 분석이 필요해 신규 카드 설계에 대한 부담이 되려 커졌다.

여기에 카드 상품이 적자를 낼 경우 그 원인과 대응방안 등을 분석해 이사회에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어 소비자 혜택 축소는 불가피해졌다. 업계 내에서는 이에 따라 고객들을 유치하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IPO를 추진 중인 현대카드 입장에서 PLCC는 사활을 걸 수 밖에 없는 사업이다. 자금 확보를 위한 IPO는 아니지만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등 재무적 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를 위해서라도 중요한 대목이다. 상장가 증액을 위해 기업가치 띄우기가 중요한 만큼 PLCC를 성장 동력으로 택한 셈이다. 현재 전업 카드사 중 상장한 곳은 삼성카드 1곳 뿐이다.    

지난해 재단장한 '현대카드 애플리케이션(앱) 3.0'은 사용자환경(UI)과 사용자경험(UX)에 있어 기존 앱 버전보다 뒤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앱 내에서 원하는 항목을 찾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한눈에 들어오지 않아 기존 고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현대카드]
대한항공 카드. [출처=현대카드]

▷"대외 이미지 소통 아닌 내부 발전 위한 의견 수렴 필요"

현대카드는 카드사 중 유일하게 오너일가 경영체제를 택하고 있다. 오너경영 체제는 대표이사의 주인 의식이 높은 만큼 보다 중장기적 성장을 이끌 수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03년 이래 지금까지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대표이사 직을 유지하고 있다. 2007년부터 현대커머셜 대표이사 직도 맡고 있다. 

하지만 여신금융전문회사(여전사)의 임직원 겸직 제한법이 추진될 움직임이 보이자 상황이 급변했다. 현대카드·현대캐피탈·현대커머셜 노동조합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과 정책 간담회를 갖고 정 부회장의 3사 겸직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정 부회장의 대표이사 겸직이 이해상충 및 경영 건전성을 저해한다”며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법 시행령 제10조의 여신전문금융회사 겸직 허용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시행령에는 여전사는 고객과 이해가 상충되지 않고 금융회사의 건전한 경영을 저해할 우려가 없는 경우로 겸직이 허용된다고 명시돼있다. 그동안 정 부회장의 대표 겸직으로 3개 회사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해상충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왔지만, 여전사 대표 가운데 겸직을 유지하고 있는 인물은 정 부회장이 유일하다.

이같은 상황에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은 이달 6일, 현대커머셜은 이달 7일 각자 대표이사체제 도입을 위한 임원후보 추천위원회를 열고 신규 대표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현대카드는 김덕환 카드부문 대표를, 현대캐피탈은 목진원 캐피탈부문 대표를, 현대커머셜은 이병휘 커머셜부문 대표를 후보에 올렸다. 현대차그룹은 4월28일 이사회를 열고 이들을 세 회사의 각자 대표이사로 임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내부에서는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정 부회장이 미래가치를 우선해 문화 프로젝트 등 긍정적인 대외적 이미지를 높게 쌓았지만 정작 내부와의 소통은 낙제라는 평가다. 지난달 노조가 국회에서 간담회를 가진 것도 노사 간 문제가 봉합되기 어려운 수준까지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현대카드의 한 직원은 "성과기준 미흡·높은 계약직 비중 등 문제와 같은 고질적 문제가 있다"라며 "대외 이미지만을 위한 소통이 아닌 내부 발전을 위한 의견 수렴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은 직원들이 공감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한편, 정 부회장은 지난해 연봉 44억8700만원을 받아 전체 금융권에서 가장 많은 보수를 받았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 등 3개 계열사에서 보수를 받았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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